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키오스크(매점)

스콜라란 2012. 2. 10. 04:33

 

   키오스크(der Kiosk)는 담배, 신문, 음표, 커피, 맥주, 쵸코렛/사탕, 복권 등을 파는 작은 가게입니다. 흡사 어린 시절의 동네에 있던 구멍가게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파는 물건의 대부분이 맥주(음료)와 담배가 주를 이루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덴마크에 갔을 때도 같은 스펠링을 사용했고, 프랑스어로는 kiosque라고 합니다.

   이 작은 가게가 도심에서 좀 벗어난 곳에 살 때는 그리도 아쉬웠습니다. 동네에 있던 하나의 키오스크는 6시 정도면 문을 닫았고, 주말에는 영업도 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명절이라도 끼면 며칠을 집에 있는 식량으로 때웠어야했습니다. 너무 급할 때는 먼 곳에 있는 주유소 안의 키오스크까지 찾아가야 했느니까요. 평일에도 꼭 슈퍼마켓 문을 닫고 나서야 물이 없음을 알게되고, 맥주 한 캔이 아쉬웠으니 이사 온 후의 생활은 신 문명세계에 진입한 듯합니다.

 

 

 

 

 

   키오스크는 도심의 역 인근에 하나씩 있기도 하고, 공원 진입로나 공터 같은 곳에 덩그라니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동안 그 자리에 둥지를 틀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서울 일대의 모든 매점, 신발 수선집과 노상을 일률적인 깨끗한 디자인으로 바꾼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니다. 누구의 기준에 의한 도심 청결과 획일화였는지, 왜 그런 일에 국민의 세금을 축내서 디자인을 했었는지, 깨끗하다는 (플라스틱)깡통의 노점이 좋기만을 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실제 서울의 상인들은 많은 불편을 제기했었는데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운영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깡통의 규모가 작아져서 불편한 점과 가게 밖으로 뭔가를 내놓으면 벌금 물리기 등이 문제제기 되었었습니다. 서울(한국)과의 비교는 제가 아직도 떠나온 곳의 기억이 더 지배적이어서 그럴 뿐 서울과 이곳의 간이매점을 비교할 의도는 없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주택밀집 지역에다가 대학가도 인접해서인지 키오스크가 정말 많습니다. 어떤 길에서는 50m 간격으로 하나씩 마주치는 키오스크가 있어서 편한 점이 더 많습니다. 밤 10시에 동네슈퍼가 문을 닫은 후에 급히 음료수를 사러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이곳에 더없이 편리한 구멍가게 역할을 해줍니다. 상권이 많은 곳에서는 키오스크까지 덩달아 밤 12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고, 어떤 곳은 24시간 영업을 합니다. 그러면서 드는 궁금한 점이... (1) 이렇게 많은 키오스크가 모두 괜찮은 수익을 내고 있는지, (2) 대부분의 주인장들이 아랍/이슬람계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후자는 좀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이민자들의 생계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시작하는 사업이 세탁소, 가게 등일 테니까요.

 

 

 

 

 

 

바로 옆에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데도 키오스크가 더 빛납니다.

 

 

 

 

   키오스크를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길을 가다가 급히 음료수나 신문 및 담배를 사는 경우일 것입니다. 제가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물, 콜라, 맥주 뿐입니다. 예를 들어 맥주를 몇 번 사러 밤에 나갔었거든요. 일반 슈퍼에서 병/캔 환불가격까지 포함해서 약 70센트(1,000원)에 구입하는 맥주가 키오스크에서는 1.5유로(2,300원)입니다. 2배 정도이지요. 키오스크에서 사는 독일 500ml 맥주는 한국에서 사는 국내 맥주와 가격이 동일한 것 같네요. 이 외에도 간단히 1유로 정도에 원두커피 한 잔 사서 마시기 괜찮습니다. 독일의 빵집과 카페에서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원두커피가 드물고 라떼, 카푸치노 등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오히려 마일드한 원두커피가 급 땡길 때는 키오스크가 편합니다.

 

   동네 구멍가게의 향수를 조금 느낄 수 있는 독일의 키오스크.. 이곳에서는 한국 대기업들의 메가급 상권이나 체인형태의 편의점에 주는 위협 따위는 기미도 보이지 않으므로 키오스크의 존재감도 더 빛납니다. 오래되고, 촌스러워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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