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어서 산책삼아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한참 누볐습니다. 시골냄새가 나서 뭔일인가 하고 두리번거리니 자주 다니던 길 옆의 잔디에 양떼가 등장했습니다. 트랙터를 끌고 이 많은 양을 싣고 와서는 간단히 펜스를 두른 후 양을 풀어놓은 것입니다. 대관령이나 가야 보던 양떼를 독일의 동네 공원에서 본다는 것이 제 입가에 웃음을 주었습니다. 그 웃음을 가지고 28도까지 오른 따뜻한 날씨와 함께 멀리 달립니다.
독일의 자전거도로는 우리가 모범사례로 삼아서 뉴스 등에서 자주 방영을 해주었습니다. 우리보다야 훨씬 잘 되어있지만 생각보다 썩 좋지는 않습니다. TV에서 보여주는 곳(도시)은 독일 내에서도 매우 우수한 자전거도로의 경우가 아닐까싶네요. 자전거도로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선, 자동차 도로 한쪽으로 자전거 도로를 할애한 경우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는, 이렇게 달리다보면 도로 폭이 좁아지거나 좌 또는 우회전했을 때 자전거도로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그냥 자동차 도로로 같이 달리면 됩니다만 자전거 실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의 경우는 여간 부담이 아닙니다. 차와 오토바이라면 모를까 차와 자전거가 같이 달린다... 다행이도 차들이 자전거를 우선 보호해주기 때문에 뒤에서 뭐라고 하지는 않으니 너무 겁낼 것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전거도로가 없어지는 경우 인도로 올라와서 달리면 좋겠지만 재수없이 경찰에게 걸리면 벌금(!) 뭅니다. 인도는 일반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니 잠시라면 모를까 자전거를 타고 계속 주행을 해서는 안되는 길입니다. 그리고 도로에서든 자전거도로에서든 좌/우회전시 팔을 들어 뒤의 운전자에게 수신호를 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수신호를 하면 95%의 차들은 저의 신호대로 저를 먼저 보내줍니다. 자동차보다는 자전거, 자전거보다는 보행자가 우선이 나라입니다. 한 손 놓고 자전거를 못타는 분들은 연습 많이 한 후에 도로로 나오시길.
자전거도로의 다른 형태는 폭이 넓은 인도의 차도쪽을 자전거용으로 만든 경우입니다. 차와 같이 안달려서 부담은 없지만 항상 보행자를 주의해야 하고, 도로를 건널 때도 번거로운 단점이 있습니다.
애기들, 자전거도로로 들어가세욧!!
구도시일 수록 자전거도로가 많이 없습니다. 차 다니기도 좁은데 자전거도로까지 할애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자전거가 차도로 들어가도 되기 때문에 그냥 차도로 열심히 다닙니다. 언제나 차와 같이 신호 준수!!! 그런데 저의 경우는 도로에 있는 전차의 철로 틈새에 자전거바퀴가 끼이지 않을까 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목적지가 공원을 통과하는 경우인데요, 어디든 자전거의 출입을 막지 않습니다. 길의 오른쪽으로 주행하는 암묵적인 원칙만 따르고, 조깅하는 사람들과 보행자들만 주의하면 자전거 타기 정말 좋습니다. 워낙 운동도 많이 하고, 자전거도 많기 때문에 길바닥은 대체로 딴딴 그 자체입니다. 자전거 타고 잔디 쪽으로 들어가도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길입니다.
자전거 타러 나갔다가 가끔 앉아있는 인공호숫가입니다. 하늘이 맑으면 물빛도 푸른 것을...
집에 오던 길에 보니까 한낮에 마주친 양떼들이 물가 쪽으로 와있었습니다. 물을 마시다가 미끄러져서 빠지는 것은 아닌지 제 마음이 다 졸이던걸요. 양들은 머리가 나빠서 잠시 떠나온 길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울타리를 쳐주지 않으면 사방팔방 다 없어져버립니다. 양치기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고, 항상 신경 쓸 것은 양떼 테두리의, 그러니까 의도치않게(ㅋㅋ) 무리를 이탈하려는 양입니다.
넓은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햇볕을 즐기고 있었고, 어디나 고기 구워먹는 것은 빠지지를 않습니다. 독일은 애들이 이런다는 것이 좀 낯설지요. 슈퍼마켓에서 고기굽기용으로 아주 간편한 것을 팔던데,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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