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젤 강변을 따라서 이동하려면 코블렌츠(Koblenz)를 경유해야 한다.
코블렌츠에서 1시간에 1대씩 오는 작은 기차를 타고 모젤강을 따라 가는 길은 언제봐도 참 평화롭다.
이 길을 따라서 계속 가면 룩셈부륵에 이른다.
모젤강을 따라서 35분을 간 후 모젤케언(Moselkern) 역에서 내리면
관리가 되지않은 썰렁한 역을 보게 되고, 이 역에서부터 80분을 걸어서 엘츠 성(Burg Eltz)에 갈 수 있다.
엘츠 성은 독일 안에서 유명한 성으로 꼽히는데 이번에 처음 가본 것을 계속 후회 중이다.
지역민들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가 여행책자에서 요란하게 떠드는 곳 보다 더 알차기 때문이다.
왜 이제서야 여기를 가봤을까?
평일 한산한 마을에는 사람을 볼 수 없는데 그래도 엘츠 성 이정표들이 보이기 때문에 잘 따라가면 된다.
기찻길 아래로 들어가면서부터 엘쯔계곡(Elztal)이 시작된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아스팔트 길이 30분 정도 이어진다.
중간에 주차장이 나오고, 이후부터는 흙길을 밝으며 등산 모드로 걸어야 한다.
적어도 운동화 정도는 신고와야 하는 곳이고, 경등산화 정도면 딱 알맞을 트레킹 코스이다.
시냇물을 점점 아래로 두고 이정표를 보면서 열심히 걷는다.
광경이 훤하게 뚫리는 길은 아니지만 흙길을 30분 정도 걸었을 때 엘츠 성이 갑자기 나타났다.
엘츠 성이 독일 안에서 유명한 이유는 800여 년 동안 온전히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피해도 입지 않으면서 중세의 성이 그래도 남아있고, 주변 경관도 아름다웠다.
800년 전부터 엘츠 가문의 여러 사람이 각자 집을 짓듯이 쌓아올렸기 때문에
공동소유의 성격이었고, 지끔까지 엘츠 가문의 아들에 의해서 소유권이 유지되고 있다.
70m 높이의 암반 위에 지어진 성은 총 8층의 건물이며, 또한 30-40m 높이에 이르는 8개의 탑을 가지고 있다.
성 안에 약 100개 이상이 방이 있는데 엘츠 가문 약 100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언제 처음 지어졌는가에 대한 자료에서는 1157년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엘츠 성이라는 이름은 1157년 황제 프리드리히 1세 바바로사(Friedrichs I. Barbarossa) 시대의
부동산 증여서류에 처음으로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건축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서류에는 "루돌프후스 드 엘체(Rudolphus de Elze)"가 증인으로 되어있다.
이후 엘츠 가문 3명의 남자들에 대한 기록이 나오면서 이들 각각의 집이 증축되었다.
엘츠-루베나흐(Eltz-Rubenach), 엘츠-루덴도르프(Eltz-Rudendorf), 엘츠-켐페니히(Eltz-Kempenich).
1472년에는 루베나흐(Ruebenach) 가족의 집이 후기 고딕 양식으로 완성되었고,
1490년~1540년 사이에는 로덴도르프(Rudendorf) 가족의 집 또한 후기 고딕 양식으로 완성되었다.
1604년~1661년에 켐페니히(Kempenich) 가족의 집 공사가 끝났다.
이 집은 계단 탑 아래에 분수를 설치해서 성의 모든 방으로 물공급이 가능하게 하였다.
루베나흐와 로덴도르프 하우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켐페니히 가족이 사용하였다.
1688년~1689년 팔츠 지역의 왕위 계승 전쟁(Pfälzer Erbfolgekrieg)에서
라인강변의 대부분 성들이 파괴되었으나, 엘츠 성은 피해를 입지않고 보존되었다.
1815년 휴고 필립(Hugo Philipp, Graf von Eltz) 백작이 루베나흐 하우스를 구입하였다.
이때부터 엘츠 성은 공동 소유가 아닌 개인 소유의 부동산이 되었다.
1845년~1888년에 칼 백작(Karl, Graf von Eltz)이 성의 재건을 위하여
총 18만 4천 마르크의 돈을 건설공사에 투자하였다.
1920년 9월 20일에는 켐페니히 하우스의 남쪽 일부가 화재로 손실되었으나, 광범위한 수리로 복원되었다.
현 소유주는 엘츠-켐페니히의 후손이자 1948년에 태어난 칼 백작(Karl, Graf von Eltz)(위의 칼 백작과 동명)이며,
현재 프랑크푸르트와 라인강변 엘트빌에 있는 엘츠 영지(Eltzer Hof zu Eltville)에서 살고 있다.
백작이라는 호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일은 공식적으로는 왕족과 귀족이 유지되지않고 있지만
후손들은 알아서 그들만의 귀족 체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부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부의 세습을 보여준다.
현재 루베나흐와 로덴도르크 하우스가 박물관 형식으로 공개되어 있다.
성 안에서는 가문의 유물인 금, 은, 도자기 공예품들과
중세를 거치면서 보존되어 온 각종 무기와 기사도들의 유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뷰포인트
성 박물관 입구
박물관 입구에서 보이는 왼쪽 트레킹 코스(아래)는 모젤케언 다음 역인 뮤덴(Mueden)역 방향에서 진입하는 길이다.
이렇게 등산을 해야하는 곳인줄 모르고 가볍게 왔다가 (정보제공자의 잘못!!!)
허기를 못이기고 독일 국민 간식/분식에 해당하는 커리부어스트를 단숨에 먹었다.
성의 일부였는지, 방어 요새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산 중턱에 있는 부서진 작은 건물 방향으로 걸어가면 엘츠 성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그 너머에는 주차장이 있어서 그 주차장으로 왕복하는 유료 미니버스가 계속 다닌다.
자가용으로 오면 거의 성 앞까지 올 수 있고, 주말에는 기차역에서 성으로 오는 버스도 운행한다.
솔직히 말하건데, 퓨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보다 이곳이 더 좋았다.
독일 안에서의 여행 중 가장 즐거운 곳이었음을 고백한다.
엘츠 성으로 걸어왔던 방향
다시 모젤케언역으로 갈 것인가, 다른 길인 뮤덴역으로 내려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왔던 길로 다시 가기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고!!
하산길에는 최대한 흙길로만 내려왔다. 이런 트레킹은 언제나 즐겁기 때문이다.
매시 정각에 코블렌츠로 가는 기차를 타기에는 시간이 좀 남아서 모젤 강변으로...
모젤강을 따라서 룩셈까지 가고 싶은 마음 한 가득!!
모젤케언 역에서 기차는 10분 늦게 왔고...
모젤 강변에는 천막식의 캠핑장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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