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주 열심히 자전거를 휘젖고 다니다가
멀리서 축구 연습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서유럽에는 워낙 이런 축구 연습장이 많아서 항상 예사롭지않게 지나쳤었는데
오늘은 하부 리그(5, 6부 리그?) 경기라도 있나 싶어서 가까히 가봤더니
이 지역의 대표 축구팀 공개 훈련 중이었답니다.
작년에 2부 리그로 강등되었는데 이번에 다시 1부 리그로 올라간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2부 리그로 강등이 결정된 패전 경기가 끝날 때 관중석에서 통제불능의 쌩 난리가 났었고,
그 와중에 폭죽같은 것이 무섭게 터지면서 홈팬 두 명인가가 사망하는 사고가 났었습니다.
우승하기 위해 이쪽 팀으로 이적했다는 독일의 유명 선수가 슬픔에 못이겨 통곡하는 얼굴이
다음날 대문짝만하게 지역 신문에 실렸었습니다.
아무튼 그 팀의 공개 훈련 모습을 오늘 저도 물끄러미 보게 되었습니다.
이 연습장이 이 도시의 대표 축구팀 전용 연습장인 것도 오늘 처음 알았네요.
자세히 보면 선수들이 팬들에게 사인도 해주고, 대화도 하고 그럽니다.
훈련에도 이렇게 많은 팬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독일의 축구 열기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 안에 독일 국가대표는 몇 명이나 있을까요?
사진 찍는 저를 쳐다보는 골키퍼가 제일 훤칠하니 잘 생겼더군요. 나머지는 그냥 올망졸망하고,
독일 축구가 이제는 순혈주의에서 많이 벗어난 탓인지 아랍계 선수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서유럽의 잔디는 정말 일품입니다.
이곳은 상위 리그 팀의 연습장이라서 관리가 더 잘 되어 있겠지만
일반 공원에서도 정말 좋은 잔디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연습장에서는 꼬마들이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어 다닙니다.
환경... 참 좋죠?
양질의 물리적인 여건 외에도, 보고 배운다는 것이 이런 광경 아닐까요?
지역의 최상위 축구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고, 그 옆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있는 필드는 특별히 통제도 하지않아서 비어있을 때 누구나 들어가서 운동할 수 있습니다.
생활체육 선진국에서 오늘도 복지의 한 측면을 '관찰'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망할 놈의 망원렌즈, 사진이 아주 그지같네요. 역시 난 광각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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