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독일식 막걸리, 페더바인

스콜라란 2011. 8. 28. 06:36

 

주중에 정말로 홧~딱지 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 만땅에 혈압도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외출하러 간 김에

고추장도 떨어지고, 뭔가 궁금증도 있어서 한인 슈퍼에 갔었죠.

그곳에 가면 좋으신 사장님과 사모님이 해답을 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원하던 답도 얻고, 고추장과 막걸리를 계산하려고 하자

 

사모님 왈 "막걸리를 지금 왜 먹어요?" 이러십니다.

나 : "홧딱지 나는 일이 있어서 좀 마시려구요..."

사모님 : "이거 먹지 말고, 페더와인 마셔요! 그거 독일 막걸리야."

나 : (상황파악 못하고) "네~? 아니, 이 막걸리 사려구요."

사모님 : (흥분하셔서) "지금이 때야, 독일 막걸리 나올 때니까

우리꺼 사지 말고, 슈퍼에 가서 페더와인 사서 마셔요!"

 

ㅋㅋㅋㅋㅋ ㅎㅎ

 

결국 막걸리 두 병을 사서 왔지만, 사모님 덕에 독일 막걸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포도주는 발효가 완전히 된 후 통에 담아서 지하에 보관합니다.

그런데 발효가 막 시작 될 때의 포도주를 그대로 술로 만드는데

이것이 '페더바인(Federwein)' !!!  '페더바이쎄' 또는 '페더바이써'라고도 합니다.

와인(wein)은 독일어로 '바인'으로 발음됩니다.

그렇다면 왜 페더(die Feder, 깃털)라는 이름이 붙을까요?

깃털이 중요치 않고, 바로 페더바이쓰(das Federweiss)가 힌트입니다.

페더바이쓰는 광물의 백색가루나 초크라는 뜻이고,

발효 중인 포도주는 흰색 또는 회색(뿌연색?)의 빛을 띄게 됩니다.

이것을 짜서 술을 만드니 석면과 같은 색의 독일 막걸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

 

딱, 지금이 철이랍니다. 4~6주간만 슈퍼에서 파는데 냉장 코너에 갔더니

정말로 그 병이 있었습니다. 한눈에 알아보고 하나 사왔지요..

알콜도수 : 10~11도 / 가격 : 2~3유로(3~4천원)

 

 

 

 

주둥이 부분을 벗기면 코르크가 나올 줄 알았지만 아무 것도 없습니다.

발효 진행 중인 술이라서 뚜껑도 없이 팔며, 상하기 때문에 빨리 먹어야 한답니다.

 

 

 

정말 막걸리 또는 동동주 갖죠?  

글라스 와인 잔이 없어서 확실한 색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아웃도어 와인잔에 따라보니 뽀얗습니다.

병 바닥에는 막걸리 처럼 흰색 침전물이 있구요.

 

 

 

맛은 시큼하고, 탄산도 있으며... 하지만 정말 막걸리 같았습니다.

오늘 시내에 복사하러 잠깐 갔었는데 광장에서 와인 축제를 하더군요.

뭐지?하고 생각했는데, 오늘 페더바인을 보고는 이해가 갔습니다. 페더바인은

발효가 시작될 때의 술이므로 앞으로 계속 올해의 포도주가 나오는 신호겠지요.

 

술을 사면서 저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는 계산대 직원 분에게 물어봤습니다.

나 : "이거 독일 전통 술인가요?"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라인강, 모젤강 주변에서 이 시기에 나오는 술이래요.

암튼 이거 먹으러 주변 외국에서도 관광객들이 독일로 온다고 합니다.

 

제가 독일의 좋은 술 문화를 알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내일(일, 휴무) 말고, 월요일에도 사야겠습니다. 떨어지는 그 날까지...

 

1리터 짜리를 다 마시고 말았지요. ㅋㅋㅋ 캬~ 좋~~다~

독백 : "아, 아쉽네... 이건 한국에 보낼 수도 없잖아."

 

 

 

 

혹시 저를 만나러 누가 독일에 온다면 8월 말~9월에 오라고 해야겠습니다. ^^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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