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운동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 조사연구는 대단히 많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런 연구들이 많이 행해지고 있는데, 이는 스포츠/체육 전공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 '왜 운동을 하느냐?'와 같은 맥락의 물음입니다. 이런 저런 연구결과들을 봤을 때 그 답을 평균적으로 종합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답변은 국내와 외국의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조사대상과 조사지역이 다르니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물음에 대한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는 대체로 '시간이 없어서'와 '시설 부족'을 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답입니다. 또한 동시에 핑계일 수 있습니다. 술 마실 시간, 담배 피울 시간, 극장에 갈 시간 등을 언제나 앞에 두니 당연히 운동할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누구는 시설이 아무리 나빠도 동네를 뛰어다니며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즉, 운동에 대한 의지와 필요성이 당장 대두하는 시점이 오면 어떤 이유와 사정도 운동을 방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 때문에 운동을 해야하는 중년의 시점에서는 자발적인 참여가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건강이나 신체적인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기에는 운동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는 꼴이 됩니다. 운동과 스포츠에도 단점이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과 스포츠는 필요하고 좋은 것이고, 참여해야 할 것으로 여길 것입니다.
운동이 생활 속에 깃든 나라는 몇 나라나 될까요? 일명 생활체육 선진국을 말하는 것입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획득한다고 해서 생활체육이 발전한 국가도 아닐 것이며, 금메달이 없다고 그 나라의 생활체육 수준이 함께 하락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상적으로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스포츠가 모두 발달하면 좋겠지만요. 여기서 잠깐! 생활체육과 평생체육의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평생체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연령대에 맞는 적절한 스포츠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생활체육은 일상에서 체육이 깃들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 생활에서도, 직장 생활에서도, 여행 중에도 스포츠 활동이 언제나 가까히 있다면 이는 생활체육이 우수한 곳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말장난 같긴 하지만 그래도 용어상의 구분을 해주는 것이 교육현장에서는 필요합니다.
독일은 생활체육이 우수한 국가냐고 제 스스로 평가한다면 '그렇'습니다. (1) 어디든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디에도 (2) 그럴만한 환경이 있습니다. 여행 프로그램에도 하이킹, 등산, 스키 등의 상품이 들어가있는 테마형 상품이 아주 많습니다. 대체로 북유럽 스타일이 이렇습니다. 오늘은 제가 보고 느낀 독일의 모습만 소개하겠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꽤 많은 사진을 찍어둔 줄 알았더니 많이 부족합니다. 이해를 부탁...
한국에서 대학생들이 짜투리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스포츠는 농구라고 생각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문화와는 역시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농구를 하는 모습은 몇 번 정도밖에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 넓은 공원에서 농구장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생활체육의 대표라 여겨지는 달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정말 일상이 되어있습니다. 걷고, 달리고를 쉬지 않고 30분 이상 길게 하면 유산소성 효과가 나타나고, 이런 운동은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살을 어떻게 빼냐고 물으면 간단히 대답합니다. "적게 먹고, 밖에 나가서 그냥 뛰어!" 복잡할 것 없습니다. 의류, 장비, 신발, 같이 하는 사람, 운동하는 장소의 고급성 등과 같은 폼생폼사 위주로 흐르는 스포츠를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이것저것 갖출 것이 많으면 운동의 목적도 흐려진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걷기를 효율적으로 하는 노르딕 워킹은 들판이 많은 북유럽의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종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겨울의 유럽에서 노르딕 스키가 자연스럽듯 봄가을에는 노르딕 워킹 인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용품 매장에서 등산 스틱보다 더 인기가 있는 상품이 위킹 스틱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중년 이상의 어른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지는 아이템입니다. 혈액 순환, 심혈관계 향상, 무릎에 무리를 주고 싶지 않다면 이 운동도 참 괜찮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이곳에 눈이 안와서 노르딕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저도 예산을 짜가며 계획했던 일인데 아쉬움이 많이 남고, 가을에 사두었던 썰매마저도 창고에 내려놨었습니다. 사진은 작년 늦가을에 공원에서 어떤 분이 바퀴달린 스키를 하는 모습으로 대체합니다.
수 많은 유산소 운동 중에서 그 백미는 역시 마라톤이라고 생각합니다. 42.195라는 기준은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제가 이 도시에 처음 이사왔을 때 시내에서 보게 된 마라톤 대회 광경입니다(2011년 10월). 매년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도시 전체의 교통을 낮 동안에 통제하며 이루어지는데 우리의 마라톤 대회보다 많이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라토너 외의 시민들이 길 곳곳에서 응원을 해주고, 특정 모임이나 단체에서는 음악과 퍼포먼스로 마라토너를 독려하는 모습은 대회보다는 축제에 가까웠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마라토너 옆에 보조자를 허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조자는 달리는 사람을 독려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음료 등의 지원도 자유롭기 때문에 무리한 달리기로 인한 불상사도 예방이 될거라고 여겨집니다. 특정 구간에서 친구들이 기다리며 음료도 주고, 응원을 하기도 하지만 옆에서 자전거로 같이 달려주는 모습은 특히 좋아보였습니다. 옆에서 같이 가주면 완주 가능성도 확실히 증가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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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 종목 스포츠는 특히나 환경의 제약을 많이 받습니다만 독일에서는 여러 경기장을 어지간한 공원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펜스로 인해서 개인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도 많은데 이런 곳은 클럽/협회 위주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동네 틈새 공간에는 놀이터가 많습니다. 그런 곳 한켠에는 돌로 만든 탁구대도 많이 눈에 띕니다.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는... ㅋ
유럽의 환경 자체가 푸른 잔디를 언제든 볼 수 있게하는데 축구 발전의 초석이 아닌가합니다. 잔디가 너무 넓어서 한국에서처럼 축구장을 반으로 나눠서 4팀이 시합을 할 일도 없고, 잔디 안으로 못들어가게 하는 통제도 전혀 없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은 멀리 찍히긴 했지만 아버지가 아들(왼쪽 흰옷)의 축구 훈련을 돕는 모습니다. 저 넓은 곳에서 부자가 맘껏 공을 던치고 차고 하는 모습이 부러울 뿐입니다.
축구의 나라이다보니 어디서든 공 차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징적인 모습은 가끔 이 무리들 안에 남자와 여자가 같이 섞여있다는 것입니다. 성별 구분없이 운동을 한다는 것은 그들의 실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않아서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생활체육의 발전성을 엿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공원에서는 노인들이 구슬치기를 많이 하는데 이런 쇠구슬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곳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창고같은 작은 건물에서 OO클럽 표지판을 읽었습니다.
도심 공원에 접해있는 스포츠 경기장 뿐만 아니라 가끔은 청소년 시설(수련관?)도 볼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제가 어떤 곳을 거닐다가 청소년 시설을 발견하고 들어가봤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넓은 운동장... 그곳에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뭘까하고 말입니다. 아이들의 비행과 자살 문제를 컴퓨터 게임 탓으로만 간단히 치부하는 어른들, 특히 한국 정치인들의 무지함과 무관심이 역겹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그 무엇은 제공해 주지 않고 어떻게 잘 자라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의 교육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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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은 생활 그 자체여야 합니다. 특별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분으로 녹아서 하루 일과와는 뗄 수 없는 필수적인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와 운동이 주는 정신적, 신체적 효과는 미래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니까요.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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