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1m 고지에 있는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역에서 내려
락카(3프랑)에 배낭을 넣은 후 융프라우로 향하는 기차로 갈아탔습니다.
그리고 2320m 아이거글렛쳐(Eigergletscher)역까지는 산길을 타고 올라간 후 (빨간 선)
아이거와 묀히의 거대 암벽 터널을 통해(파란 선) 융프라우 밑에 있는 융프라우요흐 역에 이르렀습니다.
경이로운 철도와 산악열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올해가 융프라우 산악열차가 뚫린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융프라우에서 받아온 책자의 내용을 발췌하겠습니다. (*는 저의 부연설명)
1893.06.20.
벵겐알프 철도가 개통되었습니다.
(*라우터브룬넨 마을에서 융프라우 기차를 타면 벵겐(Wengen) 마을을 지나칩니다.
이 마을에도 많은 호텔이 있어서 융프라우 여행객들이 많이 머뭅니다.)
1. 설계
1893.08.27~28.
아돌프 구에르 첼러가 처음으로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스케치합니다.
스위스 산업계의 거물인 아돌프 구에르 첼러는 알프스를 산책하던 중에 대담한 구상을 떠올립니다.
'철도의 왕'으로 불린 그는 아이거와 묀히의 암벽을 통과하는 터널을 뚫어
융프라우 정상까지 톱니바퀴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민들 또한 커다란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의 계획을 지지하였습니다.
1893.12.20.
클라이네 샤이덱 - 아이거 - 묀히 - 융프라우 구간의 운행권을 처음으로 신청했습니다.
1894.12.21.
스위스 연방의회 승인을 얻었습니다.
2. 시공
1896.07.27.
건설에 착수하며, 약 100명의 이탈리아 노동자들을 투입하였습니다.
1898.09.19.
클라이네 샤이덱 - 아이거글렛쳐 구간이 개통되었습니다.
이 구간은 삽, 곡괭이 그리고 노동력에 의해 건설되었습니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거대한 산자락의 오두막에서 한 침대에 3명이 자면서 생활했습니다.
2년 후 450명에 이르는 초대객들이 모인 가운데 아이거글렛쳐역 개통 기념식을 치렀습니다.
(*아이거글렛쳐의 이름에서 아이거 뒤의 독일어단어 '글렛처'가 '빙하'를 의미합니다.
아이거북벽은 해가 들지않아 아직도 빙하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1898.
터널의 암벽 폭파 작업
1899.04.03.
아돌프 구에르 첼러가 페렴으로 사망하고, 후손들이 공사를 계속 진행합니다.
1899.08.02.
로트스톡역까지 철도를 운행합니다.
1903.06.29.
아이거반트역을 개통합니다.
(*아이거 암벽터널을 지나는 중 유리벽으로 만든 전망대에서 2번 세워주는데
첫번째 전망대가 2865m 아이거반트(Eigerwand)역입니다.
독일어단어 반트는 '벽'이라는 뜻입니다. 이 전망대에서 아이거 북벽 아래를 조망합니다.
아래 사진의 붉은색 원 부분이 산악열차를 환승한 클라이네 샤이덱 역입니다.)
노동자들은 아이거 터널 안에서 공사에 박차를 가하지만 이로 인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1899년 2월 26일 화약폭발로 인한 사고가 발생해 6명의 희상자가 생깁니다.
당시 갱부들의 임금은 하루에 4.6프랑(*현재 우리돈 1만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갔지만 경영진은 해고로 대응합니다.
1905.03.04.
아이스메어 - 아이거 공중 케이블카 운영권을 신청했으나 거부됩니다.
(*책자에는 아이스메'르'로 되어있으나 아이스메'어'가 더 정확한 발음입니다.)
1905.07.28
3160m 아이스메어(Eismeer)이 개통됩니다.
(*독일어 아이스는 영어와 같고, 메어(Meer)는 바다를 의미합니다.
이 전망대에서 만년설과 빙하지역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아이스메어 역에 관광센터가 문을 열면서 빙하 세계의 장관이 사람들 눈앞에 펼쳐집니다.
하지만 철도회사의 재정 상태가 불확실해짐에 따라 융프라우 정상까지 철도를 건설한다는
원래 계획을 포기하기로 결정합니다. 그 대신 해발 3454m에 있는 융프라우요흐를 종착역으로 정합니다.
