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축구를 생각합니다. 어디서나 남녀노소 가볍게 즐기는 축구는 독일의 국민스포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잔디가 푸르건, 흙바닥이건 공 하나만 있으면 서로 뒤섞여 운동을 합니다. 축구에 미치는 나라, 축구를 꿈꾸는 나라입니다.
평일 이른 아침마다 지나치는 넓은 잔디 공원에는 동시에 7팀이 축구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슬이 맴도는 아침에 특장차가 공원에 들어와서 골대를 정렬하거나 라인을 긋는 일을 합니다. 이곳을 같은 날 저녁에 지나가면 어김없이 축구 연습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적인 운동이 아니라 조직적인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며 축구의 나라로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 이외에도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러 곳의 축구 연습장을 지나칩니다. 그러니 제 생활에서 독일인들의 축구 연습 또는 훈련하는 모습을 하루도 안보는 때가 거의 없습니다.
독일의 축구는 국가(분데스) 수준의 리그가 1부 ~ 6부까지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젊은 남녀들이 오로지 축구를 생각하며 독일에 들어와 1~6부 리그(독일어 '리가 Liga')의 입단 테스트를 받습니다. 인사 정도 나누는 저의 주변에도 6부 리그의 선수로 뛰는 다국적 사람들이 몇 명 있습니다. 에이전트도 없는 6부 리그 선수들은 4부 리그 정도로 진입하기 위해서 팀 훈련 및 개인 훈련을 병행합니다. 각자 자기 나라에서는 대학 또는 실업팀 축구선수 경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6부 리그의 선수들은 한달에 약 300유로라는 작은 돈을 받지만 팀 전용버스가 제공되기 시작하는 4부 리그(우리의 프로 수준)로 진입하기 위해 언제 주어질지 모르는 입단테스트를 준비하며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4부 리그로 들어가면 독일에서 부와 명예를 얻는 생활이 가능한 직업적 축구 선수로 인정받는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프로 축구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해서 독일 분데르리가의 3부, 2부, 그리고 1부 리그로의 진입을 꿈꿉니다. 축구 하나에 미쳐있고, 젊어서 가능한 한 축구를 하고 싶다면 짐싸서 독일로 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꼭 1부 또는 2부 리그에 진입하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젊은 시절, 자신이 정말로 좋아했던 그 무엇에로의 헌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나이가 들어서 후회도 없을 것입니다. 1~6부 리그 외에도 지역(주 또는 도시) 리그를 뛰는 7부 ~ 10부 이상의 리그도 있습니다. 어릴 때 부터 차근차근 훈련하여 최상위 리그로 진입하는 독일 축구는 10개 이상의 리그를 가진 그 저력에서 보듯이 축구인구도 대단하고, 인기는 두말 할 것도 없습니다. 여자 축구경기를 TV로 보고 있으면 관중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열기가 느껴지고, 남자 1부 리그의 경기에서는 관중들 간에 뭔 일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에 분데스리가의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를 집에서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후반전부터 보게 되었습니다. 1부 리그 하위 팀인 베를린과 2부 리그 1위인 뒤셀도르프 FC와의 경기였습니다. 경기는 뒤셀도르프에서 열렸고 베를린이 2 : 1로 리드하던 상황에서 2 : 2로 동점이 되자 원정 응원 온 베를린 사람들이 연막탄인지 뭔가를 경기장으로 던졌습니다. 붉은 불빛을 내다가 흰연기, 검은연기로 바뀌는 그 물체를 어떻게 축구장에 갖고 들어오게 하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항상 사고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잠시 경기가 중단되었습니다. 다시 경기가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경기를 딱 2분 남겨두고 미리 흥분 해버린 뒤셀도르프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난입했습니다. ㅎㅎㅎ 볼만 했습니다. 이하 경기장 사진은 TV 장면을 제가 찍은 것입니다.
선수들은 모두 대피하였고, 30분 간 경기는 중단되었습니다. TV에서는 경기장을 점령한 사람들의 흥분한 모습, 그리고 이들을 정리하는 요원 및 경찰들의 모습만 보여주었습니다. 어쨌든 정리가 되어서 남겨둔 2분의 경기를 치르고 겨우 끝났습니다.
결국 1부 리그의 베를린 팀은 다음 시즌에서 2부 리그로 강등되었고, 뒤셀도르프는 1부 리그로 올라온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조금 전에 운동장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나왔고, 그들은 모두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의 진입을 흥분하여 즐기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경찰들의 제지는 없었고, 어떤 관중은 경기장의 잔디를 뜯어서 피자판 처럼 들고 뛰어다녔습니다.
스포츠 !! 예예~ 좋습니다. 일탈의 기회를 주기도 하고, 흥분도 주고, 울분도 주고, 병주고 약주고 입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 뒤셀도르프가 1부 리그로 올라왔고, 도르트문트는 명문 팀인 바이언 뭔헨을 꺽고 리그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도르트문트에 있는 일본 선수 가가와가 영국 맨유로 간다는 소문이 커졌으니 우리에게는 더 귀가 쫑긋해지는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제가 있는 도시의 FC는 2부 리그로 강등되었습니다. 강등이 결정되던 때 연막탄인가 뭔가가 여럿 터져서 관중들이 심하게 다치기도 했고, 팀의 간판 선수인 포돌스키의 우는 장면은 다음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더랬습니다. ㅎㅎㅎ 웃기기도 하고, 스포츠가 뭔가 싶기도 하고...
쾰른 FC 전용구장 뒷면, 12-13년 시즌은 2부 리그로 강등!
올해 독일 분데스리가(1부)에서 우리나라 구자철 선수의 활약이 특히 뛰어났습니다. 함부륵에 있는 손흥민 선수는 생각보다 게임을 많이 뛰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어쨌든 팀이 2부로 강등되는 수모는 면했습니다. 독일 축구에서는 1부 리그에 머무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현재 독일 1부 리그에 일본 선수들이 12명이나 있다고 하니 한국 축구가 좀 많이 배워야할 것 같습니다. 스포츠의 정적 발전과 잠재적 가능성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지난번 경기성적이 아니라, 현재의 스포츠 인구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수층이 두터워야 하는 것이 기본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층의 리그가 그들을 소속시키고, 훈련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아래로부터의 발전, 스포츠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독일의 스포츠 <행정>과 <제도>는 배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매우 많은 스포츠 <시설>은 이 나라의 복지 수준을 반영하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여기 저기 갖가지 종목의 시설들이 참으로 많답니다. 결국은 이 모든게 다 정치 얘기로 귀결되기에 혈압 관리상 그만하겠습니다.
오늘 밤(조금 후)에는 유로파 축구 결승전이 있습니다. 영국의 첼시와 독일의 바이언 뮌헨이 챔프 자리를 놓고 격돌합니다. 바이언 뮌헨은 분데스리가 우승 자리를 지난 주에 도르트문트에게 내놓았기 때문에 오늘도 져버리면, 올해의 2등 2번 팀으로 수모를 겪을지 모릅니다. 누가 이기든 저에게는 상관없겠지만, 저도 네델란드 맥주를 냉장고에 재워놓고 영국(첼시)과 독일(바이언 뮌헨)의 결승전 시작을 기다립니다. "나는 즐기겠으니, 양팀 선수들은 무조건 홧팅!!"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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