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상했던 유럽과는 다른 현실 중 하나가 유럽은 텐트보다는 캠핑카 여행이 주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자연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에 주차를 해도 그림이 되니까 캠핑카가 훨씬 편하기도 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주택가의 어느 거리를 다녀도 캠핑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1년에 몇번이나 사용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많이 주차되어 있습니다. 어떤 차는 몇 개월째 꼼짝도 안합니다. 그러나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인의 아웃도어 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캠핑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봐온 중에서 제 눈에 가장 예쁜 캠핑카는 외국에서 원정 온 아래 사진의 벤츠입니다. 지난 여름에 찍어둔 사진인데 오늘 봐도 역시 귀엽고 애정이 가는 차입니다. 아주 똘망하게 생긴 차량 뒤에는 바이크도 한대 달려있었습니다. 차와 바이크가 동시에 움직인다면 여행이 더 다이나믹스러워지겠지요. 물론 다른 캠핑카에도 모두 자전거 캐리어 정도는 기본으로 있습니다.
독일에 와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캠핑카의 레전드입니다. 바로 폴크스바겐의 캠퍼 밴(Volkswagen Camper Van) 또는 캠핑버스(독. Campingbus)인데요, 캠핑카로 나온 모델의 인기가 아직도 대단하다고 합니다. 전용이 아닌 경우는 봉고 같은 모양의 중고차를 구입한 후 안을 개조해서 캠핑카로 만든다고 하니 독일인들의 폴크스바겐(VW)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잡념이 많이 생겨서 집에 있으면 안되겠다싶어 낮에 동네를 걸어다녔습니다. 봐두었던 VW 사진을 찍으러 나섰지요. 주황색 VW가 있었고, 흰색 VW도 있었습니다. 모두 오리지날 캠핑카는 아니고 개조한 차량입니다. 그렇다면 폴크스바겐의 1962년에 나온 오리지날 캠핑카인 T1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지난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을 여행 중 레고매장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레고의 고향이 덴마크이니 한번 들어가보자라는 생각이었지요. 거기에서 폴크스바겐의 T1을 보게 되었습니다. 1962년에 생산된 차량의 실제를 매우 잘 구현한 레고를 보게 된 것이죠.
잊고 있다가 지난 달 초에 시내를 배회 중 레고 매장에 그냥 들어갔는데 거기서 제가 생애 처음으로 레고를 한 상자 사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밤새도록 폴크스바겐의 T1을 만들며 이 차에 대해서 알았고, 레고에 대해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었습니다. 웃기죠? 사십줄을 앞두고 최초의 레고작품을 독일에서 만들다... ... ... (나이값은 죽을 때까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독일에 사는 기념이라 생각하고 구입했던 것입니다. 뭔가를 만드는 것에는 항상 자신 만땅이어서 1,332 조각의 레고와 함께 즐기면서 밤을 지샜습니다. |
레고의 디테일함을 경험하면서 이건 어른 장남감이라는 사실도 체감했습니다. 이런 모델의 생산이 단종되면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4~5배 정도 부풀려진 가격에 거래가 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야 뭐 그런 세계에는 발을 들여놓지는 않겠지만 이해가 되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T1을 거의 다 만들어갈 즈음 딱 하나의 조각이 없는 것입니다. 황당하데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아니라서 코펜하겐에서 사온 조각들 중에 크기가 같은 것(파란색)으로 끼워넣기는 했는데, 영 마음이 찝찝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시내 매장에 가서 얘기를 해봤습니다. 한 조각이 없는데 그것만 팔아달라고 말이죠. 직원이 저에게 장황한 설명 들어갑니다. 레고 사이트 '픽 어 브릭(Pick A Brick)' 메뉴에서 조각을 찾은 후 주문하랍니다. ㅋ 그리고 실천했습니다. 그저께 우편함에 딱 한 조각 주문한 것이 와있었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부분인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했나 싶기도 하고, 내 생애 첫 캠핑카를 완벽하게 구현하겠다는 발상의 노력이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
독일 생활에서 봐오던 캠핑카 얘기로 시작했다가 레고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제 상태가 요즘 이렇습니다. 독일 서부는 정말 눈없이 겨울이 가나봅니다. 입춘이 어제였네요. 봄이 오고... 캠핑장이 오픈하면... 텐트 챙겨들고 알프스 자락으로 캠핑하러 가겠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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