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든 아침이든 일찍 일어나지는 않지만 잠시 눈을 뜨게 됩니다. 요즘에는 날이 밝을 즈음에 유난히 새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봄이 오는 소리일 것입니다. 겨울에 없어졌던 새들이 어디선가 날아와 갖가지 목소리로 맑게 울어대는데... 저는 그 소리를 들으며 하루가 시작됐군 생각하면서 다시 잠으로 스스륵...
나무가 없는 곳에 새가 모일까요? 우리가 땅에 떨어트리는 쓰레기를 먹으러 모이는 비둘기는 제외하구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가 있으니 새가 오겠구나...
라인강변
본(Bonn)의 어느 공원
쾰른(Koeln)의 어느 공원
독일은 공원이 아니어도 대체로 푸르름이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래서 공원이나 숲에서 봄직한 동물들을 일상에서 만나게 되면 잠시 놀랍니다. 아직은 제가 이들의 생활문화에 흡수되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작게라도 녹색 세상이 있다면 새들은 그곳을 잊지않고 찾아오는 것이 순리인가 봅니다.
본 대학교 도서관 앞의 단골 손님. 옆 라인강변에서 오는 것인지 항상 궁금합니다. 쾰른 대학교 도서관 옆에서...
꼭 푸른색을 띄는 봄여름가을이 아니어도 새들은 자연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추우면 추운데로 빙판 위를 걸어다니거나 미끄러지듯 걸어다니고, 물이 녹은 곳이 있으면 반신욕의 수영을 하며 존재감을 드높입니다.
이 많은 새들로 인해서 세상이 덜 맹목적이고, 차가워보이지는 않지만 도심으로 날아들면 골치꺼리를 제공합니다. 오래된 교회 등의 건물들 뿐만 아니라 상가들도 자신들의 가게 처마에 새들이 앉는 것을 매우 꺼립니다. 역시 동물과 인간은 좀 따로 떨어져서 살 필요도 있습니다.
이제는 날씨가 많이 풀려서 더 많은 동물들이 숲으로, 나무로 모일 것이고, 공원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길 것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꼭 좋지많은 않은 일입니다. 독일에서 살면서 오히려 개에 대한 공포심이 커져서 죽겠습니다. 대체적으로 개들은 착합니다. 집에서 주인들과 같이 살며 잘 길들여졌기에 오히려 개들이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공원에서는 주인들이 개를 풀어놓기 때문에 개와 제가 동시에 서로를 경계하며 길을 걷습니다. 제가 개를 모른척하고 가기에는 개들의 덩치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공원은 둘째치고 전차에서 개가 제 옆에 있으면 이건 뭐, 제 몸의 일부분을 핥기라도 할까봐 초긴장 상태에 돌입합니다. 한국에서 잠시나마 개를 키웠던 사람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전차, 식당에서조차 개를 풀어놓는 독일 사람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번은 스시 먹으러 갔다가 큰 개가 어슬렁 거리고 돌아다녀서 큰 맘 고생을 했습니다. 후덜덜~
그런데 독일에서는 길에 고양이가 많지 않습니다. 고양이들을 집에서 애지중지 키우기 때문인지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며 거리를 활보하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은 거의 못 봤습니다. 그 대신 제가 가끔 밤에 깜짝 놀라는 존재가 있는데, 그건 바로 토끼입니다. 공원에 있던 토끼들이 주택가로 건너온 것인지는 몰라도 밤길에 저를 놀래키는 1등 주범입니다. 제가 놀라서 움찍하며 고양인가 하고 자세히 보면, 자기도 놀래서 순간 웅크리고 있는 토끼를 보게 됩니다. ^^
녹지가 많은 독일에서 보게되는 동물 찬양으로 시작했다가 개와 토끼 흉보기로 글이 흘러서 좀 이상하네요. 이해하시길...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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