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여행·소풍

아일랜드| 더블린(Dublin), 공포의 착륙

스콜라란 2013. 12. 23. 06:45


어느 여행지로 가기 전에 이렇게 문화적인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한 곳이 있었던가?

더블린(Dublin).


2시간의 비행에서 한적한 자리에 일찍 예약한 나는 '더블린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또 노력했다.

그러나 그 흐름을 깨기라도 하듯이 흘러가는듯 싶으면 딱 그자리에서 소설은 끝이 났다.

20년이 흘렀음에도 나의 문학적 소양은 늘지 않았음에 잠시 졸음이 쏟아졌다.

"같은 글을 반복해서 읽어도 이 지경이군", 쳇!


그리고 비행기는 착륙을 하겠다며 안전벨트 등을 켜버렸고,

언제나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는 나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고도는 낮아지는데 비행기는 갈 수록 뒤뚱거리더니 한쪽으로 확 쏠리는 느낌을 여러번 준다.

심장이 진정을 못하기 시작했다.

한 손을 앞의 의자에 기대고, 어지간하면 회항하던가 영국 땅에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일랜드의 불빛이 구름 사이로 가끔씩 보이다가 아예 보이지는 않았다.

심장이 정말로 뛰기 시작했다.

뭐, 다들 비슷했는지 웅성거림이 시작되었고 비행기는 겁나게 요동을 쳤다.

현지에 바람이 많이 분다는 이륙시의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싶었다.

기장이 무리하는 것은 아닐까?


언제 죽어도 상관은 없지만

사망자 명단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뉴스화되는 것은 싫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이름 모를 나무의 낙엽처럼 그렇게 죽고 싶은데

내 이름 석자가 엉뚱하게 알려지는 것은 상상만 해도 짜증난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착륙하면 "앞으로 가급적 비행기를 안타야겠다"고.


불규칙적인 요동이 계속 이어졌고, 고도를 낮추는 과정이 유난이 길었는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느꼈는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아주 심하게 쿵쾅거리며 활주로로 착륙을 시작했다.

바퀴가 땅에 닿으며 생전 듣도보도 못한 엄청난 굉음이 더 공포감을 주었고,

급정거(?)하는 느낌이 역력하도록 몸이 앞으로 한참을 확 쏠리면서 급히 멈춰버렸다. 

일제히 박수와 안도의 환호성!!

나도 큰 한숨 내쉬었으나 100m 결승선을 통과한 듯한 심장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승무원들도 꽤 놀랐는지 안내 방송의 멘트가 특별했다.


허둥지둥 나오면서 독일어로 승무원에게 인사를 하고, 짐을 찾았고, 

입국심사대로 걸어가며 진정도 할 겸 짧은 지식의 영어 모드로 변화시키는 중에

비 EU 여행자는 나밖에 없었는지 혼자서 덩그라니 아일랜드 직원 앞에 섰다.

영어를 쓰는 듯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기까지 했다. 

비 EU 회원국의 인간으로 이렇게 편리하기는 처음이었다.


공항에서 더블린 시내까지는 편리한 버스시스템으로 신속히 도착할 수 있었지만

더블린 시내 한복판에 내린 나는 아주 급속히 다시 질려버렸다. 이 번잡함과 인파.


숙소에서 짐을 풀고, 집에 3개나 있는 돼지코를 안가져와서 난감함에 빠졌다.

유럽에서 한번도 그 어댑터가 필요없었던지라 방심하고 챙길 생각도 안했던 것이다.

인근 가게에 가서 5유로씩이나 주고 비내리는 더블린 공기를 혼자 씩씩대며 덥혀버렸다.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었고, 아침에 강가에 나왔을 때

검은색의 철로 기둥을 보며 "참 아일랜드스럽지 않은가?"하고 혼자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는 유조차에 실린 기네스 맥주를 보며 "여기가 진짜 더블린이 맞구나"하며 정신이 바짝 들었다.

밤에 공항에서 더블린으로 오는 고속도로에서도 이런 차를 보고 혼자 웃었었다.

스케일이 다른 검은 알코올의 도시.





그리 잘 살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서도 물가가 너무 비싼 아일랜드.

이 변방에서 어떻게 하여 지금도 세계적인 문화인이 등장하고, 예술인들이 탄생하는 것일까?

더블린을 세계에 알린 제임스 조이스, 아일리시와 켈틱 음악에 빠지게 하는 그 향토적 매력 및

30년 전부터 음반만 냈다하면 전세계 국가 곳곳의 락 차트를 여전히 석권하는 U2 등등등등.

나도 2009년에 나온 U2의 정규앨범 12번째까지 모조리 가지고 있으며, 가끔 듣는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게 낭만에 빠져있을 곳이 아니었다.

신호등이 왜 있어야하는지 모르겠는 무질서와 무단횡단.

자기들도 복잡한지 어느 방향을 봐야한다는 안내문구는 나에게 퍽 다행이다만

이것이 결국 의미하는 것은 "아, 여기도 대책없는 도시구나!"라는 증명이었다. 






그냥 다들 빨간불에도 건너긴 하지만, 그래도 황당하게 신호등이 없는 곳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신호등을 찾은 후 파란불을 기다렸다.  큼지막한 버튼을 누르고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

옛날 오락실에서 너구리가 못에 찔리거나 뒷심이 부족해 도랑을 건너지못하고 추락할 때 

비참하게 질러대던 소리, "뿅~"이 자극적으로 크게 들린다. 도심 곳곳에서 뿅~ 뿅뿅뿅하고 윙윙댄다.

그런 소리가 잦아들면 갈매기 소리가 들려온다.

이것이 나를 맞이하는 더블린이 아니라, 내가 철저히 준비한 끝에 마주한 더블린이었다. 


이럴 줄 몰랐다.

지구과학적으로 봤을 때 대단한 가치를 지닌 신비한 지형의 섬나라, 아일랜드를

다음에 텐트 이고 또 와볼 생각이지만 나의 첫 더블린 여행은 이리도 정신없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