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은 정말 더딥니다. 더울 듯 하다가도 다시 서늘해지기를 반복...
마음의 봄은 오지않을 것 같아 여름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사람이 분비는 주말을 피해서 평일에 시간을 내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중부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아헌(Aachen)은 네델란드, 벨기에와 국경을 마주합니다.
아헌에서 조금 남쪽으로 가면 아이펠 국립공원이 있고,
벨기에 바로 옆에 몬샤우(Monschau)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전쟁에서도 피해를 입지않아 마을이 옛날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지역민에게 트레킹과 라이딩 코스로도 사랑받는 지역입니다.
아헌 중앙역 전의 로테 에아데(Rothe Erde) 역에서 내린 후 66번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몬샤우 파크하우스(Parkhaus) 역(종착역)에 도착합니다.
66번 버스는 평일에 1시간 간격이지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2시간 간격입니다.
푸르름이 돋아나서인지 버스에서 보는 독일이 매우 목가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중간 중간 보이는 마을과 주택들의 모습도 도시보다는 삶의 질이 훨씬 높아 보였고,
여느 삭막한 독일 외곽과는 다르게 이쪽 마을들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녹지대를 지나서 종점역에 도착하면 깔끔하고, 예쁜 마을이 있습니다.
내리막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조금만 걸어도 쉽게 둘러볼 수 있는 몬샤우 마을입니다.
오래된 주택들과 단정한 거리, 마을 사이로 흐르는 루어(Rur) 강의 물소리.
이 마을의 존재는 1198년부터 알려졌고, 그 후에 루어 계곡의 언덕에 성이 지어졌습니다.
몬샤우의 전성기는 18세기까지였는데, 당시 섬유산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합니다.
(옆나라 작은 네델란드가 18세기에 무역으로 전세계를 호령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지요?)
약 250년 전에 세워진 이 마을의 주요 건물들은 대부분 로만틱(낭만주의 사조) 스타일입니다.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빨간 집(das Rote Haus)이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 중입니다.
몬샤우의 섬유 공장들은 1982년에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아래 건물이 빨간 집.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띕니다.
요렇게 작은 마을에도 관광열차가 있습니다.
저는 룩셈부륵에서 꼬마기차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만든 후 이런 류는 절대 안탄다는...
이거 뭐하러 타나 싶어요. 2시간이면 온 동네를 샅샅히 볼 수 있습니다.
평일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나름 유명한 곳이었나봐요.
물레방아가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 대장장이 집이 아니었을까요?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언덕이 3곳 있습니다.
걷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모두 오르락 내리락 했습니다.
힘들 것도 없고, 재미삼아 좋았습니다.
언덕을 오르면 작은 마을의 주요 건물들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시청, 카톨릭 성당 등등. 루어 계곡이 품은 마을이 참 귀엽습니다.
맞은편 언덕에 있는 성은 현재 유스호스텔로 활용 중이고, 바로 아래에 노인요양병원이 있습니다.
이런 길을 따라서 수십 킬로미터의 트레킹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펠 국립공원 쪽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마을에는 자전거 라이딩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습니다.
아래 광장에서부터 올라온 것입니다. 저 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시장도 참 예쁘다던데요...
언덕을 내려와서 마을을 지나 건너편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일률적이지는 않으나 어디에도 제각각의 의자가 많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소풍오기에 좋은 곳입니다.
저도 탱자탱자 하며 시원한 바람에 생각을 맡겼습니다.
언덕 위의 돌담길 너머에는 마을 묘지가 있어서 순간 놀랐습니다.
그러나 참 좋~~은 위치입니다.
트레킹 코스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보니 다음에는 일대를 제대로 걸어보고 싶습니다.
역시 박물관 건물이 가장 눈에 띕니다.
12시에 되었고, 사방에서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유럽의 이런 느낌은 언제나 평화롭습니다.
그런데 독일 사람들은 왜 이리 불친절할까요? 쳐다보는 눈초리도 별루고 말입니다.
편한 곳에 앉아서 종소리를 듣다가, 그 종소리가 그치니까 또각 또각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광각렌즈라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오른쪽 지붕에 아저씨들... 지붕 수리 중입니다.
망치 소리가 너무 서정적으로 들려왔습니다.
영화 '개같은 내 인생'에서 평화롭고 조금은 지루한 마을에도 이런 소리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지붕에 올라가 뭔가를 수리하던 영감. 잠시 영화 속의 그 마을과 오버랩.
수 백년 전에 지어진 저 집은 지붕을 몇 번이나 고치며 세월을 견뎌왔을까요...
자세히 보면 집도 반조각만 자기 집입니다. ㅋ
햇볕이 뜨거워져서 마을로 내려와 아이스크림을 한 그릇 사먹고, 다시 성으로 오릅니다.
성의 꼭대기 건물은 유스호스텔
성 바로 아래에는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노인 요양병원이 있습니다.
이 마을과 잘 어울려 보였고, 인생은 평온해야 한다는 생각도 진하게 했습니다.
생의 마지막은 더 할 나위 없겠지만... 가끔씩도 평화가 필요합니다.
평화를 빕니다.
몬샤우, 별일 없다면 다시 산책하러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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