(*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관광객들은 융프라우 정상(4158m)에 가는 것이 아니고
묀히와 융프라우 사이에 있는 융프라우요흐 역까지만 가는 것입니다.)
1905.12.01.
재정난으로 어쩔 수 없이 2년간 공사가 중단되고, 노동자들에게 해고 통지를 보냅니다.
1912.02.21.
종착역 융프라우요흐까지 터널이 관통됩니다.
마지막 터널 관통 때는 격려의 차원에서 한 가지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광부들은 허용된 양보다 많은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릴 수 있었습니다.
폭음과 함께 동굴이 뻥 뚫리고 마침내 햇빛의 세계가 열렸습니다.
"뚫렸다!"라는 함성이 동굴에 메아리치고 노동자들은 서로 얼싸안았습니다.
위대한 철도의 걸작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1912.08.01.
착공 16년 만에 유럽 최고 고도의 철도역이 해발 3454m에 개통됩니다.
원래 예산 금액의 두 배인 1600만 프랑이 투입되었습니다.
웅프라우 산악열차 개통 100주년을 기념하는 장식이 올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융프라우 요흐역에서는 볼거리가 크게 5가지 입니다.
(1) 100주년 기념 장식 터널과 (2) 얼음궁전이라고 하는 또 다른 터널,
그리고 나머지 3곳은 직접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우선 저도 자연스레 100주년 기념 터널을 지났습니다.
* * * * *
이 터널을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핑스 테라스(3571m)로 나갔습니다.
엘리베이터는 27초 만에 전망대로 올려주는데 스위스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라고 합니다.
이 전망대는 1996년 7월 1일에 준공되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알레치(Aletsch) 빙하는 스위스에서 가장 크고 긴 빙하입니다. 길이 약 16km.
융프라우 정상
* * * * *
스핑스 테라스(전망대)에서 다시 내려가 얼음궁전이라는 얼음 터널을 구경했습니다.
이 곳은 1930년 대에 빙하 밑 30m 지점을 깍고 다듬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 * * * *
얼음터널을 지나면 스위스의 가장 높은 고원지대(Plateau)로 나가볼 수 있습니다.
융프라우와 아이거 사이에 있는 묀히 봉우리
다수인 중국과 한국의 단체 여행객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융프라우 정상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1912년 철도 개통 당시에 스위스 국기를 게양했다고 합니다.
이 국기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사람들을 비켜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답니다.
스위스 국기 게양대 지점에서 바라보는 인터라켄 마을
알레치(Aletsch) 빙하
정면 위의 스핑스 테라스나 정면의 휴계소 보다는 이곳에서 융프라우를 더 가깝게 볼 수 있습니다.
* * * * *
만년설에서 묀히 산장까지 트래킹을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알레치 빙하 방면의 입구로 나오면 되고, 이곳에 멋진 눈썰매장이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묀히(4107m) 산장 방면으로 걷다가 고산증이 와버렸답니다.
눈밭에 혼자 주저앉아 있었는데, 머리는 아팠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고산증이 오면 일단 앉거나 누워서 쉬면 됩니다.
그리고 가져간 썬글라스가 너무 약하고, 사진 찍느라 벗고 있었더니 망막이 좀 다친듯합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그날은 계속 눈이 멍멍했습니다.
걷다가 주저앉은 곳에서 바라본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
되돌아오는 길에 눈이 꺼진 곳을 봤습니다. 무섭더군요. 깊이를 알 수 없는 퍼런 구멍...
융프라우를 올라오는 첫 기차를 타고 이곳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9시였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단체 관광객들은 1시간만에 초고속으로 관광을 마치고(사진만 찍고)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이곳에서 3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산증이 안오면 묀히 산장까지 걸어도 가보고, 두 곳의 전망대에서 여유를 즐기고...
휴계소 매점 입구 및 하산 열차를 기다리는 곳에는
산악열차를 구상했던 아돌프 구에르 첼러의 흉상이 있었습니다.
산악열차 하나가 톱니바퀴 철로에 끼여서 움직이지를 못하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기차 하나에 문제가 생겨
저는 예상보다 30분 후에 하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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