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텔담 중앙역
네델란드의 대표적인 미술관이 약 4곳 정도 있는데 그 중에서 암스텔담 국립미술관(Rijks Museum)은
암스텔담에 있다는 위치적 이유 및 왕실과 귀족의 유물을 전시하고, 네델란드의 역사 박물관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술관 외의 박물관 성격으로 보자면 네델란드의 대표적인 '관'이다.
암스텔담 시내가 촘촘한 운하로 인해서 항상 복잡하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에 운하를 기준으로 길을 찾아들어가다보니 복잡했던 시내가 단순하게 파악되었다.
거의 직진에 가까운 도보를 통해서 천천히 국립미술관까지 걸어갔다.
시내의 담 광장은 언제나 뭔가를 하는 중이어서 훤하게 비어있는 모습을 좀 보고 싶다.
운하를 끼고 한번 왼쪽으로 꺽어지면 작은 상가길 사이로 정면에 국립미술관이 보인다.
1885년부터 국립미술관의 역할을 한 이 건물은 2000년도에 네델란드 의회에서 재건축(리모델링)을
결정하여 2004년부터 공사에 들어갔고 2012년에 재개관하였다. 재건축을 통해서 ㅁ자 형태의
건물 안쪽을 유리 지붕으로 덮었고 카페, 기념품점, 티켓구입, 짐 맡기는 곳 등의 실내 공간을
크게 확보하였다. 그리고 미술관 내부의 인테리어를 격조 높은 디자인으로 향상시켰다.
국립미술관 뒤쪽의 공원을 가로지르면 고흐미술관으로 바로 갈 수 있고,
주변은 잘 정돈되어 깔끔한 암스텔담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내로 들어서면 리모델링의 가장 큰 축이었던 유리천장으로 덮힌 공간으로 들어간다.
전시영역은 크게 8가지 구역으로 구분된다.
지하층 : 특별전시관, 1100~1600년대 성화 작품
1층 : 1700~1800년, 1800~1900년대 작품
2층 : 1600~1650년, 1650~1700년대 작품
3층 : 1900~1950년, 1950~2000년대 작품
미술관으로서의 하이라이트는
1층에서 접하는 네델란드 인상주의 작품들과 이 미술관의 가장 큰 작품은 '워터루',
그리고 단연 압권은 2층에서 만나는 렘브란트의 '나이트 워치'와 네델란드 황금기 예술이다.
1층
미술관보다는 역사 박물관의 성격이 강한 곳이고,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게 잘 치장되어 있었다.
어디서든 왕족과 귀족들의 각종 유품들은 너무도 화려한 것이 사실이다.
미술관에서 가장 큰 작품이었던 '워터루 전쟁(1824년)' 앞...
미술관의 하이라이트인 2층.
아래의 홀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 정면에 네델란드의 위대한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이 있고
비수기 평일에도 이리 사람들이 많음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
미술관 최고의 소장품, 1642년 렘브란트의 작품이며 '나이트 워치'라는 애칭이 붙은 작품이다.
이 홀은 참, 참, 참... 사람들이 붐볐다. 조용한 관람이라는 것은 불가능함을 알았다.
Militia Company of District VIII under the Command of Captain Roelof Bocker Bar (1643),
Bartholomeus van der Helst(1613-70)의 작품
Militia Company of District XI under the Command of Captain Reynier Reael (1637),
Frans Hals(약 1582-1666)과 Pieter Codde(1599-1678)의 작품
The Regents of the Spinhuis and Nieuwe Werkhuis, Amsterdam (1669),
Karel Dujardin(1626-78)의 작품
3층 현대미술관 부분은 공간이 협소하기도 했고 비교적 한산했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작품과 그 후 네델란드 경제재건의 일면을 보여주는 비디오 작품이 눈에 띄였다.
Aircraft FK 25 Bantam (1918)
1차 세계대전 중 Frits Koolhoven가 설계한 영국 왕실의 공군전투기였으나
실제로 전쟁에서 활약하지는 못했던 시험 비행기.
지하층의 특별 전시관과 성화 미술관 부분은 어두운 조명 아래, 더 화려해 보이는 작품들과 특별 수집품들이 가득했다.
거북선 하나로 버티는 우리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세계를 정복하러 떠났던 자들과 왜적을 방어하는데 여념이 없었던 우리의 차이일까?
1520년경의 목공예, 왼쪽부터 Christ in the House of Mary and Martha,
The Last Supper, The Supper at Emmaus
* * * * *
질적인 감상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고, 시끄러운 미술관을 한번 둘러본 후 좀 쉬다가 몇몇 작품만 다시 보러 올라갔다.
회화 작품 위주의 미술관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곳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나가기에는 좀 아쉬움이 남을 듯 하여 다시 인파 속으로...
