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를 연장하기 위해서 어딘가에는 꼬~옥 등록을 해야하는 상황이 다시왔고, 전혀 생각지도 않던 방법을 누군가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6개월간 학생신분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대학생 학생증이 갖는 최대 위력은 대학이 속해 있는 해당 주의 대중교통비(버스, 전차, S반 지역 기차)가 무료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전거도 같이 실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서울에서 천안 정도까지는 학생증이 유효한 기간에 무료로 다닐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주간지 등을 구독시에 50% 이상의 할인을 받고, 박물관 등은 무료입장도 가능한 곳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비가 오지 않는한 자전거 통근에 익숙해져서 신나게 자연 속을 누비고 다닙니다. 한번씩 지나가는 도심의 길은 자전거 도로가 시내 중심가까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오늘 잠시 사진 한방 찍었습니다. 막상 학생증을 받고나니 전차 탈 일이 거의 없네요.
일주일에 3~4일은 아침 저녁으로 푸른 공원을 20분간 가로지릅니다. 공원이 저의 주행 통로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 공원으로 진입하려면 2차선 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차들이 무지 빠르게 달립니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확실하게 서주는 독일 차들이지만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는 기~냥 밟습니다. 오늘도 경찰이 과속 카메라로 찍어가며 단속을 했고, 그렇게 해서 걸려버린 운전자도 봤습니다. 아무튼 저도 자전거 끌고 그 2차선 도로를 좌우 잘 살펴가며 건너야 하다보니 항상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작년 연말에 처음 본 광경입니다. 공원으로 산책하러 들어갔던 2차선 도로의 코너에 하얀 자전거가 한 대 서있었습니다. 방치되어 낡았지만, 근거리에서 보니까 일부러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요즘에도 그 앞에는 꽃과 양초와 또래 친구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있습니다. 고인이 된 소녀를 기리는 자전거였습니다. 그쪽은 사거리라서 횡단보도가 있었는데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던 모양입니다. 작년에는 그 하얀 자전거가 서있는 쪽으로 지나다니지도 않았는데, 요즘에는 괜찮아져서 그냥 무심결에 보기도 합니다.
오늘, 대로변의 아주 좋은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어느 사거리에서 하얀 자전거를 또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전거에 붙어있는 글귀를 읽었습니다. 2년 전에 57세의 여자분이 운명을 달리한 자전거였습니다. 하얀 자전거는 '시'에서 세워둔 것이었습니다. 앞선 소녀의 자전거도 마찬가지로 '시'에서 설치하지 않았을까하고 추측해 봅니다...
하얀 자전거는 한국에서 운전을 할 때마다 자주 보던 붉은 색 '사망 사고 지점'의 간판과는 아주 다른 울림을 주었습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한국의 국도에서 자동차 라이트로 비춰지는 '사망 사고 지점' 형광 간판은 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하얀 자전거는 슬프지만 ... 정보로서 무시하지는 않게 됩니다. 더 경각심을 일깨운다고 할까요 ... ?! (사진을 집에서 확대 해보니 자전거 뒤쪽의 화분 옆으로 촛불이 두개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자전거를 항상 스포츠로 생각했고, 액티비티의 하나로 타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독일에서 비로소 자전거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모든 탈 것은 편리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10년 전 저에게 도로주행 운전을 가르쳐주었던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가용 좋지. 편하고, 뽀대나고. 그런데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항상 조심해서 운전해." 기차보다는 차가 우선, 트럭보다는 자가용이 우선, 자가용보다는 자전거가 우선, 자전거보다는 사람이 우선, 젊은 사람보다는 노인과 아이들이 우선입니다. 지난 주에 자전거 도로가 없는 편도 1차선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전차가 뒤에서 오는 겁니다. 그런데 전차가 저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뒤따라 오지 뭡니까. 한국사람 티내느라 너무 부담스러워서 제가 중간에 빠진 후 전차를 먼저 보내주었습니다. 아직 독일생활 적응하려면 멀었습니다. ㅋ 저도 길가에서 잠시 머쓱해져 혼자 웃고 말았습니다. 오늘의 글을 급속히 정리하자면, 물/바다/땅을 막론하고 세상의 모든 탈꺼리들은 순간 또는 까딱(ㅋ) 잘못하면 나와 남을 죽이는 흉기가 됩니다. 부디 편리함을 주는 수단으로만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조심이 몸에 배도록!!!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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