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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졸링엔, 칼 박물관(독.Klingenmuseum)

스콜라란 2012. 9. 14. 08:25

 

쾰른/뒤셀도르프와 부퍼탈 사이에 있는 졸링엔(Solingen) 지역은

독일의 대표적인 칼, 그리고 철제 식사용 도구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졸링엔 역에서 내려 682번 버스를 타고 24분 소요되는 센트랄(Central) 역까지 갔다.

썰렁한 곳 건너편의 삼거리에 있는 정류장에서 683번으로 다시 갈아탔다.

 

 

전차처럼 쇠줄을 따라가는 이 버스는 또 뭔가싶던 차에 아주 오래된 버스를 보게 되었다.

스윽 지나가는 탓에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버스 정류장마다 설명이 있었다.

 

Obus(오부스)라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1959년부터 이 지역에서 운행했다고 한다.

현재는 영업용이 아니라 지역을 순회하며 구경할 수 있는 교통편이다.

요금은 자율에 맡기고(기부금), 주말에는 시간당 1대씩 다닌다.

이 버스를 타지 못한 것이 아쉽다.

 

 

 

683번 버스의 4번째 정거장 '독일 칼박물관(Deutsches Klingenmuseum)'에서 내렸다.

여기까지 오는 시내버스 여정(^^)은 초행길인 나에게 어리둥절 했다.

졸링엔 지역은 평지가 없는 탓에 버스 안에서는 착석하는 것이 좋겠으며,

버스 밖 풍경이 옛날의 융성했던 공업지역답게 좀 거칠고, 스산하고, 삭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칼박물관이 있다는 이 동네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뭔가 시간이 멈춰진 듯한,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간 듯한 동네였다.

가끔 이런 주택을 보긴 했지만 이 동네, 정확하게 말하면 그래프라트(Graefrath) 마을 대부분의 건물은

지붕에 쥐색 기와를 얹었고, 벽면도 얇은 진회색 돌로 고기 비늘처럼 발랐다. 그리고 녹색 창문.

(이렇게 얇게 갈라지는 돌을 뭐라고 하더라...  중딩 때 배운 것 같은데...)

졸링엔 일대 건물들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 수 없었다.

 

 

정류장에는 아무런 이정표도 없었다. 내가 내렸을 때는 사람도 없었고.

동네 비탈길로 내려오면서 높은 곳에 있는 십자가를 보게 되었고,

저곳이 마을의 중심이 아닐까하던 차에 작은 광장을 만났다.

 

 

 

 

마을의 유일한 (쬐끄만) 평지일 것 같은 곳에는 관광객 두 무리가 있었고,

그들이 오르는 계단을 주시하게 되었다.

의심없이 계단을 오르면 된다.

 

 

 

  

 

교회건물과 연결되는 벽에 작은 입구가 보이면 들어가면 된다.

모든 일을 본능으로 해결하게 되는 귀여운 동네였다.

 

포크, 숟가락, 칼 조형물을 보고, 직감. 칼박물관이군...

 

 

건물을 따라 돌면 가위 조형물이 있고, 이쪽이 칼박물관 입구.

 

 

 

칼박물관 <건물>의 역사는 11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옛날에는 수도원이었고, 1904년부터 박물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프로이센 시대의 1820년부터는 병기창고로 활용하였고,

1904년에 철제산업을 위한 전문학교로 쓰이면서 칼과 식기류를 수집하였고,

1930년에는 전문학교의 '산업박물관'으로,

1942년에는 졸링엔 '칼박물관'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1954년엔 '독일 칼박물관'이 그래프라트 시청으로 이주했다가

1987년부터 현재의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1991년 이 건물에 칼박물관을 새롭게 오픈하였다.

 

 

교회, 회색의 부속건물, 칼박물관은 모두 붙어있다.

건물 안의 입장권을 구입하는 곳에서 차도 마실 수 있고, 칼 등의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비싼 것은 안사는 것이 좋다. 독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더 저렴하게 살 확률이 높다.)

 

 

 

건물 안내 종이를 하나 들고, 자연스럽게 관람을 시작. (성인 입장료 4.5유로)

이곳이 졸링엔에 기반한 칼/식기류 회사들의 제품을 전시하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일종의 역사박물관이었다. 역시 박물관의 핵심은 고품 수집에 있다!

 

훨~씬 기원 전 석기시대에 돌을 갈아서 만든 도구부터 청동기시대를 거쳐 현재의 도구까지 전시한다.

 

 

 

  

16/17세기 졸링엔 일대에 있는 칼과 식기류 회사들의 로고를 보며

우리는 저때 뭐했나하는 생각을 다시 했다... 

 

1층에는 칼에 대한 전시가 메인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칼, 가장 작은 칼, 칼을 만드는 과정 등을 자세히 보면 볼 것 많다.

2층은 식사도구 세트가 주를 이루며, 특정주제의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3층에는 정말 작은 도서관이 있고, 지하에서는 그래프라트 마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135년부터의 기록을 시작으로 작은 동네가 철제 하나로 어떻게 발전했는지 둘러봤다.

