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물이 문제군!

스콜라란 2011. 8. 19. 04:28

 

   오늘은 유난히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땀을 많이 흘린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었으며, 집에서 물(das Wasser, 바써)을 안들고 나온 것을 후회했더랬지요. 독일 애들도 넓은 잔디에 퍼지되 모두 그늘로 들어와 누워있었으니, 그 뜨거움과 더움은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서늘하고, 그러다 한번씩 맑고, 오늘은 눈부시도록 뜨거웠네요. 갈증을 풀어보려 노천 카페에서 찬 과일음료를 하나 시켰더니 아뿔싸~~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풍덩 담궈서 내왔습니다. 이 때문에 갈증만 더 늘어서 일찍 귀가!

 

   물이 귀한 유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1.5리터 패트병을 많이들 들고 다닙니다. 처음에는 특히 학생들이 저런 무지막지한 것을 가방에 꽂아 다니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제는 저도 익숙해졌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냉장실도 아닌 냉동실에 패트병 하나 넣어두고 내일을 대비하였으니까요.

   유럽에 오고나서 확실히 물을 적게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반성 중~). 식당에 가도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서 마셔야하니까 같은 가격이면 다른 음료, 특히 맥주를 시키게 되더군요. 두번째 이유는 식당에서 시키는 물들은 탄산수가 대부분이어서 저에게는 곤란하지요. 탄산수는 맹물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마실 뿐입니다. 어러나 저러나 식당에서 물을 3천원 가량 주고 먹는다는 것은 아직 적응할 수 없습니다.

 

   슈퍼마켓에서 물을 살 때도 탄산수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을 잊지않습니다. 처음에는 뭐를 몰라서 잘못 구입한 후 탄산수 먹느라 배탈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물도 가급적 병에 든 물을 구입하고 싶으나, 차가 없다보니 무거워서 들고 올 수가 없습니다. 플라스틱 물보다는 병에 든 물이 더 신선하고 유해물질도 안생기지만, 알면서도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주로 사는 물은 옆나라 프랑스에서 건너온 탄산도 없고, 나트륨 함량이 적은 비텔(Vittel)입니다. 가격도 무난하고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수돗물도 그냥 마시긴 합니다. 화장실에서 손 닦을 때보면 그 물을 그냥 먹곤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못 먹겠습니다...

   독일 와서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한국에서 가져온 테팔 전기 주전자를 버렸습니다. 저도 물값 아끼느라 사온 물이 떨어지면 그냥 수돗물을 받아서 끓여먹곤 했는데, 플라스틱 주전자의 안쪽에 새~하얀 물질들이 쌓이면서 금속 부분까지 덮어버리더군요. 세제로 닦아도 없어지지도 않고, 뭔가 건강상 좋지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며칠 동안 한 후에 플라스틱 분리수거하는 봉투에 넣어버렸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GSI의 캠핑용 알루미늄 주전자를 버렸습니다. 마찬가지로 백색 물질이 주전자의 코팅 부분을 먹어 들어갔습니다.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네요. ^^ 주둥이 부분은 아주 새하얗게 변해서 영~~ 찝찝. 그리하여 또다시 분리수거 봉투에 넣어서 다른 통조림 깡통들과 함께 재활용 쓰레기로 떠나보냈습니다.  

 

   이제 저에게 남은 주전자는 MSR 티타늄 주전자입니다. 수돗물을 넣고 끓인 후 마지막에 마를 때 보면 살짝 흰색의 이물질이 보입니다. 그러나 설겆이를 하면 깨끗히 닦여서 시각적으로도 좋고, 찝찝함도 없습니다. 물 얘기로 시작했다가 등산/캠핑 주방 용품은 역시 티타늄 재질이 좋다는 결론으로 마칩니다. 오늘 날이 너무 뜨거워서 헛소리가 늘었습니다. 지금은 하늘이 번쩍거리며 으르렁 댑니다. 좀 있다가 비가 쏟아지려나 봅니다.

 

독일 수돗물이 마를 즈음 티타늄 주전자에 살짝 보이는... 물질?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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