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동안 유럽에서 도시를 쫓아다녔을까라는 회의감과 함께
스위스 알프스 자락의 캠핑장에서 텐트를 세웠다.
배낭을 짊어지고, 기차역에서 1km를 걸어서 도착한 캠핑장,
일러준 자리에 우선 텐트를 세운 후 관리자가 준 종이쪽지를 들고 사무실에 정식 등록을 하러 갔다.
부속건물은 스위스답게 모두 통나무로 지어졌고, 레스토랑과 슈퍼마켓 사이에 있는
프런트에서 관련 브로셔를 한뭉치 주길래 받아왔고, 너무 지쳐서 스위스 대표 맥주 2병을 샀다.
스위스 맥주는 달았다. 물이 좋아서 그런가...
융프라우에서 다 마시고 가져온 빈 플라스틱 병은 압력 차이로 인해서 정말 찌그러져 있었다.
유럽의 자연여행을 잘하기 위해서는 접이자전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융프라우에서부터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캠핑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래킹 코스가 많은데 몸은 힘들어 발길은 안떨어지고,
결국 캠핑장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자전거가 정말 그리웠다는...
캠핑장 바로 위쪽으로 트래킹 길이 있는데 이곳으로 마을 사람들의 차도 지나다닌다.
그렇다고 수면에 방해가 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겨울에도 운영할만큼 괜찮은 캠핑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활발>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도
듣기 좋았고, 산행과 트래킹을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생기가 넘쳤고, 자동차가 잔디밭에
들어왔을망정 나쁘지 않았고, 방갈로와 캠핑카, 그리고 대형 및 소형텐트들 모두가 공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캠핑장 아래쪽으로 흐느는 빙하수 계곡의 유속은 매우 빠르고, 소리도 컸다.
만년설에서 흘러온 물이라서 우윳빛을 띄었고, 그 차가움 만큼이나 힘차다고 생각했다.
몸은 좀 피곤하였으나, 마을 쪽으로 마실을 떠났다. 작은 마을에는 호텔과 레스토랑이 거의 전부다.
융프라우 아래에서 들었던 종/징소리가 여기서도 은은히 퍼졌다. 망아지인줄 알았는데... 양인가?
100년 이상 물을 공급했다는... 라우터 샘.
캠핑장 옆에 헬기이착륙장이 있어서 한번씩 시끄럽다.
마을과 캠핑장 사이에 공동묘지... 예쁘다는 생각이 든 것은 왤까?
아침 7시에 잠시 눈을 떴고, 9시에 놀라서 눈을 떴다. 10시가 정식 퇴실시간.
협곡에 있다보니 양지가 들지않아서 젖은 채로 텐트를 접었고,
세수를 하고, 빵과 우유를 먹고, 다 정리하니까 10시.
사무실에 가서 돈을 계산하고, 다시 왔더니 텐트쳤던 자리에 해가 든다.
아... 다 말릴 수 있었는데... 10시까지 정산하고, 더 머물러도 아무 문제는 없다.
젖은 텐트로 인해서 더 무거워진 짐을 지고 떠난다.
아주 맑은 하늘은 안그래도 열 많은 나를 더 땀나게 했고, 얼굴에 묻은 썬크림은 다 씻기고...
빙하수 계곡을 따라 인터라켄 시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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