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할 때는 그냥 흐리기만 했다.
입국 수속을 하고 짐을 찾아 서울도심으로 들어가는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는데
서서히 밤이 되면서 두렵게 쏟아지는 비... 그날, 서울에서 몇 명이 비로 인해 죽었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만만치 않았던 서울에서의 체류와
습하고 짜증스러운 여름 날씨 속에서 기타 매우 중요한 일을 마쳤다.
다시 비행기를 타기 전에 어딘가 드라이브를 가고 싶다는 욕구...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오래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에는 지장이 없었고,
그렇게 한 곳을 생각하여 고속도로를 달린다.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은 내 나라인데 왜 이곳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일 때문에 청주로 갈 때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보이던 다리가 하나 있었으니...
충북 진천의 농다리(농교) ?!
풉~~
대전 이응노미술관을 나와 달려간 곳이 인근의 계룡산도 아니고,
수년 전에 고속도로 위에서 얼핏 고개를 돌려 시속 100km로 흘낏 보던 농다리.
(오창 IC로 나오지 말고, 진천 IC로 진출입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듯)
차가 열 받을까 걱정되어 고속도로 밑의 그늘에 세우고, 인공폭포 옆의 농다리를 한 눈에 알아본다.
아... 나는 이것이 왜 나무다리라고 생각했던가? 완벽한 구조의 돌다리였다.
아마도 강원도 어딘가에서 드물게 봐왔던 섶다리들과 혼동했었나 보다.
너무 뜨겁고 더워서 걷기도 귀찮았지만, 뭐하러 왔느냐고 누가(?) 물어볼 수도 있으니 다리를 건넌다.
정면 숲으로 난 산책로를 걸음직도 하지만, 아열대 기후의 우림과 같이 변하는 한국의 숲이 정말 부담 백배.
벌레도 너무 많고, 질리도록 진한 녹색에 숨이 턱턱 막힌다.
건너편 정자에 잠시 들르고 다시 건너와 나무 밑 그늘에 앉아
막연히 물 흘러가는 소리를 듣지만, 더무 더워서 10분도 안되어 일어났다.
돌아오는 날 이용했던 지방의 어느 KTX역에서 왜 KTX를 타야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다.
썰렁한 곳에 역을 만들어 여기에서 또 목적지로 가야하고, 누군가 나를 데릴러 오든가
아니면 택시를 타야하는 상황. 목적지까지 시간이 단축되지도 않고, 돈은 돈대로 들고.
대중교통이란 것이 이렇게 비효율적이어도 되는가? 유럽의 기차 교통수단이 새삼 훌륭하게 느껴졌다.
썰렁한 역사는 유리로 막아서 바람도 안통하고, 왠지 나 혼자 행성에 떨어진 느낌... ㅋ
마지막 그날까지 무서운 한국의 여름을 경험했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직통 열차(43분 소요)는 쾌적해서 좋았다.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대한/아시아나/제주항공은 서울역에서 바로 출국수속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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