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의 더블린에서 해가 지는 시간은 4시 10분경이다.
오후에 Pearse 역을 보며 바다도 보자는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
남쪽으로 갈 것이냐, 북쪽으로 갈 것이냐의 망설임 속에서 북쪽 호스(Howth)로 결정.
왕복 5유로 정도의 차표를 끊어서 도심을 벗어나는 기차를 탔는데
더블린 도심 외곽의 모습은 버스에서도 기차에서도 역시 우울했다.
30분도 안 달린 것 같은데 종착역인 Howth 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내리자마자 더블린 사람들은 역 앞에 있는 어시장으로 모두 들어가며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항구에서 보이는 예쁜 바다 색에 좋아라하며 걸었다.
더블린에서 경험하는 아일랜드 어촌 마을인 셈이다.
방파제 둑길로 생선 요리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생선 스프를 하나 먹을 생각을 해두면서 좀 걷는데 바람이 다시 마구 마구 불어왔다.
사진의 바닷물이 뒤집어지는 것을 보면 이 바람의 세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방파제 너머의 섬이 보이는 지점에 왔을 때 그쪽 하늘은 이미 변해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아일랜드의 해양성 기후를 정말 호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구름은 곧 엄청난 바람과 함께 눈을 내려 주시고...
이래서 영국/스콧/아일랜드에서는 무릎까지 내려오고, 목의 깃을 세울 수 있는
가제트 형사의 바바리(?) 코트가 필요하구나!
겉은 모직이 아니고, 엄청난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방수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코트에는 필히 챙있는 모자를 같이 매치하는 그 패션을 정말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비바람에는 우산을 쓸 수가 없으니 급히 옷깃을 여민 후
푹 눌러 쓴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한 손으로 잡고 걷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부들의 고기잡이 배들은 우리의 어촌에서 보는 일관된 색상과는 다르게 알록달록했다.
시껍하게 만드는 눈과 비바람을 피해 나도 작은 어시장으로 일단 몸을 숨겼다.
싱~싱~한 해산물을 사고는 싶은데 조리를 할 수는 없어서
포장된 게다리살과 연어를 샀다. 그 밤에 기네스의 훌륭한 안주가 되었고...
마을도 멋있었고, 바다도 참 수려했는데, 날씨를 탓하면서 해지기 전에 철수했다.
이 마을을 유유자적 걷다가 저녁을 먹고 더블린 시내로 들어오려던 급행 계획은 무산.
아쉽다.
얼음처럼 차가울테지만 옥처럼 빛나던 바다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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