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피레아스(Pireas) 항구에서 산토리니 섬으로 가는 배의 출발 시간은 아침 7시이다.
이 배를 타고도 6-7시간을 가야지만 겨우 산토리니 섬에 도착한다.
거리 상으로는 300km가 안되는데도 여러 섬을 거치면서 지겨움이 배가 되었다.
사람도 가득해서 어디 여유있게 앉아있을 수도 없고, 비행기 이코노미석의 바다 버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번은 타고 싶지 않은 배였다.
중간에 다른 섬에 들러서 하루 묵은 후 다음 날 산토리니로 들어간다면 모를까
크지도 않은 배를 타고 산토리니 섬으로 들어가는 일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중간에 다섯(?) 곳의 섬에 들른 후 산토리니로 인도했던 스피드젯.
대단히 많은 관광객들이 큰 트렁크를 끌고 모두 배에 탑승했다.
항구 일대에는 여러 곳으로 가는 배들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꼭 전날 항구의 어디에서 배를 타는지를 숙지해 둘 필요가 있다.
애게해 한가운데 외롭게 떠있는 섬들의 모습은 많이 삭막했다.
따뜻한 태양이 선물이기도 하지만 가혹하기도 하지 않을까?
뜨거운 태양열을 버티려면 자연스럽게 모든 집들이 두꺼운 벽을 가진 흰색일 수 밖에.
배에서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창밖을 보는 것으로 지루함을 견디어야 한다.
다른 루트로 산토리니 섬에 들어가는 여행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주 지겨워질 때에 산토리니 섬임을 알 수 있는 절벽 위의 마을이 보였다.
그리스 섬들이 화산으로 이루어져서 넓은 해안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섬의 절벽,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마을이 모여있다.
위 사진이 산토리니 섬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오이아(또는 이아 Oia)마을이다.
포카리스웨트 CF로 우리에게 익숙한 동네.
그리고 아래가 산토리니의 다운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티라(Thira or Thera or Fira) 마을.
행정구역상 마을이라고 하지 않고, 오이아나 티라 모두 시라고 한다.
그리고 산토리니 섬의 정식 명칭도 티라 섬이다.
티라 마을을 지나 신항구인 아티니오스(Athinios) 항구에 내리면 마을로 들어가는 로컬 버스가 있다.
숙소가 버스로 가기 어려우면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는 사설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나도 산토리니 안에서 하루 종일 이곳 저곳을 타고 다닌 로컬 버스는
어느 곳이든 편도 2유로가 넘지 않는 선에서 저렴하다.
항구에서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사설 버스는 15유로부터 시작...
그리고 렌트를 하려면 시내에 들어가서 해도 충분하다.
아주 많은 렌트카 및 사륜바이크 가게들이 저렴한 가격 경쟁을 하고 있었다.
티라 마을의 숙소에서 짐을 두고, 바로 나오자마자 마주한 풍경...
산토리니에 오길 잘 했다!
그리고 이번 산토리니 여행 중 바로 앞의 화산섬에 가보지 않은 것을 지금도 후회하는 중이다.
준비가 부족했던 내 탓.
티라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이라 할 수 있는 키클라데스의 정통 메트로폴리탄 교회
(The Orthodox Metropolitan Church of Santorini, Cyclades).
1827년이 지어진 이 교회는 1956년 지진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지만, 개축을 통하여 지금을 모습을 갖추었다.
롤링 아치가 평화로운 안뜰을 제공하고 있으며, 교회 내부에는 지역 예술가인
Christoforos Asimis가 만들 아름다운 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산토리니에 있는 아름다운 교회 9개 중의 하나이다.
해변 길을 따라서 전망 좋은 카페들이 즐비하고, 계속 위쪽 마을로 걸어갈 수 있다.
중간에 쇼핑을 할 수 있는 가게들도 많이 있다.
산토리니, 키클라데스의 카톨릭 성당(The Catholic Cathedral of Santorini, Cyclades)은
시계탑 외관이 가장 눈에 띄며 건물 전체가 흰색이 아니라 오렌지와 크림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마찬가지로 1956년 지진으로 일부 파괴된 후 1975년에 다시 지어졌다.
티라 마을에서도 이 일대는 카톨릭 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성 스틸리아노스 성당(Catholic Church of Saint Stylianos)
사진 왼쪽의 카톨릭 성당들
티라 마을의 중앙에는 구항구로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있고,
도보로 걸어갈 수 있는 계단길에는 산토리니 당나귀들이 줄지어 있다.
산토리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동키...
사실, 나는 이 동키들 때문에 산토리니에 왔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니다.
해안길 뒤로는 지역 버스 터미널과 택시 승강장이 있어서 모든 대중교통을 여기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조용할 것만 같은 산토리니가 대단히 시끄럽다.
사륜바이크가 소음을 많이 유발하고, 각종 자동차들도 마찬가지이다.
