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겨울비, 낯선 나무

스콜라란 2011. 12. 16. 13:17

 

   한국은 그렇게 춥다는데 여기는 2주일째 매일 비가 옵니다. 쏟아지고, 하늘이 잠시 열리고, 구름이 끼고, 또 내리고를 반복합니다. 이 새벽에도 거센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창을 때립니다. 뚜렷히 할 일이 없는 요즘에는 그냥 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습니다. 날씨에 따라서 우울이니 뭐니하는 감정변화는 없어서 비가 내리는 모습도 참 좋습니다. 밖에서 고생을 안하고 탱자거리기만 하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작년 이맘때 유럽은 폭설로 인해서 항공이 마비되다시피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눈도 많이 오고, 추우니까 유럽에 가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ㅋㅋ 왠 말인가 싶습니다. 완전히 상황이 역전되어 지구 저편의 한국이 영하 8도지만 여기는 영상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12월의 겨울비... 징~하고, 진~하네요.

 

   눈썰매를 괜히 샀나하는 후회가 들고, 외출이라도 하면 우산 챙기기는 필수입니다. 방콕 중에도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겠기에 파란 하늘이 보이면 식량을 사러 밖에 나갑니다. 어느날 길가에 누워있는 나무들을 봤습니다. 끼이는 망사 안에 밑둥이 잘려진 푸릇한 나무들이 그냥 쌓여만 있었습니다. 뭘까?

 

 

 

 

   오후에 동네 슈퍼마켓에 가는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어떤 아저씨가 나무를 망사에서 꺼낸 후 가지를 펴고, 솎음질에 열중이었습니다. TV에서나 보던 크리스마스 트리, 바로 생나무 트리입니다. 

 

 

 

   몇 사람이 와서 구경하다가 서있는 나무 중에 골라서 들고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망사에 넣어둔 나무를 그냥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저보다 작은 트리 앞에서 저도 생각을 좀 했습니다. 하나 사면 좋겠다 싶은데 세우는 것도 없고, 뒷처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마음만 트리 옆에 세워두고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다듬고 파는 모습을 눈 속에서 봤다면 좋았겠지만 하늘 일을 누가 예측하겠는지요. 비가 마르지 않는 거리에서 트리를 보는 것이 정겹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이국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다가오는데 독일은 언제까지 비가 내릴까요? 스위스에서도 지금 12월이 백 몇년 만의 최악 가뭄이라서 스키장들이 울상이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기온이 영상이라서 인공 눈을 뿌릴 수도 없다니 심각하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신연령을 낮춰서 유럽에서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고대하며 희망을 놓지 않겠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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