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유럽의 모든 나라들에서 맥주는 매우 일상적인 음료이자 술입니다. 독일도 이에 절대 빠질 수 없으며, 맥주하면 내노라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는 생맥주로 마실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즐겨 마실 수가 없고, 옆나라 네델란드의 하이네캔은 독일에서도 제가 여전히 좋아하는 맥주입니다. 일반 슈퍼마켓에서 수입맥주인 하이네캔은 5리터 파티용 아니면 330ml 용량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격은 330ml가 약 1천5백원.
가짓수가 정말 다양한 독일맥주들은 캔 보다는 병으로 파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병맥주는 빈병을 환불 받으러갈 때 무겁기 때문에 저는 캔맥주를 선호합니다. 크기는 병과 캔 모두 500ml가 대부분이고, 330ml 캔에 들어있는 독일맥주는 아주 드뭅니다. 슈퍼마켓에서 일반적인 500ml 독일맥주의 가격은 우리돈 약 천원이고, 위 사진에 있는 500ml 벡스, 크롬바허, 프루 쾰시는 유명한 맥주들이기 때문에 약 1천5백원입니다. 330ml 작은 한자맥주(5백원)는 신기해서 사봤구요... <벡스>와 <크롬바허>는 독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대표 맥주이고, 붉은색 띠를 두른 <프루>는 쾰른 지역 맥주인 '쾰시'의 한 종류입니다. 작은 <한자> 맥주는 도르트문트 지역의 맥주입니다. 큰 슈퍼를 가면 지역마다의 많은 맥주들을 보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독일 맥주가 우리나라 맥주에 비해서 반값 이하이기 때문에 가격적인 부담은 없습니다. 저는 맥주를 매우 좋아해서 살 때마다 다른 종류의 맥주를 사서 마셔봅니다. 그래서 맥주마다의 미묘한 맛의 차이를 감지해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게 잘하는 짓인지... ㅋ
한국슈퍼에서 장을 본 날은 막걸리 안주를 만들어 맥주를 마시고, 그렇지 않을 때는 슈퍼에서 파는 소시지, 작은새우, 감자 등등...
한가한 주택가, 공원, 역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당이 비어가르텐(Biergarten)인데 꼭 맥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일반적인 식당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생맥주와 병맥주의 차이 또한 큰지라 가끔은 식당에서 생맥주를 마시는 것도 시원한 일상 중 하나입니다.
독일 사람들은 맥주를 술이 아니라 음료수로 생각하기 때문에 공원과 길 어디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공원 등에서는 박스로 들고 와서 마십니다. 제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점은 맥주를 시원하게 마셔야할 것 같은데, 독일 사람들은 그닥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혀 시원하지 않은 상온의 맥주도 잘 마시니 말입니다. 전차에서도 길에서도 손에 손에 맥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자주 보게 됩니다. 맥주 중에서 알콜이 없는 알콜프라이 맥주도 자주들 마시던데, 그런 맥주는 왜 먹나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에 독일의 큰 축제인 바이언(뮌헨) 지역의 옥토버페스트가 끝났습니다. 10월이라는 옥토버(Oktober)를 쓰기 때문에 10월 축제라고 생각하시겠지만, 9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10월 초에 끝납니다. 맥주로 아주 유명한 옥토버페스트 외에도 뮌헨의 거대한 맥주집인 호프브로이(Hofbr"au)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소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두 번 가봤습니다. 한번은 술에 취해서 갔었고, 또 한번은 맨 정신으로 다녀왔습니다. 술에 취했을 때는 그 시끄러움 속에서 같이 소리지르고 놀았는데 - 소리를 질러야 옆사람에게 들림 - 맨 정신으로 갔을 때는 천지의 시끄러움에 정신이 얼얼해서 적응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또 가봐야할지에 대한 확신은 없는 중이구요... 뮌헨의 호프브로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쾰른에도 나름 유명한 호프브로이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이쪽으로 출장 온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며 제가 또 가봤지 않겠습니까.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후로도 몇 번 더 갔었습니다.
