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박물관 섬에 있는 구 국립미술관이 19세기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면
이곳, 국립 회화관은 중세부터 18세기까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독일 내 세계적 수준의 주요 미술관 5개 중 하나에 해당되며
독일 통일 이후인 1998년에 이곳에 작품을 모아서 전시하게 되었다.
소장 작품들은 처음에 대 선제후와 프리드리히 2세 국왕의 것들이었으며
19세기부터는 외국의 작품들이 전문가들에 의해서 구입되었고
현재 약 1,5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네델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미술관은 베를린 필하모니 쪽에서도 진입이 가능하며 건축물이 보여주는 미적 가치는 높지않지만
전시관 내부의 천장으로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조명에 신경을 써서 설계되었다.
좀 도서관 같다는 느낌을 받는 곳이었고, 안에 있는 식당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운영 중이었다.
단층에 넓게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기획전은 별로로 열린다.
한 바퀴를 돌면서 관람이 가능하고, 중앙의 대형 홀은 비워두었다.
Walter De Maria Albany, (California 1935 - 2013 LA), Brunnenskulptur. “The 5-7-9-Series”
Hans Holbein d.J. (1497-1543), Der Kaufmann Georg Gisez 1532
가장 먼저 눈의 띈 작품은 독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한스 홀바인의 '상인 게오르그 그리츠'의 초상화였다.
이 화가의 초상화는 심리를 읽을 수 있게 한다는 미술사의 내용이 기억났고,
나는 그림 속의 세부적인 묘사를 관찰하려고 노력(!)하였다.
Pieter Bruegel d.Ä. (1527 - 1569), Die niederländischen Sprichwörter 1559
네델란드 속담을 표현한 브뤼겔의 작품 속 장면들은 우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Pieter Bruegel d.J. (1564-1638), Die Kreuztragung 1606
Pieter Bruegel d.Ä.의 아들이 그린 이 작품은 '십자가를 진 예수'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뤼셀 왕립 미술관에서도 생각했지만 유명 화가였던 브뤼겔 가문의 작품을
아버지와 아들 것 모두 전시하는 것이 미술 공부에 좋은 것 같다.
Lucas van Valckenborch (Löwen 1535 - 97 Frankfurt am Main), Der Winter 1595
플랑드르 르네상스 풍경화 장르의 화가 중 한 명이었던 루카스 반 발켄브로히의 작품,
'겨울'은 개인 소장가에게서 빌려와 전시 중이었다.
매우 소중한 그림인데 이렇게 볼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Hendrick Cornelisz Vroom (약 1566 -1640),
Holländischer Dreimaster vor der Einfahrt in den Sund bei Schloß Kronborg 1614
Aert van der Beer (1603/4-1677), Winterlandschaft mit Schlittschuhläufern 약 1655/60
플랑드르 화가들의 작품에는 겨울을 묘사하는 그림들이 많다.
서민들의 노는 장면이 추워보이지 않고, 생기 발랄하며, 웃음 짓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렘브란트의 유명 작품들이 여럿 전시 중이었고, 이웃 나라에서 대여한 그림들도 많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카날레토의 작품들을 10점 정도 만날 수 있었다.
풍경화 및 운하를 주로 그린 화가들, 카날레토는 개인적으로 연구 대상이다.
지오반니 안토니오 카날(Giovanni Antonio Canal, 베니스 1697-1768 베니스)을
사람들은 카날레토(Canaletto)라고 불렀다.
왼쪽 작품 Giovanni Antonio Canal (1697 - 1768), Der Campo di Rialto 약 1758-63
Der Canal Grande mit Blick in südöstlicher Richtung auf die Rialtobrücke 약 1758-63
리알도 다리의 남동쪽에서 바라보는 대운하
La Vigilia di S. Marta 약 1758-63 La Vigilia di S. Marta 약 1758-63
마을의 야경을 담은 그림은, 즉 밤을 그린 카날레토의 그림은 이 미술관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Rafaello Santi (1483 - 1520), Maria mit dem Kind 약 1502
간단히 라파엘(Raffael)이라고 부르는 라파엘로 싼티의 성모마리아 작품,
생각보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그냥 지나칠 뻔 했다.
Alessandro Bonvicino (약 1498-1554), Die Anbetung der Hirten 약 1540/45
카날레토 처럼 간단히 모레토(Moretto)라고 불리는 화가의 작품은
갓 태어난 예수를 숭배하는 양치기의 모습을 담고 있다.
국립 미술관 정도 되는데도 영어 제목이나 설명이 없는 것은 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영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긴 하지만
오디오 듣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필요할 듯 하다.
마지막으로 이 미술관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 중의 하나를 유심히 보고 나왔다.
Lucas Cranach d.Ä. (1472 - 1553), Der Jungbrunnen 1546
독일 화가 크라나흐는 홀바인, 뒤러 함께 독일 르네상스 회화를 대표한다.
화가의 그림은 신화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뭔가 웃긴 표현을 하고 있다.
분수 위 비너스 조각상이나 젊은 여자들의 누드 모습도 많이 유머러스하다.
왼쪽의 마차에 실려온 병든 여자들이 옷을 벗고, 샘에 들어가 목욕을 한 후 오른쪽 천막으로 들어간다.
분수를 기준으로 왼쪽의 여자들 머리는 백발에다 피부색도 탁하지만
오른쪽 사람들은 붉은 머리에 살색의 뽀송한 피부를 띄고 있다.
이 미술관에서 관람을 시작하며 브뤼겔의 네델란드 속담을 그린 작품에서도 웃었는데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서 혼자 크게 웃고 말았다. ㅋㅋㅋ
오른쪽 위를 보면 옷을 갈아입고 나온 여자들이 대기하던 남자를 만나고
결국 춤추며 먹고 논다. 인생사, 참 단순하다. ㅎㅎㅎㅎ
그래서 원제목인 '청춘의 샘'이 아니라 '회춘의 샘'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수도 있겠다는 미술사 서적들의 내용을 나도 납득하게 되었다.
크라나흐는 현실보다는 인간 내면의 어떤 바램을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가 아니었을까?
베를린 국립 회회관에는 많은 명작들이 있다.
중세시대의 그림을 잘 읽어내지 못하는 관람객 1인, 즉 내 지식의 부족과
방문했던 날의 체력적인 한계로 인하여 간단한 미술관 소개 및 관람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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