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인가, 우편함에 이케아(IKEA) 팜플렛이 꽂혀있었습니다. 다른 광고 책자들은 모두 버렸지만 그냥 놀기삼아 이케아 팜플렛을 챙긴 후 외출 가는 전철에서 차근 차근 살펴봤지요. 외국생활 했던 사람들이 이케아 얘기를 많이들 하여서 어떤 곳일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이케아 소품을 몇 번 써보긴 했습니다. 불행히도 제가 쓴 소품들 중에는 나무가 휘어서 결국 버린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케아가 내놓는 실용적인 소품들의 쓰임새는 인정합니다. 일단 구글 지도에서 이케아를 검색한 후 가장 가까운 전철역을 알아두고, 얼마나 걸으면 되는지 봤더니 2km 거리가 나오더군요. 다른 도시의 외곽에 공장형 건물로 되어있는 이케아 겉모습을 기차타고 가면서 몇번 본 적이 있어서 그 정도 거리면 그냥 산책삼아 걸어보자하고 출발하였습니다. 막상 제가 쾰른 변두리의 어느 역(Godorf Bf)에 내렸을 때는... ㅋㅋ 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주변이 공장지대여서 걷기에는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 따라서 역을 나오니 버스 정류장이 있었습니다. 노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저는 세 정거장 째에 있는 이케아역을 보고 안심했지요. 버스에서 그 길을 바라보며, 걷겠다는 생각을 했던 제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이리하여 가볍게 이케아에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쾰른-본을 오가는 16번 전철 Godorf Bf 또는 Rodenkirchen Bf에 내려서 135번(?) 버스 타고 가면 됨당!)
주말에는 차들이 꽉 들어찰 것 같은 넓은 주차장을 지나 처음으로 이케아에 도착했습니다. 이런 류의 쇼핑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인지 제가 사고자하는 물품의 코너들에서만 시간을 좀 지체하였고, 곳곳에 놓인 메모지와 연필을 가져와 수량, 물품명, 코드번호, 가격 등을 표에 기입해 나갔습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 팜플렛은 아무 소용없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장에서는 팔플렛의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세일하는 것들도 있었고, 사진상의 느낌과는 다른 실제 물건들의 차이가 컸습니다. 저의 경우는 팜플렛을 보고 찍어둔 물건으로 산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두 원목 색상으로 구입할 계획이었는데 결국엔 몽땅 흰색으로 주문하고 왔습니다. 구입 물품은... (1) 침대틀 (2) 매트리스 (3) 책상 (4) 의자 (5) 옷수납장 (1) 침대틀과 (2) 매트리스를 구입하면서 한국 물건들이 참 많이 비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트리스만 하나 달랑 살까했는데 생각보다 저렴해서 침대틀도 그냥 사버렸습니다. 그래도 처음 구입하려 했던 매트리스보다 저렴했거든요. 개인적으로 (3) 책상은 '책상'으로 사지 않고 4인용 식탁으로 구입합니다. 책상이라고 해서 가격만 비싸고, 공간도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오히려 심플한 식탁을 구입하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그래야 정면에 책도 꽂아두고, 나머지 공간에서 노트북도 펴고, 책도 펼 수 있으니까요. 마침 흰색 판에 흰색 철재 다리의 식탁이 29유로 특가에 팔고 있어서 이때부터 모든 다른 아이템들도 흰색으로 바꾸기 시작하였지요. (4) 의자는 바퀴달인 의자들의 바퀴 부분들이 많이 '조악'해 보였습니다. 이케아의 물건들은 AS 생각 안하고 사는 것이 맞다는 저의 지론상 가장 단순한 의자로 달랑 주문하였지요. 바퀴 달리고, 쿠션 있고, 높낮이 조절되면 좋겠지만 은근히 공부에 방해됩니다. 