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꼭 새로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12월31일과 1월1일의 차이는 인류의 문화 중 하나라서 새로워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무덤히 흐르는 물결 중 하나인지... 저는 대체로 후자의 새해맞이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른 짓을 했습니다. 지난 1월 1일에 늦게 일어나서 떡국을 먹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성당 미사에 갔었습니다. 실로 몇 년만에 하는 짓이라 매우 어색했지만 왠지 그날은 그러고 싶었습니다. 유럽 고딕양식의 절정이지만 밤에 보면 언제나 무서운 쾰른대성당의 마지막 미사(저녁 7시)에 갔었습니다. 당연히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카톨릭의 미사 형식은 세상 어디나 동일하기 때문에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멀리서부터 대성당의 탑을 보며 걷는데 작은 도시와는 달리 쾰른 시내에는 사람도 무지 많고, 가게들도 영업을 꽤나 하고 있었습니다. 이래서 이방인은 가급적 큰 도시에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문에는 언제나와 같이 거지가 구걸을 하고 있었고, 저 또한 그(녀)를 피해서 들어갔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앉아있었습니다. 이전 미사 때의 향 냄새가 배어있었고, 관광객들도 많았습니다. 이날도 춥지가 않아서 옷을 좀 얇게 입고 나갔는데 우두커니 앉아있자니 몸이 으스스 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사 중간에는 뼈 속까지 진하게 스며드는 한기를 느꼈습니다. 수백년이 지난 성당을 이루고 있던 벽돌들이 전해주는 기운은... 정말 추웠습니다.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대체적으로 좀 산만했습니다. 뭔가 웅장하며, 엄숙함을 느끼러 갔었는데 유난히 큰 오르간 소리와 개미소리만한 신부님의 음성이 언발란스하게 다가왔습니다. 앉았다 일아났다를 반복하고, 몇 개 용어를 알아듣고,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더 따뜻한 성당 바깥으로 나와서는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스테이크를 맛나게 먹어치웠습니다. 나름 새해맞이를 외식으로 하고 말았지요. 그날은 제 인생의 어느 쯤이었을까요?
쾰른 구시가지의 어느 건물은 쌓여진 세월을 보여주었습니다. 1~2층은 무려 300여년 전에 만들었고, 이후 1914년, 그리고 1954년의 뾰족지붕... 이집의 시간은 위로만 이동했나 봅니다.
현실적으로 확 다가오는 세월의 변화 중 하나는 물가인상입니다. 두달 전부터 생활비를 쬐금 절약해보겠다고(다른 지출이 더 늘어버렸음 OTL) 80유로 정도의 월정액권을 사지 않고, 그냥 걸어다니거나 시내를 나갈 때만 전차를 탑니다. 독일에서는 어떤 차든지 한번만 타기에는 우리보다 훨씬 가격이 비쌉니다. 전차나 버스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2.4유로(3,700원)를 내고 탑니다. 차 안에서 차표를 산 후 티켓팅을 하면 90분 간 유효한 시스템인데, 이 차표가 2.6유로(4,000원)가 되었습니다. 20센트가 오른 것이죠. 약 8.3%의 인상은 작지 않고, 매우 큽니다!!
아무리 제가 시간이나 사건에 대한 기복없이 맹숭맹숭 산다고 해도 세속에서 느끼는 시간의 변화는 피해갈 수 없나봅니다. 물가인상, 달라지는 행정체계, 새로운 달력, 줄어가는 통장 잔고... 이러다보면 조만간 몸이 주는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여야하는 나이가 오겠지요? 그 전에 뭔가를 해내며 살아야 할텐데요. 쯧. 오늘도 하루가 그냥 지나갑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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