쾰른 대성당의 광장 옆에 위치한 <쾰러 호프브로이>입니다. 쾰른지역의 맥주를 '쾰시(K"olsch)'라고 부르는데, 쾰시는 쾰른 또는 쾰른사람을 뜻하는 사투리입니다. 슈퍼에서 사서 마셔본 것만 해도 6~7종류의 쾰시가 있습니다. 가펠 쾰시, 라이스도르프 쾰시 등등... 이 중에서 쪼금 더 비싼 프루(Fr"uh) 쾰시라는 것이 있고, 프루 맥주공장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맥주집이 바로 쾰른대성당 옆에 있는 <쾰러 호프브로이>입니다. 1904년 피터 요셉 프루(Peter Joseph Fr"uh)라는 사람이 중앙극장 안에 <쾰러 호프브로이>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전쟁으로 건물의 전면(파사데)이 무너져내렸고, 1930년에 다시 재건축을 하였습니다. 현재 500석 이상의 자리를 가지고 있으며, 쾰른에서 가장 큰 호프브로이입니다. 세대를 거쳐오면서도 처음 맥주를 생산했을 때의 원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어가르텐이 맥주집만은 아니듯이 호프브로이도 일반 식당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곳에도 다양한 전통 음식의 메뉴들이 많습니다. 저는 요리보다는 이 집의 닭반마리를 좋아합니다. 닭도 그렇고, 같이 나오는 감자(프렌치후라이) 또한 어떻게 그리 기름을 쏙 뺐는지 느끼함을 싫어하는 저에게는 술안주 겸 식사용으로 그만입니다.
맑은 날에는 식당 밖의 많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서 프루쾰시를 마십니다. 저는 항상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마셨는데, 실내 또한 구석구석 많은 룸이 있어서 매우 넓습니다. 예약석도 많고, 단체 손님들도 많고, 어떨 때는 관광객들 한 무리가 들어와서 작은 잔의 쾰시를 한잔씩만 마시고 일어나는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나라와 지역의 맥주들 마다 맥주잔도 다 다른데, 쾰시 잔은 가늘고 깁니다. 200ml 잔이 기본(?)이고, 기념품 가게에서도 많이 팔고 있습니다. 축제 때 쾰른 사람들이 이 잔을 전용 주머니에 넣어서 목에 걸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보기만 하는 저도 그냥 취합니다. 이 호프브로이에서도 200ml의 작은 쾰시를 줍니다. 양에 비하면 가격은 비싸지만 맥주 맛은 깔끔하니 좋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잔을 피식 보더니 그냥 한번에 쭉~! 한잔 한잔 마시다 보면 아래 종이에 종업원이 그어놓은 막대기 표시가 늘어갑니다...
맥주의 종류가 많은 것 만큼이나 어디를 가든 술집들이 많습니다. 어둑해지면 술집 안에 사람들이 많이들 모이고, 그런 곳이면 의례 단골들이 죽치기 마련이지요. 단골들은 대체로 바에 앉지 않습니까?! 제가 독일 어느 도시에 여행을 갔을 때 그런 술집에 들어가서 바에 앉은 적이 있습니다. 동양인이 낯설었는지, 할아버지 사장님과 오랜 시간 앉아있었던 사람들이 저를 계속 쳐다보는 것입니다.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스비어(밀맥주)를 시켜서 마셨습니다. 한잔 마시고 또 주문을 하니까 드디어 말을 걸더군요. 제가 독일어를 잘 못하는지라 몇 마디에 서로 웃고, 묻고, 다시 웃고... 즐겁게 앉아있던 중 저에게 누가 한잔 샀습니다. 맥주와 같이 마시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이 술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했는데 이름이 기억나질 않네요. 처음 혀에 닿는 단맛이 강하면서도 쓰고, 뜨거웠습니다. 위스키는 아니고, 브랜디류도 아닌 것 같은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요, 저녁에 할 일 없이 술집에 죽치고 앉았는 단골들이 대체로 술을 마시는 스타일들이 이렇습니다. 맥주를 시키긴 합니다. 그런데 맥주가 메인이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맥주는 입가심으로 한모금씩 마시고, 작은 잔의 술이 메인이었습니다. 작은 잔의 독한 술을 마시다가 한번씩 맥주 한모금. 제가 지금까지 독일 술집에서 본 술꾼들의 술마시는 스타일은 이 정도로 정리가 되겠습니다. 캬~~
*6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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