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 간단 후기 >
트라비(Trabi)를 아는가?
구 동독에서 생산했던 자동차다.
1989년 이맘 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독의 트라비가 줄지어 서독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그 때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트라비 자동차들의 문짝이 본체와 다른 색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 의미는 동독의 경제가 그만큼 좋지않았다는 것이다. 색이 맞지않아도 문짝을 바꿔 달 정도였으니까.
또한 독일 통일이 대단한 것 중 하나는 서독에서 동독을 흡수하면서 동독 사람들에게
동독의 화폐 가치를 따지지않고 서독 마르크로 1:1 교환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숙소의 아침에 창밖으로 트라비 매매상이 보였다.
지금은 생산되는 차가 아니지만 올드함의 가치가 남다른 유럽이기에 아직도 거래가 이루어지는듯 하다.
베를린 시내를 걷는데 건물이 심상치 않았다. 그간 너무 베를린에 대해서 무관심했던가?
성당 및 교회들의 모습이 고딕양식은 아니지만, 나름의 고풍스러움에 잠시 잠시 발길을 멈추게 되었다.
힐튼 호텔 앞에 있는 독일 대성당(Deutscher Dom),
그리고 아래는 성 헤드빅스 대성당(Saint Hedwigs-Kathedrale)
박물관 구역을 두르고 있는 슈프레 강
슈프레 강을 건너 베를린 대성당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유럽에서 와~하고 감탄사가 나오기는 쾰른대성당에 이어 두번째가 아닌가.
베를른 대성당을 둘러봤어야 했는데 미술관 일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냥 패스했고,
또한 여기가 유료관람이었기에 더 마음을 급히 정하였다.
베를린 대성당은 카톨릭이 아니고, 개신교 교회이다.
이번 여행에서 아주 안좋았던 한 가지는 박물관 구역을 두르는 강 일대와 도심이 온통 공사 중이었다는 점이다.
사진이야 모두 비껴 찍었을 뿐이고, 이 공사판으로 인해서 도보도 불편하고, 소음도 아주 거셌다.
박물관 구역에서 베를린 대성당과 함께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6번 구 박물관이다.
1번 보덴박물관은 세계대전 때 엄청나게 폭격을 당해 안에 있는 작품들이 거의 파괴되었다고 한다.
2번 페르가몬 박물관은 세계적 명소와 유물을 똑같이 만들어두어 전시하는 아주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평가하는 내 기준에서는 좀 납득이 되지않아 패스했다.
4번 신 박물관도 제외하고, 내가 목표로 한 곳은 5번 구 국립미술관(Alte Nationalgalerie)이다.
19세기 회화 작품들을 소중히 모아둔 곳이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이 구 동독 지역이라는 것이고, 문화적인 보고는 동유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반증한다.
6번 구 박물관
4번 신 박물관과 2번 페르가몬 박물관
독일 내 세계적인 미술관이라 할 수 있는 국립 미술관의 방문은 베를린 여행에서 첫번째 여정지였고,
10시에 오픈할 때 견학 온 꼬맹이들과 함께 가장 먼저 들어갔다.
박물관 구역에서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걷는 일직선의 길은 생각보다 길지않았다.
중간에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건물에 잠시 들어갔고,
이후에 이런 곳들이 베를린에 여럿 있음이 매우 인상깊었다.
독일 최초의 대학, 훔볼트 대학교
낮에 보는 브란덴부르크 문은 밤보다 더 작게 느껴졌다.
문을 경계로 통일 전에 이쪽은 동독 지역이었고, 예전에 서독 사람들은 말의 꽁지 부분,
즉 문의 뒤쪽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말들을 히틀러가 파괴했던 것을 다시 조각하여 올렸다고 한다.
히틀러는 참 꼼꼼히도 여러 문화를 많이 없애버렸다.
때마침 앞을 지나는 트라비 두 대를 보게 되었다.
아침에 본 중고차 매매상에서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추측해본다.
제국의사당(현 연방 의회)의 돔(Reichstagskuppel)은 내가 올라가고 싶다고 해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건너편에 입장을 예약하는 부스가 있었고, 그늘에서 40분 정도를 서있느라 몸이 으스스 추워졌다.
미술관 일정으로 인해서 결국 해지기 전에 관람을 하지 않고, 밤 8시 30분에 입장하는 것으로 예약을 했다.
전광판을 보아하니 그나마 비수기이니까 예약이 가능했던 것 같다.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하고 그 신분증을 꼼꼼히 보고, 컴퓨터에 입력하더니 출력된 안내문을 주었다.
이 종이와 신분증을 꼭 갖고 와야한단다.
그리고 이 유리 돔이 이번 베를린 여행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의사당 돔 방문을 예약한 후 공원길을 잠시 걷다가 또 하나의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물을 보게 되었다.
독일의 철저한 역사적 반성... 그래, 반성을 안할 수도 없을 것이다.
독일도 살아야 하니까!
그 목적이 순수하던,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건 이런 곳들이 자주 눈에 띈다는 것은
독일 국민들에게 상당한 교육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브란덴부르크 문과 포츠담 광장 사이에 한 블럭 전체에 드리워놓은 이 조형물은
나치로 인해서 희생된 유럽의 유태인들을 기리는 조형물이다.
