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으로 가기 위해서 새벽에 공항으로 나선 이유는
벨기에를 거쳐 런던으로 들어가는 국가간 기차보다 항공료가 더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독일 루프트한자의 근거리/저가용 항공사인 독일날개(Germanwings)의
모델들을 볼 때마다 섹스 앤 더 시티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지...
루프트한자/저먼윙스의 스튜어디스에 지원하려면 일단 키가 165cm가 넘어야 합니다.
(독일어, 영어, 수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나이제한은 못 봤습니다.)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런던까지는 55분이 소요되었고, 입국수속을 다 마친 후 런던시내까지 들어왔을 때가 아침 9시.
그러나 공항에서 런던시내로 들어오는 광경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빈민스러운 풍경과 특정 종교인들이 그들만의 복장으로 떼를 지어다니는 모습들을 보며,
이건 내가 그리던 런던의 모습이 아닐거라는 예감이 밀려왔습니다.
일단 호텔을 찾아가서 짐을 맡기고, 카메라와 필요한 소품들만 챙겨서
난생 처음 런던의 이층버스를 탔습니다. 하루 종일권 시내구간 차표를 사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복잡한 거리를 지나서 첫 목적지인 런던브릿지 역에 내렸는데...
런던브릿지가 보이는 다리에서 내려주네요. 난감!!
하루 동안의 런던 여행이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밀려왔습니다.
런던 전체 4개 구역을 둘러보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고,
런던에 살짝 삐진 저는 런던이 아니라 '는던'이라 발음하기 시작합니다.
비까지 내려주시면서 사진 찍기가 성가시지만
그래도 '여기는 는던 아닌가?'하는 달램으로 첫 관광지를 배회했습니다.
레고 건축 시리즈 중에 런던브릿지가 있는데, 여기서 직접 보고 있으니
레고가 잘 만들기는 했다는 평가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1894년에 지어진 후 바로 런던의 명소가 된 런던브릿지.
다리를 이루는 두 개의 기둥은 고딕양식으로 지어졌고,
아시다시피 배가 지날 때 두 기둥 사이의 도로가 양쪽으로 들리는 도개교입니다.
일대의 풍경은 매우 번잡하고,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거대 건물들이 많았습니다.
런던올림픽 당시에도 도시가 정리되지 않았겠다는 생각을 했었구요.
다른 구역으로 쉽게 이동하려던 저는 공사로 인해서 운행되지 않는 버스 노선 때문에
멀기만 한 지하철역을 향하여 걷습니다. 그래도 여기는 '는던이잖아'하면서 힘을 내 봅니다.
애써 '는던스러운' 풍경에 눈길도 줘가는 노력...
워터루 역에서 내려 어리둥절 했습니다.
는던 어딜가나 길표지판이나 명소에 대한 안내판이 전체적으로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어찌어찌해서 강쪽을 향해 걷다가 얼떨결에 런던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막상 바라보고 있으니 밤에 나와 이것을 타보겠다는 계획도 슬그머니 지워버렸습니다.
새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런던아이 일대에 관광객들이 어찌나 많은지...
강가에서 바라보는 국회의사당과 빅벤.
이렇게 날씨가 안좋고, 관광시즌이 아닌데도 사람이 너무 많음에 놀라울 뿐입니다.
다리를 건너며 저 화려한 국회의사당과 빅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려 노력...
런던아이 일대도 제대로 찍어주고...
사진과 TV에서만 봐오던 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
11세기에 건축된 국회의사당의 두 기둥 중 하나인 빅벤(Big Ben)은
1859년부터 쉬지않고 정확한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의사당 옆(뒤)의 웨스트민스터 성당(Westminster Abbey) 또한 11세기에 지어졌고,
영국 국왕의 대관식과 왕족의 결혼식이 열리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에 밀리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일정을 어찌할까 궁시렁대며 박물관을 통과합니다.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병정들 주변에 관광객들이 많이도 붙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대에는 말을 탄 경찰들이 계속 순찰을 하기 때문에 말똥을 조심해야 합니다. ㅋ
걸어다니는 동선이 너무 길었습니다.
서쪽의 하이든파크와 켄싱턴궁 및 셜록홈즈 박물관을 보겠다는 계획을 접고, 시내를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11번 버스를 탑니다. 노선은 동쪽의 리버풀스트릿 역에서 국회의사당을 거쳐 서쪽으로 나갑니다.
리버풀스트릿 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진정으로 복잡한 런던시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층버스의 이층 앞자리는 인기가 많아서 항상 경쟁자들이 있습니다.
길은 좁고, 무단횡단은 많고, 이런 와중에도 차들의 추월과 중앙선 침범은 일상...
한번씩 응급차나 경찰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면 더 정신이 없어집니다.
버킹엄 궁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역시 번잡합니다.
런던 학생들의 교복은 정말 예쁘더군요. 멋지고, 화려한 교복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11번 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를 둘러보는 일은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에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시간을 좀 보내며 쉬었습니다.
다른 계획했던 장소들은 몰라도 할매네 집(버킹엄 궁)은 당연히 보고 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빅토리아 역 인근에서 하차! 또 다시 헤매기 시작합니다.
런던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봐도 잘 모르더라구요. 3명 모두 정확한 길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차한 택시 옆에서 담배를 피던 택시기사 아저씨는 정확히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버킹엄 궁의 옆구리.
뭐 볼게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철재 담장에 붙어 있습니다. 안에 있는 병정들을 보는 건가요?
영화 '퀸(Queen)'에서 봤던 익숙한 장소들을 보며 발바닥은 아프지만 마음만은 흐뭇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궁 둘레에 많은 차들이 다니면서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었지요.
버킹엄 궁 옆에 위치한 그린 파크 입구.
버킹엄 궁에서 입구까지 나오는 진입로는 많이 길었습니다.
걷는 중간에 병정도 보고, 여왕의 조각상도 보면서 시껍한 '는던'에서의 마음을 달래봅니다.
런던은 정말 '는던'이었습니다. 다음날 새벽에 지하철을 타려고 지하에 들어갔는데
왠 거지가 아침부터 시비를 걸면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이 인간 때문에 표도 못사고, 공포 분위기에서 10여 분을 보내는데...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역 개찰구 입구마다 직원들이 한명은 꼭 서있는데 이 광경을 보고도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혼자 씩씩거리면서 겨우 표를 끊어 킹스크로스 역에 도착했습니다.
4일치의 영국기차 패스를 처음으로 이용하면서 한숨 나오는 '는던'을 아침 일찍 떠났습니다.
그리고...
4일 후 모든 여행일정을 끝내고 런던의 리버풀스트릿 인근에서 약 1~2시간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알아 둔 식당이 있어서 저녁도 먹고, 기네스 맥주도 마시려고 했었지요.
하지만 역시 '는던'입니다.
런던을 코 앞에 둔 Slough 역에서 어떤 문제로 1시간 반을 정차하면서
이제는 비행기 시간을 염려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아무도 항의 안하고 가만히 있는 승객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결국 리버풀스트릿 역 밖으로도 못나와보고 바로 공항으로 가야했습니다.
출발 6분 전인데도 승강장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는던의 기차역!
런던, 저에게는 참 힘든 곳이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의 런던, 견줄만 합니다.
복잡한 버스노선, 무섭고 지저분한 지하역들, 구불구불한 도로들, 너무 많이 걸어야하는 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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