산토리니에서 나는 신호등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알아서 운전을 정말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날 내가 밥을 먹고 있던 레스토랑 앞에서 버스 기사와 렌트카 가게의 직원 간에 주먹질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서 버스 기사가 길을 막은채 싸움을 하느라 일대 교통이 마비... ㅋ
평화로운 섬의 실상은 여느 사람사는 곳과 다르지 않았다.
어느 골목에서는 버스와 사륜바이크의 충돌도 있었으니
차든 바이크든 렌트를 하는 여행객들은 각별히 조심해서 운전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사륜바이크를 렌트하려다가 해가 진 후 어두울 때 티라 마을로 돌아오는 것이 염려되어
일찌감치 관두고 지역 버스를 이용해서 돌아다녔다.
티라 마을의 버스 터미널에서 산토리니 어느 곳으로도 운행하는 버스는 있는데
시간은 30분-1시간 간격이니 잘 확인하면서 다니면 불편하지 않다.
그냥 저냥 버스로도 다닐만한 곳, 산토리니였다.
그리고 숙소는 티라 마을에서도 이 일대에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해안 중 가장 유명하다는 레드 비치(Red Beach)로 갔다.
해안의 백사장이 넓은 섬은 아니라서 큰 자연풍광에 대한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두 곳 정도는 둘러봐야...
레드 비치는 산토리니 섬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는데 일대에 여러 해수욕장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 약 15분 정도 걸어들어가면 되고, 차량은 바로 입구까지 들어올 수 있다.
붉은색을 띄는 화산암이 깍아지면서 만든 절벽 아래에 위치한 해변.
산토리니의 어느 해변이 다 그렇지만 이 붉은 해변도 길지는 않다.
아무튼 이 레드 비치가 산토리니 안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옆 해변에서...
티라 마을로 돌아와서 버스를 갈아탄 후
저녁 노을로 유명한 오이아(또는 이아) 마을로 이동하였다.
시간은 약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가파른 절벽으로 도로가 이어졌다.
오이아에서 버스를 내려 마을로 들어오면 작은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의 파나기아 교회(Church of Panagia of Platsani)는 오이아 마을의 중심이다.
마찬가지로 1956년 지진 이후 붕괴되었다가 재건되었다.
파란색 지붕의 건물이 CF를 통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저 건물은 현재 산토리니의 해양 박물관(Naftiko Mousio).
석양이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대기 중...
이곳으로 지는 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라는데, 정말일까?
나도 그렇게 어느 길가에서 멈추었다가 하루가 저무는 것을 바라봤는데
아쉽게도 구름과 안개로 인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는 않은, 그냥 예쁜 어느 저녁날이었다.
(산토리니에 한국 사람들 정말 많았다. 오히려 중국사람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았던 섬)
해가 지면 이렇게 줄을 지어 마을을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봐도 오이아 마을보다 티라 마을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멀리보이는 티라 마을(위)로 가기 위해 오이아 마을 터미널(아래)에서... 중요 임무를 수행하였다.
내가 산토리니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산토리니 통키 맥주를 마셔보는 것과 동키 셔츠를 사는 것이었다.
특별히 어디를 가도 기념품을 미리 정해두고 사는 일은 없는데 산토리니는 개인적인 이유로 예외였다.
동키 셔츠가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동키 오리지널 셔츠를 알려달라고 했다.
주인 여자는 상당히 호의적으로 동키 맥주와 셔츠를 아냐고 되물었다. "물론이죠!"
오리지널임을 확인한 나는 여사장님의 응원에 힘입어 크레이지와 엘로우 동키 셔트를 골라왔고
이후 여행에서 교복이 되었다...
티라의 숙소 인근에서 포장해 온 통구이 오징어는
그리스 여행 중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었으며
중간에 맥주가 떨어져서 동네 미니 슈퍼에 다시 다녀오는 긴 밤을 보냈다.
밤의 유흥 덕분에 유럽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라는 산토리니 섬에서 나는 조용히 음주를 즐겼다.
새벽의 티라 마을
교회 앞에서 바다를 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밤의 이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녔는데 새벽에는 아무도 없었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의 주인은 동키...
산토리니의 쓰레기를 한짐 지고 이동 중이었다. 그리고 동키를 모는 원주민(?)의 고단한 모습.
산토리니를 떠나던 날에는 아침 일찍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버스는 7시부터 운행한다고 해서 15유로를 내고 택시를 탔다.
그리고 시골 터미널보다도 못한 티라(산토리니) 공항에서 다시 놀랐다.
아테네에 입성하는 날이나 산토리니 공항이나 놀랍긴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에서는 산토리니로 들어오는 직항이 있었다.
벨기에로 가는 비행기는 어디선가 경유를 하는 듯 했고, 나는 아테네 공항으로!
비행기가 내가 앉은 쪽으로 턴을 하면서 산토리니를 하늘에서 훤하게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을 챙겨서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섬.
1시간(50분) 정도를 날아서 아네테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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