 

 

이 칼박물관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중적인 곳은 아니다.

그래서 구역으로 나뉜 방들 중에는 어두운 곳도 있다. 센서등이 작동.

지하에서 좀 당황을 했는데 곧 불이 들어오고야 말았다.

 

 

1층 한켠에는 포트(Pott) 박물관이 별도로 있었다.

1904년에 칼 휴고 포트(Carl Hugo Pott)라는 사람이 졸링엔에서 식기류 회사를 설립하였고,

이 방에서 회사의 110년 역사를 간단히 볼 수 있다.

중앙에 있는 테이블의 서랍을 하나씩 열면서 연도별로

식사도구 세트의 디자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젖가락 하나로 다 해결이 되는 우리보다 이들의 쇠붙이 문화가 더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칼박물관의 입구 직원들은 대단히 친절했다.

독일에서 이런 친절은 좀 드물기 때문에 황송했다.

작은 기념품을 사는데 어찌나 친절과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는지...

 

 

칼박물관에서 나와 숲속에 숨어있는 동네를 비탈길 따라 산책...

 

 

 

높은 산은 없지만 나름 골짜기인 탓에 어디 하나 반듯한 길이 없다.

 

 

 

골목도 많고...

 

 

 

깨끗히 단장한 호텔들고 여럿 있고, 색이 바랜 집도 있고...

 

 

집과 집 사이 깊숙히도 타일을 붙이는 꼼꼼함...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 잠시 앉아 기념품 촬영.

칼박물관에서는 <올해의 숟가락>을 판다.

올해의 칼이 아니라 숟가락!!!

 

2010년과 2011년 올해의 숟가락을 보던 중 왜 2012년은 없는가라는 나의 질문에 직원이 말하길,

"매년 말에 선정을 한다, 그리하여 2012년의 숟가락은 아직 뭔지 모른다"였다.

 

 

2010년의 긴 다용도 숟가락을 구입했다. 내가 산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1919년에 설립된 칼 메어덴스(Carl Mertens) 식기류 회사의 제품이다.

사진은 저래도 삽을 닮아서 예쁘고, 꽤 괜찮다.

아쉬운 점은... 숟가락에는 2010이라는 숫자가 써있지 않다는 것.

'독일 칼박물관 졸링엔' 음각 외에 숫자도 넣었으면 더 좋았겠다.

 

올해의 숟가락을 선정하는 3가지의 기준은... ㅋㅋ

1. 완벽한 기능성

2. 유행을 타지않는 디자인 (숟가락도 유행이 있나?)

3. 제작의 완벽성

 

 

꾸물꾸물한 날씨 속에서 회색빛의 건물들 사이를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언덕을 올라 버스 정류장으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졸링엔 예술박물관(위).

그리고 그 앞에는 공원이 있다.

졸링엔 전체가 숲에 쌓여있는데 이런 공원이 왜 필요할까 싶었다.

숲, 그리고 공원을 유지하는데에 많은 공을 들이는 독일스럽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집들이 숑숑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졸링엔 일대에는 유명한 메이저급의 칼/식기류 제조회사가 21곳이 있고,

공장들마다 입구에 자체 샾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탓에 그런 섬세한 방문까지는 할 수 없었다.

 

칼, 가위 등의 쇠붙이를 만드는 개인 공장(가게)들도 더러 보인다.

 

 

버스 안에서 큰 하리보 공장을 보고는 바로 내렸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정류장에는 손에 손에 하리보 봉다리를 든 어른들이 있었다. ㅋㅋ 하리보 인기 대단해요.

 

 

  

 

올해가 하리보 90주년이란다. 클스마스 준비도 끝났더군요.

나는 칼국수가락 같은 것을 좋아해서 체리 맛으로 한통 샀다.

그런데 진짜 면발 모양도 있었고. ㅋㅋ

단 것을 안좋아하는데 시큼한 맛에 그냥 먹는다.

 

  

 

 

 

어떻게 보면 독일의 졸링엔 지역은 독일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독일 서부는 옛날부터 공업지대였는데 도시가 크게 발달하지 않은

졸링엔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골짜기마다 각자 공장을 만들어서

열심히 쇠붙이류를 만들었다. '끈기'의 직업인 대장장이들의 노력이

계속해서 제품의 질을 보장해주었고, 이제는 디자인과 만나 현대산업을 이루었다.

(하리보도 마찬가지다. 독일 과자회사들은 100년이 넘은 곳도 여럿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대장장이가 있었을 것이다... 있었기만 했겠지...

대를 이어 내려오는, 그래서 세계를 평정하는 한국의 작은 회사는 뭐가 있을까?

대장장이, 우스운 직업이 아니라 위대한 직업인데 말이다.

사실 나는 이런 점을 배우고 느끼기 위해서 독일에 왔다.

내가 독일에 대해서 생각하는 (유일한?) 긍정적인 면이다.

독일도 이제는 수공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눈에는 부러운 산업의 일면들이 많다.

작은 회사가 많은 나라가 튼튼한 경제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