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 시내에서 전차를 타고 홉(Hop)이라는 역에 내렸다.
여기에서부터 열심히 걸어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d, 1843-1907)가 죽기 전에 살았고,
작곡을 하였던 그의 생가를 찾아갔다. 이곳의 이름은 트롤하우겐(Troldhaugen).
현재는 그리그 박물관으로 명명되어 작은 박물관과 음악당이 같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리그와 그의 부인 니나(Nina Grieg, 1845-1935)가 죽기 전까지 거주했던 곳이다.
엄밀히 말하면 집(생가)은 아니고 일종의 세컨 하우스(또는 별장)와 같은 곳이다.
노르웨이의 겨울이 너무 추워서 창이 큰 이 집에서 긴 겨울을 버티기는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어찌되었건 베르겐 태생으로 노르웨이 민족작곡가 반열에 오른
그리그의 집을 방문해 보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클래식 음반 중 하나가
1986년에 발매된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 A단조이기도 하고,
구글에서 그리그의 디스코그라피를 검색하다가
이것 저것 타고 서핑을 하면서 이 집의 존재를 알게 되었었다.
그 이후로 노르웨이에 가면 베르겐에 들러서 이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핀란드 오슬로의 국민화가인 악셀리의 집을 찾아가던 때를 상상했으나
그리그의 집을 향해 걷는 길은 그리 쾌적하지는 않았다.
지방도를 따라 걷는 느낌이랄까!
오로지 트롤하우겐(Troldhaugen) 표지판만 보면서 걸어야 한다.
베르겐 외곽의 주거지역을 두리번 거리면서 걷다가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이른 시간에 왔음에도 일본 단체관광객이 한 팀 들어왔다.
일본 관광객들은 복장으로 딱 알아볼 수 있는데
그들은 나를, 나는 그들을 우연치않게 유심히 바라보는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들을 앞서거니 하기에는 가이드로 의심받을까 싶어 거리를 두고 뒤에서 걸었다.
그리그를 기념하는 조형물 'Open 1'이 입구에서 맞이하였다.
입장료 및 기념품을 파는 박물관 건물이 있고, 그리그의 집으로 가는 짧은 다리를 건너는 곳에
계단식 음악당이 있다. 베르겐 여행자 인포에서 이곳으로 오는 패키지 상품이 있다.
왕복버스와 박물관 가이드 및 30분 정도의 음악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
나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자유롭게 찾아오게 되었다.
아주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그리그는 평생 병에 시달려서 키도 152cm였다고 한다.
그의 유품으로 남겨진 옷을 봐도 작은 남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는 동안에 음악적 명성을 인정받았던 그리그는 유복한 삶을 살았으며
가문의 사업을 이어받은 다른 가족(자손)들도 현재까지 최고 부유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리그의 집으로 가는 다리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음악당과 오두막이 있고,
오른쪽은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그리그의 집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된다.
이 집에는 유언에 따라 그리그와 니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문자 설명이 지원되지 않는 박물관이다. 20여개 국의 언어로 직접 해설사들이
집 안 곳곳을 설명하고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 한국어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그의 집 옆으로 가면 계단식 음악당이 있고, 그 아래에
그리그가 작곡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작은 오두막이 있다.
고요한 피요르드 해안을 바라보며 작곡에 매진하였을 그리그를 상상하였다.
1800년대라는 시대가 이 작곡가를 민족적인 성격이 강한 서정적인 음악가로 만들었을 것이다.
음식 중에서 해산물 굴을 가장 좋아했다는 그리그는 집 아래에 있는 선착장에서 자주 배를 탔다고 한다.
바다에서 배를 타던 그리그는 해가 비추는 이 바위에 자신의 묻어달라고 하였고,
사후에 그의 뜻대로 이곳에 안치되었다.
그리그는 1907년에 영면하였지만 부인 니나는 1935년까지 살았다.
니나의 유해 또한 이곳에 같이 안치되어 있다.
두 시간 정도를 둘러보며 서정적인 그리그의 음악 세계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은 오기 힘든 먼 곳이기에 아쉬움도 컸고,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노르웨이 전역이 다 그러하듯 도심의 주거지역도 평화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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