미국 뉴욕의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이 디자인하였으며
2,711개의 콘크리트 조각을 배치하여 2005년에 공식적으로 개방하였다.
이 사이를 한참 걸어다녔다.
바닥에도 굴곡을 두어 오르락 내리락 걷게 되어있고, 답~답~하면서도 마음을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나에게는 동서남북 어디로든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어디로 나가야할지 계속 고민하게 되었다.
베를린 필하모니 방향으로 건다가 지난 밤에도 느꼈지만 소니가 엄청나게 이곳에 공을 들였음을 보게 되었다.
소니센터라고 되어있는 건물이 포츠담 광장 근방에서는 유명한 곳이었다.
그 옆으로 베를린 필하모니 건물이 있었고, 옆에 있는 악기박물관을 둘러보지 못한 것도
베를린 성당만큼이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적 명성의 베를린 필하모니
베를린 회화미술관에 들어가서 배고픔을 덜어줄 감사한 식사를 하였고, 회화 감상을 하였다.
그런데 역시 하루에 미술관을 두 탕 뛴다는 것은 내 머리에 한계를 가벼왔다. 과부하...
앞으로는 더 질적인 여행을 하도록 해야겠다.
밤에 숙소를 나와 30분을 천천히 걸어 제국의사당 앞에 도착했다.
신분증을 보더니 A4용지에 출력된 종이의 내 이름칸에 체크를 하였고, 공항에서와 동일한 검색을 받았으며,
이곳 직원들의 인솔/통제 아래 이중문을 지나 엘리베이터 앞까지 인도되었고, 유리 돔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중간 과정도 그러했고, 돔 앞에 섰을 때... 나, 정말 감동했다.
독일의 건축은 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선 이곳이 실내가 아니었다는 점이 의외였고, 그래서 다시 옷을 단단히 여미면서 추위는 참을만 했다.
돔 안에서 천천이 오르고 비껴 내려라는 질서 정연함이 깔끔했으며,
밑을 내려다봤을 때 TV 정치 뉴스에서 보던 그 회의장이 보이는 점이 참으로 괜찮았다.
제국의사당이라는 곳인 예전 제국주의 시대에 권력이 집중되던 곳이었다.
그러던 독일이 공화국이 되었고,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총리를 선출하고,
그 안에서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잘 펼쳐나가고 있다.
국가 최고 정치인들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하는 이 유리 구조가 새삼 의미깊게 느껴졌다.
여의도 안에 있는 우리의 국회의사당을 보라. 가끔은 개그 콘서트장이 아닐 수 없지않는가?
1999년에 독일 연방 의회(Bundestag)가 본(Bonn)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꼭대기의 천장도 뚫려 있었고, 이곳에서 눈을 맞으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했다.
브란덴브르크 문, 그리고 정면의 불 밝힌 고층 사각 건물은 독일철도청(DB) 본사,
옆 파란색 불빛이 있는 곳이 소니센터
멀리 사진의 오른쪽 부분이 베를린 중앙역인데, 내가 이곳을 처음 보게 된 것도 언제가 저 역에서였다.
기차가 무한 정차되면서 예정에도 없던 베를린에서 환승을 한 적이 있었다.
환승까지 1시간 반을 기다리면서 밖을 두리번 거릴 때 멀리서 이 돔을 봤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곳을 실제로 올라와 보니까, 내가 만일 사람들을 데리고 베를린 여행을 가이드한다면
여기에 사람들을 꼭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혀 모양의 구조물은 회의장을 내려다봤을 때
앞부분의 중요한 사람들(총리, 의장 등)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닐지, '추측'해 보았다.
저 부분에서는 내려다봐도 회의장 앞 부분이 보이지를 않았다.
돔 옆에 카페(위)도 있었다. 누군가를 동반했다면 맥주라도 한잔 했을 듯.
돔에서는 무한 자유지만, 내려갈 때는 또 통제를 받는다.
단체팀이 오면서 너무 시끄러워졌고, 나는 감동을 안고 내려왔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으며, 1층 이중문을 지날 때는 유리관 안의 공무원에게 작별 인사까지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을 무료로 이렇게 개방한다는 것이 너무 괜찮은 것 같다.
혼자 내려오면서 베를린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고,
다음에 또 베를린에 갈 수 있으면 옆 동네 포츠담에도 가볼 생각이다.
오전 9시부터 휘젖고 다닌 메인 동선
요즘 베를린이 소매치기가 문제가 되긴 하는 것 같다.
그냥 틀어놓은 아침뉴스에서 앉아있는 사람의 핸드폰을 낚아 채가는 CCTV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거 훔쳐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것인지, 한심함의 극치다.
베를린 여자들을 인터뷰했는데 어지간하면 핸드폰을 꺼내서 오래 들고 있지 않는단다.
그리고 바람난 토니 블레어, 영국을 발칵 뒤집은 그 남자 때문에 마시던 요구르트를 뿜을 뻔 했다.
섬나라 남자의 근성과 '색' 경력이 화려한 대륙의 여자가 제대로 만나서 불륜을 일으켰더라...
그냥 괜찮은 정치인으로 남을 것이지, 뭐하러 그 욕망 때문에 인생 전체가 이리 망신을 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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