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왔다.
독일에서 보던 일상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평가 중이다.
집에만 있는 날에도 오후 3시에는 반드시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자는 원칙을
새해에 정했다. 그래서 오늘도 오후 3시에 썰매를 들고 공원에 갔다.
전혀 겨울답지 않게 밤에도 영상 4~5도를 유지하더니 지난 주말부터 겨우 영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어제는 눈이 내렸고, 밤 사이에도 눈이 내려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독일은 눈이 내리면 눈 치우는 차들이 얼마나 부지런을 떠는지 모른다.
내가 있는 동네에도 사람들이 걸어다닐 곳에는 눈을 치우느라 새벽부터 아주 시끄러웠다.
작년에는 독일 서부에 전혀 눈이 내리지않아서 이런 광경을 볼 수가 없었다.
이상 기후는 유럽에도 별스런 겨울을 경험하도록 했다.
공원 입구부터 내리막 길을 만나면서 나도 썰매를 타고 내려갔다.
10살 전후에는 눈이 오면 살던 동네에서 멀지않은 작은 산으로 원정을 갔었다.
대나무를 잘 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인생의 과제였던 시절...
대나무 스키를 타러 다녔던 내 모습과 유럽 썰매를 타는 지금의 모습은
세월만 흘렀을 뿐 동일한 즐거움이다.
평일날 오후에 공원에 그리 사람이 많을까 싶었는데 왠걸...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썰매를 끌면서 웃으며 걷던 나는 탁 트인 곳에서 정말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공원을 가득 메웠다. 한국에서는 못 듣던 소리...
일대 동네 꼬마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이 광경이 나에게는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물론 아이들의 웃음을 위해서 노력하는 젊은 부모들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노고도 대단했지만
이것이 아이들만의 행복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메아리를 이루는 곳에서 나는 우두커니 감상에 빠졌다.
풍성한 놀이 속에서 크는 아이들과 한국의 아파트 속 입시경쟁을 치르는 아이들의 정서는 분명 다를 것이고.
한 가족의 휴식 타임을 보면서
자식을 먹여 키우는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을 존경한다.
독일에 와서 보고 배운 것은 스포츠 시설과 체육 공원을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숲과 공원을 주택가에 자연스럽게 조성해 두면 그 안에서 사람들은 스포츠에 녹아들 듯 참여하게 된다.
어쩌자고 우리는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이런 광경을 놓치게 되었을까...
작년에 찍어둔 사진을 찾아서 같은 곳을 비교.
성에 차도록 놀은 아이들은 집으로 떠나고, 새로운 아이들이 입장하고...
작은 언덕도 놓치지않고, 큰 놀이터가 된다.
작년에는 눈이 안와서 개시도 못했던 나의 썰매는 이제서야 제 역할을 했다.
다음에 나올 때는 등산 스틱을 챙겨와서 평지에서도 탈 생각이다...
눈이 더 내려주면 좋겠는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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