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멈춤과 같은 느낌을 종종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살아온 기억을 더듬었을 때 이건 이전의 기억 속 장면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금은 내 인생 시계의 몇 시에서 잠시 멈춘 것인지 확인을 합니다. 시내 광장 한 가운데에 차려진 서커스...
3개월 정도의 여정으로 이 도시에 세팅된 서커스단의 가건물은 이번달로 접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길을 가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잠시 정지된 세상의 순간적인 정적을 감지합니다. 론칼리(Roncalli)라는 서커스단은 1947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번하르트 파울(Bernhard Paul)이라는 사람이 1975년에 설립하였습니다. 지금은 가족이 주도하여 유럽 이곳 저곳을 다니며 서커스 공연을 엽니다.
제 안에 내재된 서커스에 대한 나쁜 편견은 어릴 때의 기억으로 회귀합니다. 동네 공터에 천막이 쳐지고, 동네 사람들을 모아서 나름 공연을 합니다. 그리고는 약장사 파트로 '씬'이 바뀌면서 무료 공연을 본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돈을 쓰게 만듭니다. 정체불명의 약을 팔기 위한 서커스인지, 서커스 공연의 입장료를 약으로 대신 사도록 하는 술수인지는 모르겠으나 뒷맛은 역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약을 산 어른들이 집에 가면 작은 소란이 있는 것이 이유입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정체불명의 어학교재를 파는 인간들이 교문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입생들은 어부지리로 큰 보따리를 들고 집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가족 중에 정의롭거나 용감한 사람이 다음날 온전하게 하루를 보낸 보따리를 들고, 시내 아주 구석에 있는 이름 모를 사무실에 찾아가서 환불을 하지요. ㅋㅋㅋ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80년대와 90년대의 풍경 한자락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서커스에 대해서 마냥 약장사스러운 기억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대 후반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홀에서 본 프랑스 현대무용단의 공연(좃선일보 후원)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그 당시 저의 예술에 대한 생각을 잘 환기시켜 주었습니다. 공연 중반 마임 동작이 나오던 중에 남자 무용수 한명이 '나는 어릴 때 서커스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다'는 대사를 읖조렸습니다. 마음에서 싹트는 동작을 표현하고 싶기에 서커스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다는 광대와 같던 무용수의 대사에 서커스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무용공연이 꼭 무용교육의 범위 안에서만 또는 공연예술이라는 지들만의 엘리트 범주에 넣어가며 휘두르고 교육하는 것은 매우 보수적이며, 편협한 실상일 것입니다. 이런 동작, 저런 동작을 다 배워보면 표현력이 더 풍부해질테니까요. 제 입장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정규교육으로 옭아두는 것 자체가 넌센스로 보이는데요. 암튼 그렇습니다.
시내에 차려진 서커스가 흥행할 수 있을까라는 저의 의구심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주말(토)에 서점에 가다가 왠 사람들이 이리 많나 했더니 서커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독일 어느 도시에서 작은 서커스학교 간판을 봤을 때 사진 한장 안찍어둔 것이 매우 후회스러운 밤입니다.
제가 론칼리의 공연을 관람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대단한 유연성으로 펼치는 동작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아름답다기보다는 부담스럽다고 해야할까요? 피겨스케이팅, 리듬체조, 서커스... 아직도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지독히 보수스러운 생각을 가진 접니다. ㅋ 하지만 한국의 일부 공연예술이 이 서커스를 보며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매수된 관객으로 채워진 그런 공연은 정말로 다시 보고싶지 않습니다. 부디, 관객이 예술을 모른다거나 이해 못한다고 말하는 오만함을 버리시길...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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