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심각성을 잘 모르는 문제이지만 성실한 납세자이자 보편적 복지에 대한 기대를 거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가끔 남의 애들 걱정까지 합니다. 한국은 애를 안낳아도 문제(OECD 1등 맞나요?), 애를 낳아도 문제인 딜레마에 서있습니다. 애를 낳으면 무한경쟁에 밀어 넣으며, 사교육에 돈을 평펑 쓰고, 결혼할 때까지의 경제적 지원에 경상도 사투리로 '쎄'가 빠집니다(너무 힘들어서 소가 혀를 내밀며 탈진한 상태). 그리하여 쬐끔의 여권신장과 경제력을 도모하고자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당장 초기 육아 문제가 등장.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까요? 절대 부족이라는 놀이방, 유아원, 유치원 등은 제 주변에서 보니까 돈 위주로 굴러가고, 국가에서 보조금을 줘보니까 일부 원장과 부모들이 같이 나눠먹었다는 비리 기사가 보입니다. 유치원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과 관련된 비리는 제가 좀 잘 알고 있습니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늬우스 중에는 아이를 맡겨두니 형편없는 음식을 먹이고, 폭행까지 서슴치 않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접합니다. 생애 첫 공교육 현장에서 말도 잘 못하는 아이들이 무지막지한 경험을 한다면 어느 부모의 마음이 타들어가지 않겠는지요?
제가 본 독일은 좀 다릅니다. 많이 다른지는 맡길 애가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일단 유치원은 독일에서 의무교육이 아닌지라 모두가 다니지는 않지만 놀이방, 유아원, 유치원의 개념이 하나로 되어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치원(킨더가르텐, Kindergarten) 건물과 마당에는 애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보입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외부에서 많이 뛰어놀지는 않지만 날씨가 좋으면 놀이터에 나와 얼마나 짹짹이면서 신나게들 노는지... 혼자 생각합니다. "그래, 역시 애들은 뛰어놀아야 해." 집 앞에 큰 유치원이 하나 있습니다. 걷기 시작하는 애기도 있고, 학령전 아이도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이른 아침이면 부모들이 애들을 데리고 많이 다닙니다. 그만큼 맡겨지는 아이들이 많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2월부터 다시 어쩔 수 없이 아침 8시에 집을 나섭니다. 등록 안하면 비자 연장을 안해준다고 해서 시에서 운영하는 저렴하고 질적으로도 괜찮은 곳으로 억지로 댕깁니다. 집에서 딱 2.1km 거리에 있는 곳을 매일 걸어다닙니다(보통 속도의 편도 30분 소요). 가끔 길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유치원을 보기는 했지만 며칠 동안 어느 정도 통계적인 수치가 예측되는 것을 보면 독일이 우리보다 훨~ 나았습니다. 오늘 작정하고 카메라를 가지고 나갔는데 2.1km를 걷는 동안 제 눈으로만 바로 보이는 유치원이 5개였습니다. 400m 간격으로 하나는 있다는 것이고, 구석 구석에 여럿 더 있는 줄로 압니다.
(1) 집 바로 앞에 있는 큰 곳은 내부 시설도 넓고 앞마당(운동장, 놀이터)도 나름 훌륭합니다. 사진에는 없으나 나무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도 있고, 나무 위에 작은 집도 있고 기타 등등이 보입니다. 애들이 밖에서 노는 시간이면 젊은 남자 또는 여자 선생님들이 곳곳에 서 있습니다. (이런 사진은 대놓고 찍을 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다름에 트라이하겠습니다.) 선생 1명 당 통제하는 애들의 숫자가 정해져있습니다. 전철, 미술관, 공원 등에서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애들이 말 안들으면 소리도 지르고, 은근히 강압적으로 끌고 같니다.
지난 12월 말 밤에 이 유치원에서 마틴's기차 행사를 한다고 부모들과 애들이 함께 등을 들고 동네를 한바뀌 행진했습니다. 지켜봐달라고 집 입구마다 공지글을 붙여놔서 저도 이 상황이 뭔지 알게되었습니다. 아마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종업식(?)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2) 언제나 지나다니는 공원에 바로 접해있는 유치원은 겉으로 보기에 시설이 별루같지만 저는 이런 곳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울타리 안에서 남녀 유아들 3~40명이 동시에 축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애기들은 이리 저리 뛰지 않고 모두 제자리에서만 콩콩 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우연히 공이 올 때 잘 차면 다행이고, 헛발질마저도 참 귀여웠습니다. 이곳 애들은 날씨가 춥지 않으면 항상 공원으로 산책하는 것이 필수코스입니다. 좋은 환경이지요.
(3) 공원에서 빠져나올 때도 하나의 유치원이 있습니다. 앞선 곳과 비슷한 환경이어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주택가 골목을 지나면서 보게된 유치원은 미끄럼틀이 없었다면 몰라볼 뻔했습니다. 오늘은 지나면서 창 안쪽을 유심히 봤습니다. 색종이로 만는 로켓트, 비행기, 비행접시가 아침을 맞고 있었습니다. 어느 곳이든 아침 7시 정도면 불이 켜지고 아이들이 하나 둘씩 맡겨집니다.
(5) 큰 도로에 인접한 건물 안쪽으로 부모와 아이들이 많이 들어가서 알게 된 유치원입니다. 보이는 건물이 아니고 안쪽에 있는 건물로 카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직장에 가야하는 부모 입장에서 아침 일찍 아이를 맡기는 것은 쉽지 않아보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애기가 걸어가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좀 드문 모습입니다. 대체로 정신이 아직 꿈자리에 머물러있는 몽롱한 표정의 아이를 자전거 뒤에 싣거나, 유모차에 태워서 일방적으로 끌고(ㅋㅋ) 갑니다. 아이들의 그 표정으로 봤을 때 '니 마음대로 하세요'와 같은 포기상태를 읽었습니다. 매번 마주치는 애기가 있는데 이제는 저를 보고도 시큰둥하니 젖꼭지만 힘없이 빨고 있습니다.
아래 여자분의 경우 큰 애는 잘 따라가는데 작은 아들이 담벼락 안으로 들어간 후 안나와서 난감한 상태입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아침부터 장난입니다.
아침부터 컨디션 너무 좋은 아이는 엄마를 뛰게 만듭니다.
아이를 맡기러 가는 엄마와 아빠의 비율은 비슷합니다. 아침 시간에는 전철에서도, 버스에서도, 길에서도... 날씨가 궂으나 좋으나 상관없이... 아빠 또는 엄마가 자녀를 맡기러 어딘가로 향합니다. 우리나라의 맞벌이 부모들도 이렇게 아이를 맡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직장에 출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래서 안정된 사회 시스템이 중요하고, 그런 제도를 세팅해 줄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하겠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 유럽, 좋은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필품매장, 데엠(DM) (0) | 2012.02.12 |
---|---|
키오스크(매점) (0) | 2012.02.10 |
캠핑카 (0) | 2012.02.06 |
신년 첫 주 (0) | 2012.01.09 |
방울 양배추 (0) | 2011.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