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장난감 가게

스콜라란 2012. 2. 23. 23:37

 

   장난감의 세계에 빠지면 아이들의 세상과 어른 세상의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디지털 기구들이 생활에서 큰 자리를 잡으면서 하드웨어적이고, 구시대적인 장난감의 세계가 많이 음성화되었지만 장난감류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세계이자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분야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런 세계에 열열히 상존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에도 장난감이 필요한가라고 물었을 때 저의 대답은 여전히 YES입니다. 오늘은 어른들의 세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아이들의 장난감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습니다. 제 개인의 의견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장난감이 주어져야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를 휘감고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영유아 영어(외국어)교육의 장단점, 조금 더 크면 학원돌기가 주를 이루는 일과는 모두 지나친 인지발달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뇌의 발달 정도에 맞춘 적절한 인지 자극이라면 찬성이지만 그렇지 않은 과부하의 인지력을 아이들에게 요구한다는 것이 문제인데, 저의 주장은 그냥 접겠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활동성을 제약해버리는 환경입니다. 아파트 거주문화의 지배로 인해서, 그리고 아스팔트 환경이 독차지하면서 아이들이 뛰어놀 물리적 장소도 부족하고, 아이보호의 차원에서도 부모들이 집에만 아이들을 머무르게 하는 규제를 늘리고 있습니다. 집안 규칙 속에 있는 쉬는 시간에 컴퓨터에 앉히기를 허용하는 많은 가정을 봐왔습니다. '이제껏 공부했으니 놀아도 된다.' 그러나 조건은 집 안에서 입니다. 아이들이 어디로 가겠는지요? 저만해도 짬이 날 때마다 컴퓨터 앞에 자연스레 앉아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서 놀기'를 생각하면 밖에서 뛰어놀던가 아니면 놀꺼리가 필요합니다. 후자의 대상을 저는 장난감이라고 포괄적으로 제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은 여전히 많은 장난감들이 나와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장난감을 사려고 하면 백화점, 대형마트 외에는 개별 상점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니 인터넷 주문이 최선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릴 때 거리에서 자주보던 장난감 가게나 한때 유행했던 '과학사'라는 상점들을 본 적이 언제던가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장난감 가게를 자주 봅니다. 시대를 2~30년 전으로 돌려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뭔가를 사러 들어가지는 않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밖에서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한때 정말 익숙했던 유리 너머에 전시된 물건들이 낯설기도 하고, 만져보고 싶기도 한 이상한 감정을 느낍니다.

 

 

독일 미니어처는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어른 장난감을 파는 가게도 가끔 봅니다.

 

어릴 때 보던 그런 장난감 가게의 모습입니다.

 

이 가게는 어릴 때 들락거렸던 '과학사'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국내 포탈사이트에 들어가서 프라모델 등의 단어를 넣어서 보니까 인터넷 상으로는 여전히 프라모델은 융성해 있는듯 보입니다. [아카데미과학]의 제품도 계속 나오고 있고, 한수 위라고 평가되는 일본 브랜드들도 여전하네요. 영유아의 장난감은 레고가 여전히 대세인 것 같고, 어떻게 명품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입 장난감들도 여럿 보입니다. 강남 아줌마들이 사기 시작하면 명품이 되는 이 흐름이 개탄스럽지만, 대체적으로 외국물을 선호하는 탓에 제가 혹시나했던 외국 장난감들도 이미 부분적으로 수입되어 있습니다. 신기합니다. 외국의 중저가 브랜드가 한국에서 명품이 되다니... 한때(지금도?) 강남 초등생들의 전용 책가방이었던 스웨덴 피엘라반 가방은 그냥 홑겁떼기 천으로 만들었을 뿐인데요. 책을 좀 넣어서 짊어지기에는 아이들 몸에 불편함에 많을텐데도 가방을 메여주는 부모입장에서는 흐뭇한가 봅니다.

 

   장난감계의 명품도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정작 장난감을 가지고 놀 아이들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장난감이란 상상력을 자극해 줄 수 있거나 또는 실제와 똑같은 모양과 기능을 줄 수 있는 것들입니다. 특히 실제성을 강조하는 장난감 세계에서는 축소 비율이 정말 중요한 관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일에서 우연히 유치원 아이들이 모래바닥에서 갖고 노는 유명한 장난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모든 차량과 농기구를 16대 1의 비율로 축소해서 만드는데 그 크기가 아이들이 실제처럼 작동을 하기에 그리고 아이들의 움직임 동선에도 잘 맞겠구나라는 생각을 혼자 했습니다. 이 회사의 농기구류를 보고서는 저 혼자 감탄을 했답니다. 북미도 그렇겠지만 유럽도 기계식 농업을 하다보니 매우 다양한 중장비급의 농기구가 있습니다. 이 차량들을 모두 모아놓으면 아이들의 사회 및 자연 과목의 교육에도 상당히 유용한 교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느껴봐야하기 때문에 샘플로 3대의 차량을 사봤습니다. 가격은 괜찮았고, 실제 모양도 좋았습니다. (특히 모 트럭은 아주 아주 마음에 듭니다.) 단순한 작동이지만 실외에서 막 가지고 놀기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에게는 유용한 바구니의 역할을 해서 집 구석 구석에 주차 해두었습니다. 다음에 누구 줄 사람 생기면 주면 되겠지요. 

 

 

 

 

   독일에서는 언제나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전체적인 독일 사회, 독일 사람들은 밝지 않고, 좀 불친절합니다. 그렇지만 밖으로 나올 때는 언제나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다니고, 같이 뛰어놉니다. 집의 컴퓨터 앞에 앉혀놓는 일이 우리처럼 일상이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뛰어놀거나 놀꺼리와 함께 있어야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좋을지는 제가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학원 행진 속에 있는 한국아이들, 어두운 색의 같은 옷을 입으려는 한국아이들, 아이들의 일탈을 컴퓨터게임 탓으로만 돌리는 단순무식의 극치를 달리는 한국어른들... 모두 뭔가를 쫓아서 열심히 달려가는 우리의 일상입니다.

   아이들의 환경을 조금 바꿔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소심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오늘 글을 마칩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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