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무리 발전한다한들 또는 세상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겉모습은 크게 발전도 변화도 하지않는 사람, 분야 등등의 그 무엇이 있습니다.
한국 교육계의 '겉'모습은 세상의 변화에 매우 빠르게 적응해 나갑니다.
대학은 앞다투어 최신 설비로 꾸미는 것이 대학평가와 발전에서의 우위인듯 싶고,
그러한 모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합니다. 그것을 제가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꿀 때가 되어 새로운 IT로 바꿔가고, 그래서 학습 효과를 높힌다면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IT의 대표 기기인 컴퓨터의 발전은 수학의 발전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응용수학이라는 학과가 등장했었고, 이후에 컴퓨터를 도구로 하는
전산학과와 컴퓨터 그 자체를 탐구하는 컴퓨터 공학과가 생겨났습니다.
기타 모든 학과에서 컴퓨터 없이는 연구도 교수도 학생들의 공부도 불가능합니다.
컴퓨터 없이는 무엇도 계산할 수 없기에 맹목적으로 통계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하고
한번씩 자문하게 됩니다. '이 계산 속에 내포된 개념을 제대로 알기는 하는가?'
몇년 전에 여러 전공 선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한학을 공부하는 분에게
그쪽의 교수매체는 주로 어떤 것을 활용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한문을 가르치시는 분 왈, "칠판과 분필, 그리고 회초리죠."
주로 어떤 교수법을 활용하시냐는 물음에 들려온 대답은... "서당스타일이지요."
적절한 사진을 PPT에 삽입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던 저도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과연 그것이 최고의 학습효과를 유발했었나... 아니었습니다.
그런 방법도 필요했지만 칠판도 필요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OHP가 적절할 때도 있었고,
어느 때에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때도 있었습니다.
여기... 교육공학을 비웃기라도 하는듯한 과목, 수학이 있습니다.
공학의 기초이고, 자연과학의 뿌리이며, 경제학자들이 노벨상을 타는데에 기여하지만
수학자들은 여전히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며 생각하고,
수학 선생들의 플레이그라운드는 칠판, 그리고 그들의 무기는 큰 목소리와 분필.
선생은 칠판에 열심히 쓰고, 학생들을 노트에 옮겨적기를 반복합니다.
컴퓨터의 발전을 이끈 수학, 역으로 수학의 계산을 돕고 있는 컴퓨터라는 고속 계산기.
그러나, 교수에 필요한 도구는 여전히 칠판과 분필입니다.
학생들에게도 최소의 학용품인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됩니다. 얼마나 간편한 분야인가요?
문제를 풀고, 증명만 해낸다면 시험을 앞두고 추가 공부도 필요없이 여유를 부릴 수 과목.
참, 깔끔한 과목이라는 개인 평을 내립니다.
그러나 수업 중 선생에게는 노동을 요합니다.
학생이 대신 칠판을 닦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선생의 몫입니다.
칠판 지우기!!
독일 대학의 강의실을 처음 구경(?)했을 때 너무나 낯선 광경이 있었습니다.
칠판 아래에 놓여진 물양동이와 걸레. 걸레에 물을 적셔 칠판의 분필자국을 닦아냅니다.
그렇게 닦아낸 칠판이 마르면 희뿌연 자국이 남습니다. 수업을 했다는 증거?
수학 과목에서 칠판 닦는 모습은 볼만합니다.
모 대학의 모든 강의실 한켠에는 개수대가 있고,
쉬는 시간에 선생은 긴 걸레에 물을 적신 후 칠판을 닦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터라 덕분에 분필 가루는 날리지 않습니다.
물로 닦아낸 칠판은 물이 마르기 전에 자동차에 달린 듯한 와이퍼로 물기를 밀어냅니다.
이것이 핵심!!
물기를 쫘~악 걷어내면 정말 깨끗한 칠판만 납습니다.
9개 칠판을 모두 닦는데 걸리는 평균시간은 10~12분. 이후 다시 9개의 칠판에 가득 적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모두 떠났지만 선생은 또 9개의 칠판을 모두 지우고 나서야 퇴장.
40cm 정도 길이의 걸레와 와이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선생.
수업 후 칠판을 지우지않고 나가는 선생은 예의가 없는 사람입니다.
다음 수업을 하러 들어오는 선생이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바탕 닦아야 할
'칠판 지우기'라는 일꺼리 또는 수학의 핵심!
칠판을 지우지않고 떠나는 당신 마음도 충분히 이해 가능!!
'$ 유럽, 좋은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섯돌이,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0) | 2013.08.29 |
---|---|
축구팀 훈련 (0) | 2013.08.29 |
겨울 일상 중 하나, 스케이팅 (0) | 2013.01.28 |
눈썰매와 아이들의 천국 (0) | 2013.01.17 |
독일 파 (0) | 2013.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