Militiamen from Precinct II under Captain Frans Banninck Cocq (1642),
Rembrandt Harmensz van Rijn(1606-1669)의 작품
위의 나이트 워치(야경꾼)라는 애칭이 붙은 작품을 그리던 당시에는 유명 화가들에게 집단 초상화에 대한
요구가 많았던 시절이었다. 렘브란트도 암스텔담 군인들(Militiamen)의 주문을 받고
상상이 가미된 소설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렘브란트는 기존의 관습을 깨버린다.
대장 정도의 지위라면 앉아있는 자세의 그림으로 그렸을텐데 렘브란트는 사령관 Frans Banninck Cocq와
부사령관 Willen van Ruytenburch를 그림의 전면에 세워두고, 어떤 명령을 전달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렘브란트는 세부적인 묘사를 중요시했다. 사령관의 손 동작 등이 그러하고, 환하게 빛나는 소녀
또는 트럼 치는 사람과 같은 군인들의 마스코트를 그림에 배치하였다. 관습을 깨는 렘브란트의 그림이
그래서 당시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훗날 밤을 배경으로 한 이 그림에 나이트 워치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역사상 매우 위대한 그림 중 하나로 재평가 받게 되었다.
The Entry of the French Ambassador in Venice in 1706 (1706-08),
Luca Carlevarijs (1665-1731)의 작품
미술사 책에도 가끔 나오는 유명한 작품인데, 앞의 장식품으로 인해서 가리워져 아쉬웠다.
여긴 네델란드 국립미술관이다보니 이탈리아의 작품은 변방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View of the Paris Quay and the Cathedral at Rouen (1839), Johannes Bosboom(1817-91)의 작품
이번에 네델란드 헤이그 출생의 요한네스 보스붐의 작품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위의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다. 14살 때부터 그림을 시작했던 화가는 이후에 독일로 가서
뒤셀도르프, 쾰른, 코블렌츠의 풍경도 그렸고, 1839년에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서 위 작품을 남겼다.
평면적이면서도 뒤쪽 성당의 흐릿함을 통한 원근감이 출중한 너무 아름다운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Morning Ride along the Beach (1876), Anton Mauve(1838-88)의 작품
동물과 사람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던 네델란드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안톤 모베는
사촌의 남편이었던 고흐에게도 영향을 많이 미쳤고, 위 그림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
Fishing Pinks in Breaking Waves (1875-85), Hendrik Willem Mesdag(1831-1915)의 작품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네델란드 화가인데, 이 화가의 바다와 어부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집에 와서 자료를 좀 찾아보니까 사진 찍어 온 작품이 대표작 중 하나였다. 역시 사람들의 눈은 다 비슷한가 보다...
The Battle of Waterloo (1824), Jan Willem Pieneman(1779-1853)의 작품
1815년 나폴레옹은 워터루 전쟁에서 마지막으로 패배하였다. 이 그림에는 각 인물에 대한 묘사가 있다.
왼쪽 아래 들것에 실려있는 사람이 네델란드 왕자인 윌리엄(William II) 2세이고, 이후에 네델란드의 왕이 된다.
중앙의 말을 탄 사람이 네델란드 웰링턴 황태자, 그 오른쪽이 영국 사령관 등이다.
미술관의 가장 큰 작품에서는 전쟁의 전환점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좀 공간이 좁다. 더 넓은 곳에 걸어두었다면 관람하기에 좋았을텐데 조명도 그림에 직접 비추고,
뒤로 물러서자니 다른 작품들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앞 의자에 앉아 고개를 들고 보기에도 뭔가 좀 답답하고...
다른 훌륭한 작품들도 많지만 사람에 치인 나는 마지막으로 이 미술관에서 처음에 접했던 고흐의 작은 작품 3개를
감상하고 나갔다. 인근에 고흐미술관이 따로 있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흐가 주로 활동했던 곳은
네델란드가 아니었고, 그의 살아생전에는 네델란드에서 그의 그림을 높게 평가하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왜 암스텔담의 고흐미술관이 세계적이고 훌륭한 미술관으로 평가받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다.
박물관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고흐미술관을 세계의 주요 미술관으로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글쎄...
고흐의 이름만 딴... 미술관? 정도가 아닐까.
내가 암스텔담에 처음 방문했을 때 찾아갔던 곳이기도 했지만... 전문가는 아니니 이 정도로...
고흐의 세 그림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
근처에 앉아있다가 비교적 한가할 때마다 한번씩 걸어가서 들여다 봤다.
Farm Cottage (1890), Vincent van Gogh(1853-1890)
Self-Portrait (1887), Vincent van Gogh(1853-1890)
Almond Tree in Bloom (1888), Vincent van Gogh(1853-1890)
회화 작품에 대한 아쉬움과 복합 박물관의 성격에 대한 아리송함을 남겨두고 나는 떠난다...
밤에 되면서 시내는 화려하게 변하고 있었고, 중앙역(아래)도 멋드러지게 크리스마스 분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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