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브륄, 막스 에른스트 박물관(Max Ernst Museum)

본과 쾰른, 딱 중간에는 브륄(Bruehl)이라는 작은 동네가 있다.

라인강변의 표현주의로 미술적 색채를 드러낸 막스 에른스트(Max Ernst)가 

1891년 브륄에서 태어났다. 위키백과 등에는 쾰른 태생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올라와있는데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10대까지 모범생다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본대학에서 미술사 등을 공부하였고, 본/쾰른에서 활동하며 개인전시회를 열었다.

세상이 어수선했던 1941년에는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그곳에서 유명한 미술상이었던

구겐하임과 3번째 결혼을 하였으나 2년 후에 이혼하였다.

그리고 아티스트 도로시 태닝과 4번째 결혼을 하면서 1948년에 미국시민권을 얻었다.

1953년에는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며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하고

인생의 후반부를 프랑스에 정착하여 활동하였다.

1976년 85번째 생일 전날 파리의 아파트에서 사망하였다.

얼마 전에 그의 이름을 건 박물관이 브륄에 있다는 내용을 읽게 되었고,

그곳을 지나던 금요일 오후에 잠시 기차에서 내려 둘러보았다.

가방에 넣어다니는 비상용 똑딱이 카메라로 아쉽게나마 사진을 남겼다.

작은 기차역에서 바로 보이는 세계문화유산 성에 대해서는 일전에 짧게, 그리고 회의적으로 블로깅을 했었다.

http://blog.daum.net/bodyflow/730

독일의 가을은 앞으로 살면서도 그리워하게 될 듯...

나는 독일의 가을이 참 좋다.

집 앞의 나무들은 모두 낙엽을 태우는 중이라서 이곳도 그런 장관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건만

이 동네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성의 오른쪽으로 걷다보니 사진으로 봐두었던 건물이 살짝 보였다.

기존 건물 앞에 노출콘크리트 건물을 덧붙여 박물관을 구성하였다.

지하의 넓은 공간은 기획전 전시구역이다. (관 안에서의 사진촬영은 금지)

막스 에른스트가 즐겨 표현하는 조각 패턴이 있는데 박물관 앞에도 예쁜 삼형제가 손님들을 맞는다.

박물관에는 비중있는 그의 회화 작품은 없다(!)고 보면 된다.

대신 조각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고, 그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로비에 있던 막스 에른스트의 사진

1948년 작품, Great Sedona Frieze

미국에서 활동 중일 때 건축의 장식품이었던 작품을 이곳 박물관 복도에 옮겨두었다.

3개 중 오른쪽 부분이 이 박물관의 이미지로 각종 브로셔 등에 인쇄되어 있었다.

막스 에른스트는 1914년에 한스 아르프(Hans Arp)를 만나 계속해서 우정을 유지하였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한스 아르프에 대한 기획전 중이었다.

1919년에 막스 에른스트는 쾰른 다다이즘 창립했는데 그때도 한스가 같이 했다.

기획전을 보면서 한스 아르프가 상당한 부자였음을 느꼈다. 작업 공간과 집이 지금 내놔도 아주 고급스런 건물들이었다. 

예술은... 아주 배가 고프든가, 돈벌이에 신경쓸 필요도 없이 풍요롭던가, 두 환경 중 하나일 때 걸작이 가능한 것 같다.

회화 작품을 보고 싶었기에 내 욕구가 충족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즐거운 방문이었다.

성 뒤쪽의 브륄 시내에는 장이 열려있었다.

수공업자들이 가죽벨트, 장신구 등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였다. 

상당한 허기를 한 덩어리의 돼지고기로 채웠다. 고기가 정말 맛있었음...

거리가 포장마차들로 점령되긴 했으나, 시청 건물 입구에 있던 분수가 범상치 않아 다가가보니

막스 에른스트 분수였다. 이 조각품들을 모두 박물관에서 봐두었는데

기둥 위에 있는 두 덩어리의 작품은 '2명의 여비서'라는 작품명이었다.

시청 뒤쪽의 성에 인접한 슐로스스트라쎄(Schlossstrasse) 거리에는

막스 에른스트가 태어난 집이 보존되어 있었다. 지금은 박물관 행사를 진행하는 행사장으로 사용 중이다. 

박물관에서 그의 약력을 읽던 중 생가 주소가 있었고, 일부러 찾아봤는데 역시나 있었다.

브륄의 최고 명사는 막스 에른스트가 분명하다.

성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걸었던 동선...

1700년대의 독일인 부호가 꾸며놓은 정원에는 가을이 더디다.

성 앞에 있는 브륄역에서는 매 시간마다 3번씩 쾰른 또는 본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다.

(아래 사진을 누르면 막스 에른스트의 약력이 큰 사진으로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