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여기를 꼭 가봐야겠다'라는 집착을 한다.
관광지도 아니고, 유명한 곳도 아닌데 숙제를 못 끝낸 기분을 버릴 수가 없다.
스위스 다보스(Davos) !!
다보스포럼(Davos Forum)이라는 걸출한 국제회의가 열리는 스위스의 작은 도시(마을?)이다.
기차를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 또 갈아타면서 밤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다보스에 들어올 때는 주변 풍경을 전혀 볼 수 없었지만, 아침의 창밖은 스위스 맞구나라는 생각을 주었다.
동네 어디를 둘러봐도 스키 슬로프가 많이 보였다.
지난 밤 기차 안에는 스키와 보드를 들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고,
기차에서 내려서는 스키를 타고 집에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곳이라서 특급 호텔들이 많이 있고,
다보스 철로(도르프역, 플라츠역)를 따라 나란히 놓인 도로와 그 위 언덕으로 놓인 메인 거리가
11자로 늘어지면서 도시를 구성하고 있었다.
다보스를 찾은 유일한 이유는 유럽에 와서 알게 된, 그리고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꼽는
키어히너의 박물관(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Ernst Ludwig Kirchner (1880~1938)
(키어히너 위키백과 링크) http://ko.wikipedia.org/wiki/에른스트_루트비히_키르히너
키어히너 미술관 앞마당
그런데 이 미술관이 언덕에 매우 조용하게 위치한다고 홈페이지에 써있더니 전혀 그렇지 않고,
다보스 도르프역과 플라츠역의 중간 길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미술관 앞으로 호텔도 있고, 버스도 다니고 해서 조용하지는 않았다.
안으로 들어갔는데 대뜸 학생이냐고 물어서 얼떨결에 그렇다고 했다. 성인은 12프랑, 학생은 5프랑.
아래 실내 사진 3컷은 각별히 허락을 받고 찍어왔다.
데스크를 지키던 할머니께서 키어히너와 관련된 내 질문에 답도 잘 해주셨고,
사진 찍는 것도 허락하면서 프레스(Press) 명찰까지 내주었다.
전시 구역은 3곳의 방과 복도...
키어히너의 회화가 한 방에 가득했고, 다른 방에도 키어히너의 스케치와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복도에는 키어히너의 인생과 예술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메인 복도 및 다른 한 곳의 방은 기획전시를 하는 곳이다.
독일 화가 키어히너의 작품 세계를 나(!)는 4기로 구분한다.
1기 : 드레스덴 공과대학 시절의 초기 회화
2기 : 베를린 다리파 시절의 회화(*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들)
3기 :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독일 남부 보덴 호수 인근에서 휴양하던 시기의 회화
4기 : 스위스 다보스로 이주한 이후의 회화와 조각품들
2기 작품을 보러 베를린 다리파 미술관을 힘들게 찾아갔을 때 문이 닫혀서
헛걸음을 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올랐고,
이곳 키어히너 미술관에는 4기, 다보스 시절의 명작들과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키어히너가 그린 다보스 풍경 및 기타 작품들을 보며 다보스 미술관은
한 사람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오면서 그의 대표 회화작품(Davos im Sommer, 1925)으로 만든 마우스 패드를 기념품으로 구입했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키어히너는 다보스 산속 아틀리에 밖에서 권총을 자신의 심장에 겨누고 자살하였다(1938.6.15).
미술관을 나와 다보스 도르프(마을) 쪽으로 열심히 이동 중
아래 마을쪽으로 내려와 스키가 일상의 교통수단인 곳에서 나도 눈을 밟으며 걷고, 또 걸었다.
다보스에 오기 전에는 다보스 호수(Davoser See)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호수가 아직 얼어있다는 핑계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흘낏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썬글을 안챙겨가서 눈이 너무 아파 많이 걷기도 좀 버거웠음 ^^)
아래는 모두 기차에서 찍은 사진들...
스키장이 밀집된 다보스에서 클로스터스(Klosters)까지의 풍경이 일품이었고,
이후 환승역인 란드크바르트(Landquart)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여전히 겨울이었다.
3월의 다보스 호수
리히텐슈타인으로 가기 위해서 기차를 갈아탔던 란드크바르트(Landquart)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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