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독일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학세(독일식 족발)를 썰다가
다른 테이블의 고기를 먹는 손님들에게 시선이 옮겨졌었고, 그때 문득...
내가 왜 이 무지막지한 고기를 꾸역꾸역 입에 넣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 순간 역겹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독일에서 각종 고기에 질려가고 있습니다.
입맛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너무 고기를 즐겨하는 식문화에 기겁했다고나 할까요...
나름대로 양질의 신선한 고기를 사다가 고추가루를 가미해서 한국식으로 구워먹기도 했었고,
우중충한 날에는 한인 슈퍼에서 냉동삼겹살을 사다가 소주 한병 즐겨 마셨는데...
한 두어달 전부터는 완전히... 고기에 대한 사랑이 사라졌습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
독일 대학의 식당에서도 특별히 먹을 것이 없어 각종 야채를 끓여낸 것을 주로 먹습니다.
몸이 안좋을 때 먹기 딱 좋습니다.
물론 많은 독일 사람들은 여기에도 큼지막한 소시지를 잘라서 넣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생전 먹지도 않았던 시금치 피자를 이제는 기꺼이 '즐겨'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달 전부터 슈퍼마켓에 각종 버섯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버섯이 수확되는 기간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근에서 수확한 농산물이 신선하게 공급되었고,
인근에서 가져오는 식품(계란 등)은 반드시 지역 농산물이라고 표시를 합니다.
한국에서도 버섯을 좋아했고, 내가 만일 농사를 지어야한다면 버섯을 재배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버섯 이름도 제대로 모르지만요. '신비함'에 끌리는 듯.
현재 스코어, 완전히 맛들린 버섯이 느타리 버섯(독. Austernpilz)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보다 더 흐물거리고, 잎새(?)가 크다고나 할까요.
그리하여... 한번에 이 버섯을 3통씩 사옵니다. 250g 한 통을 저녁 식사로 활용합니다.
물 3~400ml에 독일의 유명 천연 양념을 한 스푼 넣어 끓인 후
물에 씻은 버섯 한 통을 투척하여 조금 더 끓입니다.
버섯에 물기가 베어있어서 물은 애초에 조금만 끓여도 된다는 노하루를 그간 습득하였고,
보기에는 이래도 얼마나 맛나는지 ㅋㅋㅋ.
잘못 사서 냉장고에 쟁여두었던(^^) '아주' 매운맛 고추피클을 가위로 썰어
기꼬망 간장에 섞어버렸더니 그럴듯한 소스가 되었습니다.
메인요리로는 이 또한 한국에서는 입에도 대지않았던 올리브오일 스파게티를 즐겨 먹습니다.
유럽은 좋은 올리브오일이 많아서 이런 맹맹한 스파게티에 약간의 소금을 뿌려서 먹으면 '나름' 일품입니다.
버섯을 하도 많이 먹어서 오늘은 자중했습니다. 생배추를 질겅거리며 또 생각해 봅니다.
나도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거의 반은 베지테리언이 된 것 같고, 고기에 대한 식욕은 확실히 없어진 상태입니다.
이제는 뭔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 때 요리의 이름을 생각하지 않고, '재료'만 떠올립니다.
아직까지는 단연, 버~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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