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른다는 말 정도는 할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모레 정도는 되어야 그 자격도 봐줄만 하겠지만 미리 세월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멀리있 고, 있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이곳 생활이 이제는 몸까지 익숙해져서 주말 내내 감기 기운을 달고 살았습니다. 애매모호한 기온, 난방을 하면 건조하고, 안하면 싸해지는 실내. 비가 오면 조용해지고, 파란 하늘이 비추면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는 바깥. 이렇게 일상의 단면들이 반복하면 지나갔습니다.
창 밖으로 바로 보이는 단풍나무는 처음에 시야를 가려서 답답했는데 지금은 너무 휑~해서 앞집 사람들의 동선이 모두 보여 불편합니다. 이 휑함이 저에게만 불편한 것인지 저만 커튼으로 가립니다. 앞집은 분명 아저씨가 전업 살림꾼인 것 같습니다. 독일에선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아주머니는 저녁이 되면 내 눈높이의 책상에서 항상 스탠드 불을 켜고 일합니다. 나를 쳐다보나 하는 의심을 갖고 망원경으로 봤더니 책상의 노트북인가 서류인가만 열심히 봅니다. 집에 와서도 저러는 것을 보면 직업은 회계사 또는 변호사일 것 같은데요... 아저씨는 언제나 편한 옷차림으로 주방을 위주로 움직입니다. 금발의 긴머리를 한 딸내미도 가끔 보이지만 아주머니가 안고 다니던 간난 애기는 보이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잘 아느냐구요? 이 집이 제가 사는 옆집에서 얼마 전에 비어있던 앞 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다시 나뭇잎이 자라서 무심결에 앞집을 보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겨우 겨울이 시작인데 봄에나 이루어질 현실을 기대하다니 인간(나)의 바램은 끝이 없습니다.
창으로 바로 보이는 단풍나무를 소개합니다.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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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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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11월 8일
11월 11일
11월 14일
11월 22일
11월 25일 셀 수 있을 정도의 잎들... 하지만 끝내 안떨어지고 그 자리에서 사멸.
12월 5일
12월 7일
12월 동안 계속 내리던 비는 베란다 틈새에 뿌리를 둔 들풀의 생명력을 사그라들지 않게 했습니다.
어제 아침 9시. 비를 머금은 눈이 내리긴 했는데 첫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쯧. 이제 단풍나무 찍는 일은 그만하겠습니다.
12월 18일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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