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문화가 다르긴 한데, 그 중 하나가 발코니 또는 테라스 문화입니다. 사전을 찾아봤더니 발코니와 테라스, 그리고 베란다의 차이를 지붕이 있느냐, 건물에서 돌출되었느냐에 따라 구분합니다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네요. 우리는 주로 베란다에 익숙하고, 그렇게 표현하지 않나요? 하지만 아파트 일색의 주거환경으로 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베란다가 있어도 창문으로 완벽히 막아버리거나 돈을 들여 마루와 방의 일부로 터버립니다. 요즘에는 베란다가 없는 밀폐형 아파트들이 고급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주택에서는 있는 베란다를 없애는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독일에서 집을 구할 때도 발코니/테라스가 있느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많이 납니다. 있으면 역시 좋다는 뜻이지요. 차도에 접한 주택들도 제법 시끄럽고 먼지가 날만 한데도 테라스에 나와 즐기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주변은 햇볕 잘드는 날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테라스에 거의 옷을 벗고 나와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테라스를 떠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지금도 바로 윗집의 온 가족은 테라스에서 식사 중입니다. 독일인들이 집에 들이는 정성이 상당합니다. 집을 꾸미고, 그래서 사람들을 초대하여 즐깁니다. 집을 꾸며서 초대를 하는 것인지, 초대를 위해서 꾸미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은 식사 문화에 맞는 물건들에도 공을 많이 들입니다. 자신의 정원이나 1층 테라스가 있는 경우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이사가 잦은 곳에서 살다보니 여러 집이 벌써 이사를 나가고 들어오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달 전, 1층에 제 또래의 직장인 남성이 이사를 들어왔는데, 그의 생김새만큼이나 집을 깔끔하게 꾸며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덕분에 적잖이 감탄을 해가며 눈요기를 하였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충분이 예뻣는데도 자신의 1층 정원에 있는 나무 줄기들을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의 수고 후에는 옆집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되었고, 작은 나무들을 사다가 심기도 했습니다.
어디 예쁜 곳에서 구입한 의자와 테이블은 비에 맞을까 덮개까지 씌워 두었고, 밤이면 양초에 불을 붙인 후 술을 마시기도 하고, 낮에는 햇볕을 받으며 일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문득 내려다봤을 때는 왜 혼자 사는데 의자가 저리 많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층 집은 얼마 전에 집정리를 거의 끝내고, 자주 손님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야외에 상을 차릴 때마다 제가 감탄, 감탄을 합니다. 테이블세팅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갖가지 그릇들과 화려한 야채 등의 음식이 나오면, 보고만 있는 제 입에서도 웃음이 번져갑니다.
나도 이래서는 안되겠기에 얼마 전에 시내에 나갔을 때 작은 테이블을 하나 사왔습니다. 그동안 테라스에서 한번도 제대로 앉아있지를 않은 것 같아서요. 이들처럼 해를 맞으며 있지는 못하지만, 그늘이 질 때 나가서 인터넷도 하고, 맥주도 마십니다. 이 생활이 은근히 괜찮습니다. 집에서 여유를 부리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6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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