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서부의 뒤셀도르프 공항은 시설이 아주 잘 갖추어져 있다.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을 공항으로 이동시키는 스카이 열차는 언제 타도 재미있는 교통수단이다.
여행의 시작이 아주 좋을 듯 했지만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며 막 가속도를 올리려던 때에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어느 노인이 무의식 상태에 빠져서 옆 자리의 배우자가 소리를 지른 것이다.
이로 인해서 이륙은 지연되었고, 수 시간이 지연된다 한들
사람의 목숨이 더 소중하기에 불만은 없었을 것이다.
오후 늦게서야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고, 더운 나라로의 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몹시 충격에 빠졌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아테네 일대의 삭막한 풍경도 그러했지만
공항에서 아테네로 들어가는 길에 바라본 도심의 모습은 진심 나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독일에서의 지연으로 아테네 시내 여헹에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빨리 아크로폴리스로 달려(?)갔다.
항구쪽 숙소에 짐을 맡기고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교통편을 확인하였다.
여차 하다가는 아크로폴리스를 못보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뻔 했으나
봄부터 일요일에는 저녁 8시까지 개장한다는 말을 듣고 정말로 한숨을 돌렸다.
그러는 와중에 항구에 있는 전철역의 풍경도 나를 놀라게 했고
아크로폴리스로 접근하는 티시오(Thisio) 역까지 가는 동안의 창 밖 장면들도 놀라웠다.
국가 경제가 파산까지 이른 것은 알았는데 그리스가 이렇게까지 발전을 못했구나...
티시오 역에서 아크로폴리스로 걸어 들어가는 진입로는
사람들로 많이 붐벼서 여느 유명 관광지와 다르지 않았다.
독일과는 다르게 뜨거운 여름날이었고, 낯설게만 보이는 더운 나라의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해왔다.
해발 156m의 언덕에 자리한 고대 도시 아크로폴리스(Acropilos).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도시를 둘러보는 것은 아네테의 풍경에서 받은 충격을 잊게 해주었다.
입장료는 12유로였는데 유럽연합의 학생(대학생 포함)은 무료였으며,
아크로폴리스 유적지 뿐만 아니라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입장까지 포함한다.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바로 보이는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Odeon of Herodes Atticus)은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남서쪽의 아래에 위치한 야외음악당 겸 극장이다.
아크로폴리스 입구를 오르는 이 문의 이름이 프로필라이아(Propylaea)이다.
계단식 문을 통과하면서 바로 보이는 파르테논 신전(The Parthenon).
아테나 여신이 봉원되었던 그리스 아테네의 신전은 그리스 예술의 정수라고 표현된다.
이 신전이 세워진 시기는 기원전 490 - 432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적인 위대한 건축물 앞에 서있으면서 아테네에 대한 기억을 좋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솔직히 규모면에서는 책에서 읽던 것, 티비에서 보여주던 것보다는 크게 느끼지지 않았다.
파르테논 신전 옆에 있은 에레크레이온(The Erechtheion)은
아테네의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인 에렉테우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시간이 저녁 7시를 넘어가는데도 굉장히 뜨거운 5월이 계속되었다.
가운데 기둥만 보이는 곳이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Temple of Olympian Zeus)으로
올림포스 12신 중 최고의 신인 제우스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파르테논 신전 옆의 절벽 아래에 있는 발굴 현장
정면의 현대식 건물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Acropolis Museum)이고
그 앞의 원형 극장이 대형 야외 극장인 디오니소스 극장(Theatre of Dionysus)이다.
고대 아테네에서 봄이 돌아온 것을 축하나는 행사(제전)인 데오니소스제를 이 극장에서 열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가 문을 닫는 시간까지 한참을 서서
바로 앞의 손 닿을 곳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과 에레크레이온을 열심히 봐두었다.
프로필라이아 문을 나서며...
아크로폴리스를 내려온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아크로폴리스를 올려다 보는
아레오파구스 언덕(Areopagus Hill).
작은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길은
너무 많은 사람들과 산악자전거가 오르내리면서 먼지 풀풀나는 돌산이 되어있었다.
아테네에 늦게 도착한 탓에 제우스 신전 등을 직접 가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으나
티오스 전차역 인근에서 그리스 노래를 들으며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전차 역에서도 암표 상인들이 있었다.
남들이 쓰다버린 표를 되파는 것인데 계속해서 나를 좀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아테네였다.
꿋꿋하게 자판기에서 표를 구입하였다.
항구 쪽으로 돌아와서 저녁 늦게야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항구가 있는 피레아스(Piraeus) 지역은 아테네 중심가에서 약 8-10km정도 떨어진 곳이다.
처음 가보는 그리스에서 적지않게 충격을 먹었기에 아테네에서는 사진도 많이 안찍었다.
아래는 숙소 인근의 항구 앞에 있던 스피리돈 교회(Ekklisia Agios Spiridon).
도시 전체가 슬럼화 되어있는 것은 사실인데 사람들이 위험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식당과 가게 등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모두 웃으며 친절했다.
내가 에게해의 문화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못하고,
고대 문화 유산을 가진 따뜻한 나라들에 대한 무지도 컸을 것이다.
유적지 입장료, 교통비과 숙박비 모두 확실히 저렴했다.
호텔에서도 직원들이 친절하고 응대를 해주었고,
그래서 또 마음이 안심되어서 야외에 앉아 그리스 맥주를 두 병이나 마시고 올라갔다.
그리스의 첫 여행에서 받은 인상이 앞으로 살면서 꽤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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