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라마다 사람이 다를까를 생각하면 그 나라의 문화와 교육 때문이라는 결론이 쉽게 내려집니다. 그런데 농산물은 왜 다를까요? 토양과 기후 때문이겠지요? 거친 유럽 땅에서 왜 둥근 가지가 나오는지... 같은 이름으로 붙여진 먹거리의 다른 외관을 볼 때마다 세상은 비슷한 것 같지만 참으로 다르기도 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독일에서 구입하는 과일이나 채소들은 아래 동네인 스페인에서 올라오는 것들이 꽤 보입니다. 그리고 지역 농산물인 경우에는 '우리지역 생산품'이라는 말이 꼭 써있습니다. 특히 달걀의 경우는 인근 지역산임을 꼭 표기해서 팝니다. 표면에 털도 좀 붙어있구요... 밖에 나갈 일이 없을 때는 파와 마늘을 과하게 먹는 습성이 있었습니다. 지독한 냄새를 뿌리는 두 식물의 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법으로 먹곤 했습니다. 생마늘도 잘 먹었고, 파김치도 참으로 좋아라 했습니다. 독일에 와서는 그리 신나게 먹을 일이 없어져서 가끔 한국의 고기집과 횟집에서 쌈장에 찍어먹던 마늘, 그리고 양고기집에서 구워먹던 통마늘이 생각나곤 했지요. 어느날... 대파를 사다가 파무침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파가 한국에서 느껴지던 그런 대파와는 좀 달랐습니다. 더 드세고, 표면이 빳빳하며, 선인장 처럼 뺀질댄다고 해야할까요. 그러던차에 이것은 파가 아닌 또다른 식물일 것이라는 의심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리고는 슈퍼마켓에 붙은 텍을 보고는 정말 아닌가 싶었습니다. 양파 - 즈비벨(Zwiebel) 파 - 즈비벨라우히(Zwiebelrauch) 이렇게 조합이 맞아가는데, 대파라 생각한 식물의 이름은 Porree라고 써있는 것이 아닌가요! 이건 또 뭔가 싶어서 사전을 찾았더니 큭, 대파 맞습니다. 양파와 파는 비슷한 이름으로 가는데 큰 파인 대파는 별개의 이름이었습니다. 독일 대파는 정말 큼직합니다. 몽둥이 같은 크기도 보여서 진정으로 '대'의 이미지를 확 풍깁니다. 가격은 대파 하나에 약 천원 정도입니다. 그에 비하면 4~5개 정도로 묶어놓은(천원 정도) 보통의 파는 귀여울 지경입니다. 파 고유의 향과 특유의 매운 맛은 작은 파가 더 셉니다. 대파는 맹맹합니다. 특히 한국의 파와는 다르다 싶은 점을 몇 번의 시식 후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우리나라 파는 버무려도 탱탱함이 유지되어 젖가락질을 힘들게 하고, 먹을 때 입가에 고추가루가 묻지않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독일 파은 재빨리 사그라듭니다. 숨이 죽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파무침을 만든 후 이제부터 먹자싶으면 살기가 팍 죽어있습니다. 바로 '파김치화' 되는 것이죠. 왜 그럴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독일 파에서는 즙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칼로 파를 썰 때도 우리나라에서 느끼던 것보다 매운 맛이 확실히 강해서 많은 양을 썰 때는 창문 열기가 기본입니다. 양파의 매움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전설적인 독일 유학생 누구는 수경을 쓰고 양파를 썰었다고 합니다. 요즘 저의 한국적 맛을 그리워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파김치화된 파무침입니다. 이런 요상한 미각의 기호는 입냄새를 조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기에 상시로 먹지 못하는 아쉬움이 많지요. 많이 먹어서 건강에 해로울지는 찾아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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