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키고, 조용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으나 막상 독일에 와서 며칠
후에 여지없이 이 편견이 깨지고야 말았습니다. 특히 기차에서...
토요일 아침 8시에 탑승한 기차는 브레멘으로 향하는 것이었고, 연말에 더블린을 가볼까하는
계획을 확정하려는 중이라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기차에서 읽을 계획이었습니다.
독일에서 나는 거의 15년 이상 손 놓았던 소설을 다시 읽게 되었고, 어렸을 때의 그 감회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얻으며, 이런 감성을 매우 즐기는 중입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은
난해합니다. 그러므로 특히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릴 때 읽었던 번역서와는 다른
번역자의 책을 e북에 담아서 기차 속 3시간을 적절히 때우려고 했으나, 몇몇 단체 손님들이
더러 있는 탓에 기차는 무자게 시끄러웠습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술을 마시는 것이 독일에서는
낯설지 않은 일이고, 이런 무리들은 의례 그렇듯이 샴페인과 와인류를 손에 들고 탑승합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컵에 나누어 마십니다. 목소리 높힌 대화들에 이어 각자의 트렁크에서 꺼낸
치즈와 소시지 등을 씹어댑니다. 아~ 시끄럽다, 아줌마와 아저씨들 모두.
이들이 손에 든 여행책자는 브레멘(Bremen)입니다. 나와 같이 내리는 것이고, 이로 인해
온전히 이 소음에 갇혀버렸습니다. 나는 인간의 오감 중 들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장
크게 느끼는 탓에 파란 하늘의 청명한 아침부터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시끄러우면 자리를
옮기곤 하는데 지난 토요일은 만석이었습니다. 옆자리 아저씨는 비만이라서 잠자고 있는
그의 살들이 내 자리로 슬슬 밀려왔고, 술을 그리 먹으니 화장실도 자주가는지 통로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딛치지 않으려 내 몸은 오그라 들었습니다.
독일 최악의 기차는 금요일에 축구 응원하러 가는 인간 떼거지들이 탑승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기차는 한마디로 완전 개판입니다. 술? 물이죠! 그리고 뭉쳐진 팀의 용기는 목놓아
응원가를 부르는 것으로 기차를 개차반으로 만듭니다. 아, 정신의 완전 얼얼함은 이런 상황일
것입니다. 혼자서는 절대 못할 일을 여럿이 모였을 때 주변인은 아랑곳하지않고 해버리는
인간류들을 나는 좀 경멸합니다. 무리의 천박함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대각선 건너편에서 공부를 하던 한 대학생도 나와 같은 고민에 빠졌는지 귀에 이어폰을 꼽았고,
나도 한국 가요에 심취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독일에서 느낀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소설화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내가 꼭 단편 소설 또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자전적인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에피소드처럼 독일 사람들에 대한 소재를 바탕으로
단편 소설집을 내고 싶다는 이상한 욕구가 생겼습니다. 이름하여,
도길 사람들!
내 구상에 대하여 제임스 조이스가 하늘에서 웃던가 말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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