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박물·미술관

독일| 본, 아덴아우어(Adenauer) 하우스

스콜라란 2011. 9. 29. 08:48

 

 

이 광고지를 봤을 때는 책갈피로 쓰기 좋겠다 싶어서 서너장 집어왔습니다.

지난 주에 가져온 파란 종이는 본(Bonn) 인근의 명소를 광고하는 것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패망 후 독일이 동과 서로 분리되었을 때 서독의 초대 총리를 지냈던

콘라드 아덴아우어(Konrad Adenauer)의 생가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작가들의

생가를 찾는 일이 괜찮은 여행이었기에 여기서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춘천의 김유정 문학관에 가면 김유정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저를 맞아주는

착각이 들듯이 작가들의 생가 여행은 그런 상상의 맛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생가는 실망했음)

 

독일의 역사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본을 떠나기 전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그곳에 가봤습니다. 언젠가 어느 흑인이 제가 어디 샤나고 묻더니

'거기 부자 동네라던데'하고 했던 말이 기억났습니다. 저는 너무 지극히 서민적인 이 동네의

무엇을 보고 그러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전철로

5정거장 떨어진 이 마을에 와보니 꽤 부자들이 살 것 같았습니다. 여기를 두고 그랬나봐요.

 

 

 

자욱한 안개가 걷힐 즈음에 뢴도르프(Rhondorf)라는 역에 내렸습니다.

(본 시내에서 Bad Honnef 방향의 66번 전철을 타고 30분 정도 소요)

바로 이정표가 길을 안내해 주었고, 동네에 딱 들어서며...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이 일대의 야트막한 산들이 있는데 7개의 봉우리가 연결되어있습니다.

그래서 7 산맥(Sieben Gebirge)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하면 칠봉산 정도 되겠네요 ^^

라인강에 접한 산 밑의 동네가 서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샘물은 1844년~1949년까지라고 써있었습니다.

그때는 우물처럼 물이 솟아났다는 뜻인지...

그런데 집에 와서 샘 위의 글자 '드라헌펠스(Drachenfels)'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라인강변'의 용바위라고 되어있습니다. "뭐야, 유명한 용바위도 있었어? 어디야~"

 

 


 

 

  

 

이정표를 따라가니 진짜 골목길로 안내해서 놀랐습니다. 곧 좋은 집들이 늘어선 큰 길이 나오긴 합니다.

 

 

 

 

 

바로 이곳이 [재단법인 연방총리 아덴아우어 하우스]의 박물관입니다.

www.adenauerhaus.de / Konrad-Adenauer-Strasse 8c, 53604 Bad Honnef-Rhoendorf

 

1~2층은 박물관이고, 이 건물 위쪽으로 그의 생가가 있습니다.

10시 반 정도에 도착했는데 입구에서 독일인 두 명이 맞아주었습니다.

솔직히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서 제가 건물 입구를 좀 맴돌긴 했었죠. ㅋㅋ

저에게 아덴아우어의 하우스와 정원 등을 보겠냐고 물어서... 그러겠다고 했더니

약 10분 후에 가이드 안내가 시작된다고 해주었습니다.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보는 곳이었습니다.

찬찬히 아무도 없는 작은 박물관을 둘러봤습니다. (모든 관람료는 무료)

박물관의 물건들은 소박하고, 단정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분위기 파악이 좀 될 즈음 한 무리의 노인들이 박물관에 들어섰고,

잠시 후 가이드 분이 저를 콕 찝어서 따라오라고 했습니다.

이리하여 노인 분들 틈에서 제가 함께 아덴아우어 하우스 견학을 시작합니다.

집 자체가 높게 있어서 계단식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1937년 크리스마스에 이사를 온 '콘라드 아덴아우어'는 1967년 4월 19일

91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에서 30년 간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기독교민주당(CDU)의 당수였으며, 인근의 큰 대도시인 쾰른의 시장이었던 그는

1949년 서독의 초대 총리가 되었습니다. 독일 근현대사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겠지요.

좀 권위적인 통치 스타일을 가졌으며,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개념을 가진 지도자였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 이후, 그리고 전쟁의 국수주의가 휩쓸고 간 시대상 또한 그러했겠죠...

심각한 얘기는 여기까지!  (제가 잘 모르기도 하구요.)

 

 

  

 

이 집에서의 조망이 상당히 아름다웠습니다. 살던 곳의 지척에 이런 딴세상이 있었다니...

쾰른의 시장이었다는 그 !!  이곳은 쾰른에서 약 50km 정도 떨어진 위치입니다.

 

 

 

  

집 안의 방명록에 제가 한글로 한줄 남겼습니다. 다음 줄의 '한국에서 옴'이라는 말은 독일어로 써놓았구요. 

 

집에 걸린 명화에는 직접 조명을 설치하여 감상하였다고 하네요.

 

또한 클래식 애호가였기에 페퍼민트 차를 마시면서 하이든의 음악을 즐겨 듣고(오른쪽이 축음기),

이 거실에서 신문 기고 및 저술 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집 밖에 있는 원형 서재 또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위쪽 정원에는 구슬치기를 즐기던 곳과 정자 등등...

 

산 중턱에 있는 집이라서 평지는 없습니다.

집을 둘러가며 아기자기한 정원에는 장미꽃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 동상은 제가 사진 찍느라 설명을 놓쳐서 뭔지 모르겠습니다. 한 분은 뉘신지?

 

  

 

전체 가이드(관람) 시간은 약 40분 정도 소요된 것 같았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계속 방문을 하고, 가이드가 줄지어 이어졌습니다.

이런 곳인지 모르고, 그냥 간건데 역사교육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다녔던 노인분들은 매우 경청을 잘 하시더군요.

독일 사람들이 대체로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언제, 어디를 가도 혼자 둘러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런 것도 좋더군요.

(물론 독일어가 부족해서 자세히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요.)

 

 

 

 

아~ 이 동네를 일찍 알았다면 등산도 좀 하고 그랬을텐데 아쉽네요...

참 예쁘고, 분위기 괜찮은 '뢴도르프'였습니다.

본(Bonn)이나 코블렌츠(Koblenz)에 사신다면 이 곳 추천드립니다.

역사를 중요시하고, 보존하기 잘하는 독일의 모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뢴도르프 전철역에서 마지막으로 본(Bonn)의 향수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