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공항에 갔는데... 내가 타야할 비행기가 전광판에 안보이는 것이다.
루프트한자가 만든 저가항공사 저만윙스(Germanwings, 이하 독일날개) 말이다.
독일날개와 루프트한자 모두 전광판에 아예 없는 것이었다.
저렴하게 예약했던 호텔에서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아 인터넷 접속을 하지 않다가
비상용으로 가지고 갔던 아이패드를 꺼냈다. 허, 이것 봐라.
아일랜드에 도착했던 날 오후에 이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조종사 파업으로 떠나야 하는 날짜의 비행이 취소되었단다. 그럼 나는?
요럴(!) 때는 전화도 안해주고 이메일 하나 딸랑 보내서 통보하고 마는구나 싶어 화가 났다.
커스터머 서비스의 한 백인 여자가 약 1시간에 걸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독일날개와 통화를 몇 번 하고, 24시간 후에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루프트한자를 타겠느냐고 물었다.
그럼 어쩌라고? 그거라도 타야지... 프랑크푸르트에 내려서는 해당 항공사 데스크에 가서
원래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표를 받으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아울러 하루를 더 보낼 공항 인근의 칼튼인지 캘튼 호텔에 묵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었다.
거기서 저녁밥, 다음날 아침밥과 점심밥까지 먹는 조건으로 입실하였다.
나는 이런 사육시스템을 상당히 싫어하지만 다른 유연한 조건은 있을 수 없었다.
공항 인근의 호텔이 아무리 별을 많이 달고 있어도 다 그렇듯이
이건 뭐, 멍하니 사람 바보되는 것 같았다.
수 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착륙하는 다양한 색상의 비행기를 보고 있자니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를 웅얼거리듯 슬슬 정신이 방전되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내버스를 타고 더블린 시내에 '또' 나갔다.
더블린이 지겨웠는데 시간을 보내야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여행 중 독서도 자주 했고...
금요일 밤의 시내는 미친 젊은이들로 넘쳐났고, 이들은 신나서 미치지만 나는 지루해서 미쳐갔다.
정신없는 환경을 딱 싫어해서 술집도 조용할 때만 가는터라 미어터지는 술집들을 보고 있자니
전혀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더블린 거리가 사색하는 환경도 아니고 말이다.
템플바 거리에는 여러 락커들이 자리를 잡고 저마다의 노래를 불렀다.
원조 '템플 바' 술집
한 무리의 애들을 춤추게 만든 그룹이 있었으니...
아... 이 3명이 들려주는 곡은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Sultans of Swing !!!
(이하 간단히 술탄)
나도 멈추어 섰다. 술탄, 이 노래는 1978년 1집 앨범에 있는 곡인데
영국 사람들에게 1980년대 초반까지도 큰 사랑을 받은 노래이다.
내가 좋아하는 베스트 Rock 10곡 안에 들어가는 노래이기도 하다.
35년 전의 노래를 이렇게 길거리 라이브로 듣는 것도 아주 아주 아주 좋았다.
일반적으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노래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곡은 80년 3집 앨범에 있는
Romeo and Juliet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Skateaway이다.
문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루인지 이들의 라이브 앨범 3곳에서도
불러주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나의 베스트와 사람들의 베스트가 엇갈릴 때면 머쓱하다. ㅎㅎ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1978년 1집을 시작으로 1991년 6집까지 총 51개의 곡을 만들었다.
또한 1995년까지 3개의 라이브 앨범(비추천)을 낸 후에 해체되었다. 아쉽...
거짓말 안하고 이들의 노래 51개 중 싫은 노래가 없다.
요즘에도 51개를 무작위로 틀어놓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별개로 나의 베스트 락커는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아무튼, 술탄 노래가 나오자 나이가 많은 중장년의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그리고 술탄 노래가 끝나니까 아니나 다를까 로미오와 줄리엣을 불러달라는 요청이 들렸다.
아쉽게도 다음 곡은 락커들의 자작곡이었다.
이 그룹은 동전을 받지 않고, 자신들의 앨범을 팔고 있었다.
조종사들의 파업 덕분에 템플 바 거리에서 술탄을 듣다니 말이다.
지금 블로깅을 하면서도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노래를 계속 듣고 있다.
다음 날, 루프트한자 비행기는 정시보다 5분 일찍 이륙하였다.
짜증나는 문제는 다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발생.
루프트한자 서비스센터에서 집에 가는 기차표를 안끊어 주겠단다.
독일날개에서 그렇게 해주라는 말이 써있는 서류가 없다나 뭐라나. 독일의 서류질에 아주 질려간다.
기분이 나쁘면 외국어가 더 안들리고 의사소통도 잘 안된다.
결론은 내가 직접 기차표를 사고, 이후에 독일날개에 별도로 청구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럴 때는 두 회사가 딴 회사인듯 모른 척을 한다.
그렇다고 보상 받는 것이 빠르기를 하나? 지난 번에 독일철도청 기차표 보상은 3~4개월이 걸렸다.
그날 밤 늦게 집에 도착해서 씩씩거리며 독일날개(www.germanwings.com) 사이트에 접속했다.
오늘부로 조종사들의 파업이 끝났다는 메시지가 친절히 적혀 있었다.
놀리니? 내가 독일을 비운 동안만 딱 파업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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