@ 박물·미술관

서울| 춘원당 한방박물관

스콜라란 2016. 1. 4. 14:06




사업이나 일로 세대를 잇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유교적인 사상이 지배를 받는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가업이라는 것이 남자들의 문화일 뿐이었다.

지금은 아들이 없는 대기업에서 딸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대를 잇는 일은 아버지 밑의 아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간다.

가내 수공업 형태의 사업 또는 요식업을 제외하고

아들과 딸이 다 있는 집안에서 딸이 대를 이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서울 종로에 조선시대부터 시작하여 7대를 거쳐서 운영하는 약방(한의원)이 있는데

내가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친구를 따라 왔었던 2009년 경이었다.

그때는 이 한의원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에 자유로운 출입이 안되었으나

근래에 방문했을 때는 편하게 둘러볼 수 있게 되어 잠시 들러보았다.


한방박물관은 현재의 원장이 물려받고 수집한 한방 관련 용품을 전시한 곳이다.

뭔가를 모으면 내보이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지라

이 정도의 박물관을 열고 (부인이 직접) 운영하는 것 또한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박물관이라 이름 붙였지만 나는 하나의 문화공간을 경험하였다.






이 두 개의 건물이 행정구역에 있어서는 다른 동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왼편의 병원 진료/검사실은 돈의동, 오른편의 약방/박물관은 낙원동이라...


춘원당으로 가는 길목은 어수선하다.

광화문에서 부터 걸어들어가거나 종로3가역에서 내려서 찾아가는데

어느쪽 길도 모텔, 술집 등으로 인해서 부산스럽다.

그래도 주차장 등은 잘 되어있으므로 한가한 시간에 자가용으로 방문하기도 한다.







병원을 다니다가 한의원으로 옮기게 된 또는 그 반대의 경우에도 저마다의 계기가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이러하다.

특정 질환에 대한 의학과 한의학 책을 여러 권 읽어보면 의학과 한의학의 차이는 자연스레 알게 된다.

측정 후 병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약 처방이나 외과적 수술을 거치는 의학의 장점도 알겠고, 

측정 결과의 수치가 아닌 증상 위주로 약을 처방하는 한의학의 장점도 알게 되었다. 

내 질병의 경우 의사들이 말하는 증상이나 책에서 알게되는 거의 모든 증상들이

어렸을 때부터 느껴왔던 몸의 문제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거의 모든 질병에 해당하는 두루뭉실한 원인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상들이 사춘기 시절부터 겪어왔고,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던 증상이었다.

그래서 어느 기관(organ)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의학이 아니라

몸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한의학에 좀 의존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그런 판단을 하던 중에 어느 질병의 경우 체질에 의해서 좌우될 확률이 

30%라는 책의 대목이 눈에 밟혀왔다.

양적인 수치를 정확하게 제공하지는 않지만 한의학의 논리는 타당했다.


한의원에 가면 의사의 진맥 후 침을 맞고, 약을 배달 받는다.

나는 침을 맞을 때 너무 몸이 긴장하여 오히려 불편함이 느껴져서 침술을 소홀히 하였다.

그리고 몸에 대한 증상을 자세히 의사에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데

처음에는 한약이 굉장히 독하고 썼으나, 지금은 약간 단 맛이 난다.

방문할 때마다 의사의 방제(약 처방)가 달라지는 것이다. 


공해와 오염이 만연한 이런 시대에 한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약재의 오염과 위생적인 달임일 것이다.

병원 맞은편 건물에서는 한방 용품 전시 뿐만 아니라 탕약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4층 한방박물관에는 조선시대부터 수집해 온 관련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귀중한 소장품들을 잘 전시해 두었다.





우리나라는 온돌 좌식문화이다보니 쟁반이 아니라 상 문화가 더 발달하였다.

서양이었다면 갖가지 쟁반이 전시되었겠지만 이곳에는 궁중에서 한약을 내놓는 상들이 많이 있었다.

운현궁이라 이름이 적힌 상도 있었고, 상 다리의 조각들로 보아 평민들이 쓰던 상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다.




고려시대의 청자로 만들어진 약사발



갖가지 침통(위)과 약봉지를 봉합할 때 사용하던 도장(아래) 




어렸을 때 우리 집에도 있었던 한약 달이던 도기를 보고 있으니 

도 세월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래 층에는 약재에 농약 등이 검출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실이 있고,

유리 너머로 현대식 약탕기를 볼 수 있다.

이 병원에서 직접 개발했다고 하는데 이 설비의 정확한 원리를 더 알고 싶었으나

간략한 설명만 읽거나 들을 수 있었다.




도기 하나당 한 명의 한약 15일치가 달여진다.

달여진 약은 고압방식으로 추출하여 1회 분량씩 밀봉 후 택배로 배달받는다.




약을 직접 받아갈 수도 있는 2층의 모습인데 어디를 가나 청결한 시설을 보게 된다.

나는 친구의 부탁으로 이곳에서 소화제를 받기위해 들른 적이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이곳 소화제가 그리 효염이 좋다니... 역시 한약은 몸과의 궁합이 중요하다.


지하에는 기획전이 열리는 공간이 있다. 

한의원에서 이렇게 문화를 기획하고 전시하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크지는 않지만 한방박물관을 잘 관람하였다.

한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오로지 한약을 위한 사발을 하나 구입했었다.

한약은 따뜻하게 데워서 비장한 각오로 마실 때 효과가 있는 듯하다.  ^^





*한약을 먹기 시작했다면 반드시 가까운 병원에서 혈액을 뽑고 간검사를 해서

몸에 무리가 없는지를 '환자가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

양약이든 한약이든 약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