몸이 편하면 많은 생각과 함께 다른 것에 손이 많이 가지요. 그리하여 단순한 의자를 사되 소품으로 발받침을 하나 구입하였습니다. 맨발을 덥썩 올려놓고 편하게 있어야하니까요. (5) 옷수납장은 책꽂이 형식으로 된 가구로 대체하였습니다. 가로 세로 모두 4칸씩 해서 16칸이 나오므로 반팔/긴팔/반바지/긴바지/가디건/운동복/속옷 등으로 분류하면 좋겠더군요. 옷을 거는 행거는 제가 고른 물건의 재고가 없어서 그냥 동네에서 하나 사보기로 했습니다. 기타 소품은... 이사가는 집의 상태를 봐가며 필요한 것만 구입하면 되겠지요 !! 제가 이곳에서 간단하게 사는데 기타 또 무엇이 필요할지요? 하려하게 꾸며 놓은 곳들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충동구매 많이 하겠다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으로 보면 마음이 생길 것이고, 그러다가 하나 하나 추가하면 살림살이가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 그런 것은 필요없겠지요. 여기서 간단히 쓰다가 한국으로 컴백하게 될 때 남들 줘도 아깝지 않을 물건들입니다. 그래서 간단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이케아의 물건들은 참으로 유익한 것이 많습니다.
구입 항목을 적은 종이를 들고 곳곳에 있는 인포메이션에 갔더니 직원이 모두 컴퓨터로 입력했습니다. 저의 주소 등도 같이 기입하고, 출력한 종이를 주며 계산을 어디서 하는지 등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요점은 잘 알아들었고, 배달용품 계산하는 카운터에 가서 배달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 모든 계산을 마쳤습니다. 가구만 배달을 해주며, 배달 비용은 합리적이었습니다. 구입가가 200유로 이하의 경우는 29유로(5만원 정도) / 400유로 이하의 경우는 49유로(8만원) / 500유로 이하면 69유로(11만원) / 700유로 이하 89유로(14만원) / 1,500유로 이하 109유로(17만원) / 그 이상은 129유로(22만원). 물론 이 배달비용을 아끼고자 큰 차를 가져와서 그 엄청난 짐들을 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광경도 저에게는 재미있었습니다. 지하에 쌓여진 엄청난 가구 자재들을 계산하고 직접 싣고 가는 모습들이 진풍경이더군요. ㅎㅎㅎ 저는 오늘 우리 돈으로 약 5~60만원은 쓸 줄 알았는데 35만원 지출했습니다. 외국에서의 주거를 위한 투자비용으로는 저렴했다고 자찬 중입니다. 물론 냉장고 등의 항목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요. 삼성, LG 가전이 독일에서 많이 비싸던데요. 컥~ 외국이라서 가격에 대한 채감을 더 실감나게 하고 있습니다.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니 저렴한 물건도 있을 것이고, 그런 상점도 있을거라고 확신합니다. 당근 있어요.
오늘 스웨덴 주거생활용품 브랜드 IKEA의 위력을 느끼고, 감상을 제대로 했습니다. 집 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대단한 곳임을 인정합니다!! 허나, 이 물건들 조립할 각오 또한 해야합니다. 저에게 조립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로 인해서 하루 혼자서 힘쓸 생각하니까 어깨가 무거워져 오네요. 이케아가 왜 싸겠습니까? 다~ 이유가 있으니까 저렴한 것이겠지요. 쇼핑에 증~말로 소질이 없는 저는 매장 안에서부터 헛기침을 하고,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팠습니다. 나중에는 편두통이 찾아오기까지. 그리하여 해방을 맞듯이 매장을 나왔습니다. 바깥 공기가 어찌나 시원하고 좋던지요. 그런데 뭣하러 사람들은 저곳에 잦은 쇼핑과 먹으러들 가는지 이해는 잘 안됩니다. 외국 유학생들이 이케아에 먹으러 간다는 얘기 또한 많이 들었거든요...
많이 사기는 하나봐요. 카트를 정류장까지 끌고와서 버리고 가니...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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