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슈트트가르트. 쇼핑객과 뒤섞인 데모 행렬은 있지만 경찰은 없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에도 데모(demonstration)는 있습니다. 갈등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자유 또한 개인의 '권리'이므로 데모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 중의 하나라고 봐야합니다. 데모하는 사람을 범죄자 취급해서도 안되고, 사회에 반하는 세력으로 규정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독일에서도 많은 데모가 있습니다.
오늘 팩스를 보내기 위해서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외출을 했는데 유난히 조용한 도시를 만났습니다. 이 느낌은 뭘까하고 생각하던 중 뉴스에서 전차/버스의 파업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전차역이 있는 지하상가들도 손님이 줄어 빨리 퇴근을 하는 상인들의 인터뷰를 보여주었고, 시내 큰 길에서 소식을 전하는 기자 주변으로도 유난히 차가 많이 없었습니다. 회사 노동자들의 데모, 즉 파업이 독일에서도 항상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 국제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 노동자들도 파업을 했고, 제가 사는 도시의 대중교통을 책임지는 노동자들도 파업을 합니다. 언제나 뉴스에서는 파업과 데모가 빠지지 않습니다. 내 나라에서도 언론사들의 연대 파업과 제주도 강정마을에서의 데모에 대한 기사가 나옵니다. 이것이 곧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 중 일부일 것입니다.
2011년 10월 쾰른. 데모하려고 모이는 사람들, 경찰은 없습니다.
그런데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무력 진압이 없습니다. 데모자들의 팔 다리를 잡고 경찰이 끌고 가는 광경은 있지만 데모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공권력이 국민과 시민에게 폭력을 가하지는 않습니다. 평화적인 시위가 자리를 잡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차 대전을 일으켰고, 엄청난 유태인을 학살한 독일이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으로 사회를 성숙시켰고, 여전히 반성이 진행 중입니다. 2차 대전의 희생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친일파에 대한 처벌과 반성도 없었고, 근대화 과정 중에 행해진 학살 등에 대한 어떤 반성도 없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가해자들이 큰 소리치고, 권력을 휘두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 안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공권력, 그리고 이득을 취해 온 대기업은 권력자들의 하수인이 되는 듯 합니다. 군인도 경찰도 데모자들을 탄압합니다. 절차를 잘 진행해왔다면 이런 큰 갈등도 없었을테지만 이미 그 과정을 건너뛴 탓에 겉잡을 수 없는 극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국방장관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의 도발에 대해서 10배로 보복하고 응징하겠다."
그간 북한에 대해서 대비도 못했던 군이 과연 미래에는 보복과 응징을 제대로 할까 싶습니다.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어처구니 없이 목숨을 내놓기도 하는 약한 경찰이 왜 데모자들에게는 이렇게 강하게 굴까요. 눈썰미가 매서운 국방장관의 강한 어조가 북한으로는 올라가지 않고, 제주도로만 흘러 내려갔나봅니다. 천주교에서 하는 평화의 인사가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적인 '해결'을 빕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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