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와서 인터넷을 하며 생긴 새로운 행동 중 하나가 구글의 지도를 매우 매우 유심히 들여다본다는 것입니다. 그림지도로 위치를 찾은 후 위성지도로 변환해서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봅니다. 도시가 주는 색의 차이를 발견합니다. 어느날은 평양과 북한 전역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안되는 일이 여기니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평양과 서울의 공통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싸이로 인해서 강남이 세계에 알려지며 외신지에 실리는 강남의 모습이나 평양의 삭막한 모습에서 모두 녹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 테헤란로와 코엑스 앞의 쭉 뻗은 도로는 잘나가는 서울을 보여줄지는 몰라도 곧 숨막히는 서울로 오버랩됩니다. 저곳을 줄기차게 운전했던 저도 도심공해에 한 몫 했음을 인정합니다. 광화문 앞을 5세 훈이씨가 리모델링하면서 왜 그 많던 가로수를 뽑아버렸는지도 항상 의아합니다. 나무를 그대로 두고 광장을 만드는 것이 세종대왕의 기관지에도 좋지 않았을까요? 일단 만들고 안되 보이면 다시 나무를 심으면 되는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했을까요?
'숲 은행'인 독일에서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숲 속을 가로질러 아침 저녁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목적지까지 더 가까운 경로가 있었지만 일부러 숲(공원)을 따라 출퇴근을 했습니다. 독일의 어디를 가도 푸르름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의 대도시는 우리의 서울처럼 아스팔트 지대도 있지만, 그래도 가로수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가나 작을망정 공원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상권에서 주택가로 도시가 확장되다가 주택가가 끝나는 도심외곽은 여지없이 푸르릅니다. 우리의 푸르름과는 질적으로 다름을 매일 느꼈습니다.
* * * * *
제가 아침에 숲으로 진입을 하면 삼각형의 보호구역 표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숲 위로는 그림과 같은 수리과의 새가 여럿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으나 근접 촬영에는 실패하였답니다.
공원 가운데의 인공호숫가에서는 아침마다 오리가족을 만났습니다. 3마리의 새끼가 정말 작을 때부터 '아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더랍니다. 그러나 1주일 정도 후에 봤을 때는 훌쩍 커져버려서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가족은 아침 저녁으로 같은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봄이 지나 여름이 오면서 본격적인 푸르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기예보의 평균기온보다 뜨거워지는 태양이 서서히 부담스러웠습니다. 5km 정도의 아침 자전거길에서 땀이 날 즈음에 숲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단지 그늘의 고마움 뿐이 아니었습니다.
천연 에어컨에 들어가는 이 신선함이란 독일이 저에게 주는 선물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삭막한 곳에서 살아왔던가 하는, 그리고 환경의 질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하는 비교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숲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시생활이 저에게는 매우 괜찮았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외국인이다'라는 각성을 더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100일 정도 매일 매일 숲은 통과하면서 숲의 가치 뿐만 아니라 숲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비바람이나 자연적으로 기울어지는 큰 나무와 나이가 많이 먹은 고목은 다른 나무를 방해하지 않도록 열심히 잘라댔습니다. 8시 전의 아침마다 숲 안에 많은 트럭과 특장차들이 들어과서 작업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업으로 인한 소음이 아침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누구를 위한 작업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되면 이 노력과 투자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큰 나무를 제거한 곳에는 새 나무를 심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겨울(1~2월)에 심은 나무들인데 제가 지난 4월 경에 찍은 모습입니다. 하늘을 향하여 쭉쭉거리며 푸릇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매일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나무가 없는 공간에 가득한 잔디에는 봄이 되자 들꽃이 피기 시작했고, 그들의 무리도 무시할 수 없을만한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뜨거운 공원에서 불을 피워가면 고기를 굽는 모습은 조화인지, 생활성향의 차이인지 모르겠더군요. 독일은 공원이나 숲에서 취사가 자유롭게 허용됩니다. 애초에 금지라는 개념이 없었던 곳입니다.
넓은 공원의 잔디도 일년에 두번 정도 전체를 깍아버립니다. 그러나 꼭 깍지않더라고 양떼가 하루 종일 누비면 잔디 이발을 해버립니다.
봄이 오기 전 한켠에 만든 운동시설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지않고 아침 저녁으로 붙어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옆에 세워 둔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열심히 잘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시설들을 만드는 모습을 1달 정도간 매일 지켜봤습니다. '참 뽄때없게 만드는 모습이 딱 독일스럽구나'라고 핀잔을 주곤했는데, 곧 저는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4월부터는 제가 통과해야하는 길에도 아침마다 갖가지 특장차가 많이 들어와서 길을 막거나 시끄럽게 했습니다. 인부들이 하는 일은 호수 둘레에 있는 벤취를 교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나라 같으면 1주일에 끝날 일을 한 달이 넘도록 공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5월 말경에는 공사가 끝나고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ㅎㅎ
의자와 쓰레기통은 예전 것으로 그대로 두고, 바닥만 새로 공사를 한 것이었습니다. 벤취가 놓이는 자리를 블럭으로 덮은 것이지요. 속도는 느린데 확실하게 만들고, 꼭 교체할 필요가 없는 것은 그대로 사용하는 독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너무 낡은 모습도 가끔 보게 되지만, 쓸데없는 것에 돈을 써버리는 우리와는 달랐습니다.
아울러 공원의 흙길 바닥도 평평해졌습니다. 새 흙을 덮고, 테니스장 만들 때의 특장차가 그렇게 눌러대더니 단단하고 평탄한 흙길을 밟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자전거를 타며 울퉁불퉁하던 느낌도 없어졌고, 비오는 날 흙탕물이 고이는 것도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제가 비가 와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그냥 자전거를 타고 옵니다. 너무 많이 내리면 어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비가 잦아지면 머리만은 가려줄 모자를 쓰고 다시 출발합니다. 자전거가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왔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짓 하면 안되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자전거 타며 손에 든 카메라 셔터를 눌러봤습니다. 한국에서는 못할 일이니, 독일의 숲을 '느낄 수 있을 때 느껴보자'입니다.
*6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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