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의 학기는 미국식의 '봄'과 '가을'이 아닌 '여름'학기와 '겨울'학기로 이름 붙입니다.
여름학기는 4월에, 겨울학기는 10월에 시작합니다. 학기 사이에 여름 및 겨울방학이라는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맞이하는 것과 같은 진정한 긴~방학은 없어 보입니다.
왜냐면 4월에 시작하는 여름학기의 시험을 강의 끝과 9월에, 10월에 시작하는 겨울학기의 시험을
강의 끝과 3월에 치르는 탓에 시험 끝나고 1~3주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학기 시작, 뭐 대충 이런 구조로
흘러가는듯 합니다.
여름학기 : 4~7월 강의 기간, 7월 시험(1), 9월 시험(2)
겨울학기 : 10~2월 강의 기간, 연말에 짧은 방학, 2월 시험(1), 3월 시험(2)
시간적으로 지금 독일대학은 방학기간인데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사전준비코스라는 과목을 학교측에서
학생들을 위해 제공합니다. 주로 고딩 때의 내용을 상기시키고, 대학 교과내용과 연결지어 주는 괜찮은
기초 교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가 이 코스(과목)를 듣느라 학교에 '댕'깁니다. 보통 2주 정도
진행하는데 여긴 9월 한달 내내... 휴~. 그리고 10대 때나 지금이나 저는 성실하고 바람직한 학생 상은
아닌지라 가끔 지각도 해가며, 월화수목금 매일 6시간의 수업에 들어가느라 애씁니다. ^^
그간 독일의 대학에서 대형강의를 청강도 해보고, 수강도 해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학생들이 떠들면
이를 통제하는 선생들은 반이었습니다. 통제를 안하는 선생들은 (1) 교과 내용을 전달할 시간조차
부족하거나, (2) 통제를 못하거나(전문용어로 티칭스킬(teaching skill)이 없거나) 또는 (3) 애들이
떠들거나 말거나 관심없는 3 종류입니다.
지금 4주 과정의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500명이 들어가는 대형강의실의 학생들 출석률이 점점 줄고
있고, 뭔가 지루하다 싶으면 웅성거림이 커지고 있습니다. 왜 지루한지는 대충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1) 고딩 때 다 배운거라서 재미없거나(너무 쉽거나), (2) 뭔 소린지 모르겠고, 그게 자신의
전공과 뭔 상관이 클까 싶은 마음.
제가 애들 마음 잘 알지요.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수업이 지루하다 싶으면 비행기가 날아다닙니다.
뒤쪽 높은데 앉는 애들이 비행기를 날려보내는데 '무동력' 비행기의 특성상 어디로 날아갈지 모릅니다.
저 앞에 있는 선생에게까지 날아가면 모두 웃고, 환호성도 지르고... 뭐, 제가 보기에는 애들 하는 짓이
귀엽더군요. 지들 나름대로의 지루함에 대한 보이콧?
어쩌다 비행기가 저의 몸에 추락해서 깜짝 놀랄 때도 있습니다. 단지 제 마음에 안드는 것은 비행기의
종이가 백지라는 현실입니다. 뭔가 끄적인 노트가 아니라 아주 깨끗한 종이라는 사실에 좀 놀랐습니다.
저는 종이를 아껴쓰기 때문에 이면지도 다 써서 버리고, 노트도 여백의 미학을 추구하지 않는데,
비행기의 종이를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저기 추락한 비행기를 모아서 곱게 펴면
수십장의 노트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비행기가 날아다니기 시작하면 저도 같이 웃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도 합니다. 어차피 독일어로 하는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듣고 잘 이해할 수 없는 지적 상황인지라 딴 생각하기에는 딱 좋습니다.
저의 딴 생각 중 하나는 애들이 날려보내는 종이비행기의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건 급하게건 생각해 보면 저는 현재 딱 1 종류의 종이비행기만 접을 줄 압니다. 종이비행기에
있어서 만큼은 저의 지적 수준이 독일 애들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집니다.
어느 날, 제 앞으로 착륙한 새로운 기종의 종이비행기에 대해서는 잠시 감탄했습니다.
이건 또 다른 딴 얘기인데, 우리가 어릴 때 사용하던 교구 중 색종이가 있었습니다. 양면의 색이 다른
정사각형의 종이를 '색종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한면만 색이 들어가고 다른 면은 흰색입니다. 양면 모두
다른 색이 들어가는 색종이는 가격도 더 비싸고 왠지 고급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이 색종이를 교육에
도입한 사람이 독일의 교육학자 프뢰벨이라고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색종이를 활용하는
유아/아동 교육을 일본이 도입하고,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으로 전해진 것입니다.
이런 순서로 전해진 것 중에는 동요도 있습니다. 반짝 반짝 작은별 류의 노래들은 일본에서 건너왔지만,
이것을 독일 원곡으로 듣고는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가끔 진정한 오리지널 독일 가곡을 조수미의 클래식 음반에서 듣곤 하는데, 그 안에 내가 어릴 때 부르던
멜로디가 나오면 저는 또 생각에 빠집니다. 어릴 때 뭣도 모르고 그냥 좋은 줄만 알고 따라 불렀던,
그래서 죽을 때 까지 잊혀지지 않을 강한 기억으로 고착되어버린 완전히 개사된 노래의 멜로디는 이곳
독일에서 독일 사람이 만든 것이었구나 하는... 대한민국 교육 커리큘럼에 우리식의 무엇은 '뭐'가
'얼마나' 담겨있을까요? 그나마 우리 것이던 홍난파의 노래는 그의 친일행적으로 인해서 홍난파상을
음악계 수상 예정자가 연이어 거부했다는 신문 기사를 며칠 전 읽었습니다.
시작은 이럴려고 쓴 것이 아닌데, 결론이 좀 이상하게 끝났습니다. 요즘 저의 멘탈이 심히 과부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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