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공개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일종의 자랑대회처럼 경쟁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그 정체불명 행사인 발렌타인데이는 상업성이 극에 달해서 쵸코렛 가게들만 호황을 누리고, 빼빼로 데이 또한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그 안에는 좋아하는 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공개적인 표현과 함께 남들이 봐도 무방하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고 여겨지는데요...
독일에는 5월 1일에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의 집 앞에 긴 나무를 꽂아두고 갑니다. 긴 나무를 들고 다니는 남자들은 대체로 젊은 사람들임을 봤습니다. 어디선가 가늘고 긴 나무줄기를 구해서 그 줄기에 색상의 리본을 달아두고, 아래에는 누구에게 헌사(?)하는 나무인지의 이름표가 달여있습니다. 이제 5월 말인데도 여전히 이 징표들이 남아있어서 외출 중에 몇장 찍어왔습니다. 대학가를 지나는 길에 특히 많이 보였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봤을 때 좀 무당집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화의 기원은 그 옛날 컬트족이나 바바리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합니다. 부족에서 자신있는 남자가 여자를 하나 찍어 공개해버리는 것이지요. 이런 것 외에도 독일에는 약간 미신스러운 문화가 있습니다. 특히 나찌시대에는 절정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큰 바위같은데에 모여서 지들끼리 제사나 예식을 거행하는 것이지요. 우리 조상들이 남근바위 앞에서 아들낳게 해달라고 비는 모습이나 뭐가 다르겠습니까. 제가 특정 문화를 가타부타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미신적인 문화를 보면 독일에서 세대와 사상를 대표하는 그 많은 철학자가 나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5월 1일의 사랑공개 또는 찍기문화는 그래도 귀여운 사랑고백 쯤으로 봐줄 수 있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세계적인 역사를 자랑하는 쾰른대성당 앞에 나무를 두고간 사람은 뭔가요? 애인 집으로 가던 중 거절을 당한 것이 아닐지 심히 걱정됩니다. 카톨릭의 상징과 같은 건물에 미신스러운 나무줄기라...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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