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런던올림픽, 독일 선수들은 져도 웃는다

스콜라란 2012. 8. 1. 08:22

 

   한국에서 이론으로만 배우던 것을 여기에서 직접 보고있으니, 정말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긴 한 것 같습니다. 이제 런던 올림픽이 초중반으로 접어듭니다. 독일은 올림픽 역사 수십년 동안 전례없는 메달 가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오전과 저녁으로 그냥 TV 올림픽 생방송을 틀어놓고 있는데, 많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초반 수영에서는 독일의 수영스타 '비-더만'이 오늘까지도 노메달에 그쳤습니다. 밤에 있었던 800m 자유형 계주에서는 마지막 4번째 선수가 독일의 쑨양에게 역전을 허용하면서 동메달마저 놓쳐버렸습니다. 잠시 후 4명의 선수들이 인터뷰를 하는데 모두들 실실 웃으면서 응답을 하길래 저도 웃고 말았습니다. 독일에서는 자국선수 출전 경기가 끝나면 꼭 그 선수를 불러 인터뷰를 합니다. 이겼든 졌든 말입니다. 대체적으로 선수들은 숨을 헐떡이는 상태인데도 아나운서와 선수 모두 승패와 상관없이 표정은 어둡지 않습니다. 제가 본 것만 해도 비더만은 5번이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수영장에서 갓 나와 물을 뚝뚝 흘리면서요. 세계기록 보유자임에도 현재 상당히 부진한 경기결과를 보여주고 있고, 방송에 나오는 가족들도 좀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더만 자신은 덤덤하게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어제(7월30일, 월) 벌어졌던 펜싱 에페 종목의 신아람 선수에 대한 마지막 1초 논쟁은 저도 독일 신문기사를 계속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과는 달리 독일은 자국 선수 편입니다. 물론 논쟁의 여지는 있겠지만 그래서 뭐 어쩌겠느냐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읽은 유명 일간지에서는 그렇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스포츠가 뭔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페어플레이니 승부의 세계니 해도 다른 사회와 뭐가 다를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어릴 때 기억에 남아있는 88 서울 올림픽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했던 편파 판정들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어느 올림픽에나 있는 문제꺼리를 괜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시작부터 우리나라 선수들이 3번이나 당하면서 속상하긴 하지만, 오늘 읽은 어느 독일신문의 문장에서 처럼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여전히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가 봅니다.

 

   오늘 유도 81kg 이하급에서 김재범 선수와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딴 선수가 경기 후 피부에 난 긁힌 상처와 도복을 입은 상태로 인터뷰를 한 내용에는 '상대 선수가 나보다 잘했고, 그가 정말 챔피언이다'라는 말에 저는 감동을 먹었습니다. 조금 전에는 방송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결승에서 졌지만 방송 내내 시종일관 밝아서 좋았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 김재범 선수가 너를 끌어안았을 때 그와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진행자가 물으니, 자신은 김재범 선수에게 "네가 정말 최고로 잘했다(super gemacht)"고 말해주었다고 합니다.

 

 

   방송의 마지막 내용을 잘 못 듣기는 했는데 올림픽 후에는 독일체육대학에서 하던 공부를 계속 하겠다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간 고된 훈련의 시간을 보여주는 '만두' 귀가 더 돋보였고, 우리나라 선수들 또한 경기에 지더라도 이 남자처럼 밝게 웃었으면, 그리고 각자 할 일을 잘 찾아갔으면 합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올림픽 이후의 공허함이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 수영 종목에 참여한 어느 독일선수는 결승에서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경기 후에 그의 아내와 함께 너무 즐겁게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앞으로는 '하고 있는 의대 공부를 잘 마치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한국은 독일의 국가대표 선수들과는 사정이 참으로 많이 다릅니다. 대학에 적을 두고는 있더라도 누가 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졸업장을 받아가는 시스템이지요. 요즘에는 대학원 졸업장들로 상향된 것 같습니다. 제가 뭐, 이 부분에 대해서 논쟁하자는 것은 아닙니다만 앞으로 한국스포츠계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올림픽 후에 선수들이 겪을 허무함과 방황의 시간이 깊고 징할테니 그 또한 우리가 보듬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올림픽 한창 진행 중인데 제가 너무 앞서갔네요...

 

 

*6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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