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거의 다 와서 도서관 버스를 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동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 정차합니다.
그 앞에는 주로 유모차를 끈 여자들과 아이들이 여럿 서있습니다.
우리식의 구 단위마다 도서관이 있는 독일이고, 그런 도서관의 개방시간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이들 책을 빌리고, 반납합니다. 그런데 도시에서도
책을 가득 실은 도서관 버스가 다니는 것을 보면, 독서 문화를 엿보게 됩니다.
다음에는 꼭 차 안에 들어가서 어떤 책들이 주로 있는지 봐야겠습니다.
올해 유난히 읽은 책이 별로 없어서 부끄러운 시간입니다.
가을이 되면 이제서야 후회를 하고, 미련이 남지않도록 해야겠다는 어떤 다짐을 하게 됩니다.
세상의 색이 바랠 즈음, 그렇게 한 인간의 지난 계절들을 돌아보게 되네요...
그늘진 곳의 나무들은 진작에 초록빛을 잃었고,
파란 하늘에 비친 낙엽을 많이도 메달고 있는 나무가지를 보며...
모세혈관 같다는,
가을에 대한 예의없는 생각을 했던 것이 언제인데
불과 며칠 사이에 낙엽을 다 떨쳐버린 나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다른 나무들도 열심히 바라보며 계절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대체로 붉은 색 보다는 노란 빛을 많이 보여주는 독일의 가을입니다.
독일의 가을은 모든 식물을 빛바라게 하지는 않습니다.
겨울에도 푸르댕댕할 나무들이 많고, 잔디 또한 겨울이 되어도 파랄 것입니다.
꽃은 봄, 여름, 가을, 그렇게 3계절 동안 화사하게 피어있고,
우리나라 꽃 무궁화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택가 구석의 낙엽은 아무도 치우는 사람이 없어서 더 보기 좋게 쌓여갑니다.
가을 낙엽을 치우지 않는 것에 대찬성!
가을이라고 변할 것은 사람들의 옷차림일 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기온이 며칠째 25도 이상으로 다시 올라가버려서 저도 반팔 티를 입고 지냅니다.
제 생활에서 유일하게 변한 것은 도서관 개방 시간입니다.
독일의 대학 도서관은 국립도서관을 겸합니다.
사립대학이 거의 없기 때문에 95% 이상이 국립대학이고,
이런 독일 대학의 도서관에는 <국립, 그리고 대학도서관>이라고 같이 써있습니다.
제가 작년부터 독일의 대학에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 도서관 개방시간입니다.
미국/캐나다와는 달리 개방 시간이 짧습니다.
대체로 8시부터 23/24시까지 개방하고, 주말에는 많이 짧아집니다.
관련분야의 책을 좀 봐야해서 일주일에 몇 번을 이용하는 전문대학(호흐슐레) 도서관은
가을이라고 개방시간을 어찌나 줄였던지 불편합니다. 개인적으로 이해 못하겠습니다.
개방시간이 8시부터 밤 10시까지 였는데, 얼마 전부터는 8시 반부터 밤 8시 반까지랍니다.
으~~ 식당도 오후에 닫아버리고, 학교도 문을 닫고...
그리고, 독일 대학은 국립으로 운영되다보니 시설이 좀 낙후되어 있습니다.
미국 대학과 독일 대학의 경영 체계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를 흉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시설이 좀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불편함이 없지만, 집 근처의 대학 도서관을 처음 갔을 때 놀랐습니다.
리모델링을 한창 진행 중이어서 정비가 되고는 있었으나...
지저분한 바닥 카펫, 더러운 유리창, 베니어판 책상, 여러 종류의 헌 의자들이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모습에 놀랐습니다.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의 유구한 역사는 잘 알겠으나, 대학이 내세우는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1년이 지나도록 정비가 되지 않고 있는 펜스... 느린 문화는 알겠지만, 좀 너무합니다.
그래도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괜한 건물 허물지 않고, 있는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이지요.
오늘도 이 도서관에 한나절 있다가 나오면서 이런 점을 독일에서 배웠습니다.
어제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달리던 중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건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수 백년 전의 건물 일부분을 그대로 두고 건축한 모습입니다. 이 도시의 예술박물관입니다.
이런 모습이 바로 유럽이고, 그 안에서도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독일의 일부분입니다.
문화를 보존하고, 그 가치를 지켜가는 노력 !
흉한 역사였든, 흥한 역사였든, 망한 역사였든, 쾌하든 그대로 보존합니다.
그 안에서 배워나가고, 후손들에게 사실을 가르칩니다. 독일에서 제가 배우는 점입니다.
도서관 얘기가 이상하게 흘렀네요.
이번 가을에는 산책을 자주 하려고 합니다.
일부러들 시간을 내어 공원으로,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직 숲 전체의 색이 변하기에는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일교차가 커야지 단풍이 예쁘다던데 요즘 독일은 여전히 따뜻...
날이 어둡지 않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길에서 가끔 멈춥니다.
가만히 서있기도 하고, 자전거를 끌고 걷기도 합니다.
이런 시간, 이런 장소 ... ...
많은 고민 후에 인생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휴가(?)이기 때문에 자주 느끼고 싶습니다.
별 것 아닌 일상이지만, 가을이 이렇게 깊게 다가오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지...
한국을 떠나서인지...
사람들을 떠나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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